[Femina] 여자도 군대 가라?

글 입력 2017.04.02 02:32
댓글 3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군대와 평등12.jpg

 
여성들이 평등과 젠더 차별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남성들은 늘 이런식으로 답변한다.


억울하면 여자도 군대 가라.

진정한 평등은 여성도 군대에 가는 것이다.

남성만 군대에 가는 것은 역차별이다.


이골이 날만큼 남성들은 여성 징병제를 주장하며 페미니즘을 폄하해왔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꼴페미부터 메갈녀, 웜퇘지에 이르기까지 남성들에게는 언제나 조롱과 분노의 대상이다. 의무는 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창하는 염치 불구한 여성들의 대표 격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런 악질 페미나치의 한 사람으로서, 그토록 남성들이 목 놓아 부르짖는 '군대'와 '평등'에 대해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군가산점제 논란에 대하여


남성들은 군대로 인해 겪게 되는 차별과 억울함의 근거로 종종 군가산점제를 이야기한다. 먼저 이에 대해 알아보자. 1961년에 도입된 군가산점제도는 제대군인이 취업보호실시기관의 시험에 응시할 경우, 2년 이상의 군필자에게는 5%, 2년 미만의 군필자에게는 3%의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이로 인해 7급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한 이화여대생 5명과 연세대에 재학 중이던 남성 장애인 1명은 군가산점제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1998년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이른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군가산점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한다. 여성·신체장애자 등의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이 침해됨을 이유로 삼은 것이다. 즉 여성은 물론이거니와 장애인, 현역과 보충역, 미필 등 남성간의 계급 역시 차별화하던 제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들은 군가산점제를 들먹이며 현재진행형으로 여성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들이 군복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더 이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만든 것이 여성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말이다. 그러나 군가산점제 폐지 후 합리적인 보상과 더 나아가서는 징병제 존폐에 관한 담론조차 형성되지 못하게 만든 이는 과연 누구인가? 남성 징병제를 고집하는 국가와 성대결에 매몰된 남성 자신들이다. 마땅한 보상의 책임이 있는 국가는 이들의 울분이 여성들에게 향하도록 방조했고 남성들 또한 억눌린 분노를 또 다른 피해자인 여성에게 표출하기 급급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모두 사라진 것일까? 남성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역차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9~49세의 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직장 내에서 힘든 일, 고된 일, 핵심적인 일은 군필 남성을 선호하고, 보조적이거나 비핵심적인 일, 고객서비스 등은 여성을 선호해 고정관념적인 업무분배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선발, 승진/인사평가에서도 군필 남성에 대해서는 50%가 넘는 선호도를 보이는 반면, 군면제 남성과 여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례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부 승진 시 필요한 최저 근속연한을 산정할 때 군 복무 기간이 포함된다. 이에 비현역 복무자는 1년, 군 미필자는 2년가량 같은 연차인 군필자 동료에게 승진에서 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역으로 군복무를 제대한 공공기관 남성 직원의 경우, 군 복무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여 1-2호봉 이상을 임금에 포함하도록 법률안을 개정해 작년부터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3년 4월에 조사한 보훈처의 결과에 따르면, 1,954곳의 공기업 중 군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업체는 82%(1,604곳)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나 이미 법안 개정 훨씬 이전부터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관행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남성에게는 차별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여전히 사회와 남성들이 인정한 1등 시민의 기준은 '현역 군필 남성'이므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남성들이나 병역의 의무를 부여받지 못한 여성들은 이전과 다름없는 차별 속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이쯤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외칠 듯하다. 그러니까 억울하면 여자도 군대 가라고.



여성 징병제와 평등


여성 징병제가 도입되어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에 가게 되면,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질까? 악질 페미나치인 나로서는 참으로 나이브해 보이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의 현실에서는 더더욱. 먼저 군대 내에 존재하는 여군의 위치를 한 번 살펴보자. 이미 여군 1만명 시대를 맞이할 만큼 군에 자원입대하는 여성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여군 대상 성범죄도 최근 5년간 2.5배로 급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 2015년 물의를 일으킨 송영근 의원의 발언을 보면 왜 이런 성범죄가 증가하는지를 증명해준다. 군 장성 출신의 송 전 의원은 '하사 아가씨'라는 표현으로 여군을 지칭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를 보면 군대가 여성을 '동료'로 인식하기보다 철저히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저 늙은 개저씨가 한 말실수에 불과할까? 여군들은 남군에 비해 인사평가와 진급, 핵심 업무 배치 부문에서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활발한 진출을 하기 어렵다. 성별화된 군대 바깥 사회와 매한가지인 것이다. 위문공연에 열광하는 젊은 군인들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이들은 헐벗은 여성 가수들의 포르노적 춤사위를 보며 자신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군대가 극단적 남성성을 추구하며 여성을 주변화 하는 호모소셜-남성들 간의 유대-로 작동하는 집단임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여성들은 군대 내에서조차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데 당장 여성 징병제가 실행된들 그것이 평등으로 구현될까? 징병제는 성평등의 절대조건이 아니다. 징병제건 모병제건 그 어떤 나라도 젠더 권력이 동등한 나라는 없다. 특히 남성들이 여성 징병제로 손꼽는 노르웨이의 경우를 보자. 노르웨이는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기 훨씬 이전에 여성 임원 40% 할당제 등 평등을 위한 균형 맞추기부터 시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은 간과한 채 여자도 군대 가라 외치는 남성들의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군대와 신민 그리고 페미니즘


