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 [문학]

기억의 조각들
글 입력 2017.03.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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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SNS던 책이던
짧은 글귀나 에세이의 형태가 많이 보인다.


사실 그러한 글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유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아니지만
많이 미화되고 꾸며진 표현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가 예쁜 글이라며 보내와도
한번 쓱 보고 마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은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들이 또 무심한 듯한 그림이
너무나도 내 마음에 들어
아껴 읽으려 했지만
받은 날 다 읽어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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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도 책 속의 글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책의 맨 앞부분의 짧은 작가님의 말이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모으고 싶다는 그 글이 너무나 와닿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문득
시간이 더 흐르면 잊어버릴 것만 같은 예전의 좋은 기억들을
어딘가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새벽에 3시간 동안이나 적어내려 간 적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작가님이
이 글들을 써내려간 마음에 더 공감할 수 있었고
나에게는 또다른 기억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글 하나를 소개하자면,


비오는 날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습기 한 느낌과
축축한 느낌도 느낌이지만, 어느 해 여름 시작점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몸 상태로 직감하고 한다. 유독 몸이
아리거나 아파오면 거짓말 같게도 비가 오곤 했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너의 걱정도 함께 날아왔다.

"비가 오는데, 괜찮아?"

굳이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말에 담긴 너의 따뜻함을...
비오는 날이면 나는 그 날의 기억과 네가 떠올랐다.
걸어 다니는 먹구름처럼 비를 몰고 다니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걱정해주던 너. 나는 그런 네가
좋았다. 비는 싫어도 비와 함께 찾아오던 너는 좋았다.