이들은 여성 징병제가 도입되어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군대에 가야하는 자신들의 억울함과 군복무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우월감을 여성 징병제로 환원하는 것이다. 군필 남성으로서 자신들이 여성보다 우위적 계급임을 끊임없이 재확인함과 동시에 군대를 통해 겪은 부조리함, 분노, 무기력, 박탈감, 좌절감 등을 더 낮은 계급에게 표출하며 수평폭력을 행하고 있을 뿐이다. 군대란 어떤 곳인가. 구타와 따돌림 등 비인격적 폭력과 방산비리, 총기난사, 의문사, 지독하게 낮은 봉급, 숨 막히는 위계질서로 점철된 곳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군대의 이런 불합리함에 대해 직접 개입하여 개선하기보다 침묵 또는 방관으로 일관한다. 본인들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회학자 문승숙에 따르면 주민들을 국가의 유용하고 순종적인 구성원으로 만들 때 훈육과 물리력(폭력)을 혼합하는 것은 남한의 군사화된 근대성이 푸코의 근대성과 구별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즉 군대가 가진 폭력성과 서열문화가 남성을 무기력하고 순종적인 신민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이 권리 주장과 평등을 핑계로 여성 징병제를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군대의 폭력성과 복종 문화가 내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페미니스트들은 일찍이 모병제를 통해 합리적인 봉급 인상과 전문 인력 양성으로 성중립적이고 투명한 군대를 만들자 주장해왔다. -방산비리를 통해 새어나가는 액수만 환산해도 모병제에 투입될 예산 추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모병제를 포퓰리즘과 현실적 어려움으로 반대하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군사주의, 남성 중심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방부와 남성들 자신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식의 여성 혐오로 현실을 외면할 것인지 궁금하다. 여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변화를 위해 싸워왔다. 변하지 않은 것은 남성들의 가부장적 사고방식뿐이다. 정희진의 말처럼 자신과 체제에 대한 분노를 약자에게 투사하는 방식,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 모든 계급 갈등을 봉합하는 막강한 남성 연대, 종속적 남성 입장에서는 패권적 남성에 대한 짝사랑 등 한국 사회는 여성 혐오, 약자 혐오, 피해자 혐오에 대해 유독 관대하다. 남성들이 진정으로 군사적 패권주의에 환멸을 느낀다면 부디 스스로의 알부터 먼저 깨고 나와 변화하길 바란다.


[장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3
  •  
  • 리프
    • 남자들만이 군대의 의무를 지게 된 것도 사실은 기존의 젠더관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들이 치뤄야하는 사회적 비용이었죠. 요즘에는 이런 기존의 전통적인 젠더관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어나고 있고 이게 성별간 갈등으로 번지는데, 남녀 모두에게 이런 특정 성별의 사회화를 부추기는 것이 안좋다는 걸 우선 알아야 시작이 될텐데, 답답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론 여성들 스스로를 위해서, 기초적인 군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글에서 지적한 식으로, 기존의 성차별 현황은 무시한 채 평등 외칠려면 군대나 가라 이런 식의 반응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대화가 안되죠. 남자나 여자나 기존의 젠더관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점은 유지하도록 주장하면서 성평등을 위해서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뒷전으로 미루고, 양쪽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오늘날 성갈등이 더 심각해진다고 봅니다.
    • 0 0
    • 댓글 닫기댓글 (1)
  •  
  • 장지은
    • 2017.05.02 09:29:16
    • |
    • 신고
    • 리프댓글 감사합니다^^ 좀 더 일찍 답글을 달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음..어떤 것부터 말씀을 드려야할까요. 기초적인 군사교육부터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모병제로 전환 후 19세 이상 성인에게 기초군사훈련 교육이 전제된 경우라면 찬성합니다. 현재와 같은 징병제에서는 그 어떤 논의든 간에 군사주의와 성대결로 귀결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기초군사훈련보다 양심적 병역 거부와 대체복무제도가 먼저 허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음..성평등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의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평등은 기본권 아니던가요? 평등을 위해서는 인식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movement지 의무라고 보긴 어렵겠네요. 또한 저는 성갈등이 심각해지는 이유로 이성애와 결혼 가족 제도에 근거한 가부장제, 호모소셜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싶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리프님이 고민하셨던 성차별에 대한 생각, 저에게도 또 다른 생각거리로 다가왔습니다^^ 제 글에 의견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좀 더 깊이 사유한 후 공감가는 글을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 0 0
  •  
  • 김연우
    • 전 군대를 갖다온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군가산점도 없는데다 무려 2년동안 지옥같은 훈련을 받으며 고통을 참아가며 힘겹게 했습니다. 여자가 군대를 가야한다는거에 전 동의합니다. 타국가들도 보시면 남녀상관없이 누구든지 군대를 다닙니다. 어차피 한국은 출산률이 OECD국가중에서 최저인데다 남녀를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군대가는것은 당연한것입니다. 그리고 장병들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얼마전에 해군을 농락한 페미단체 뉴스볼때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남성들이 여성들을 차별하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당신도 다른 페미와 다르지 않게 안보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잊지마시길! 나중에 전쟁일어나면 그런소리가 나올지...... 국군여군들도 세계각국의 여군들도 차별하실건지?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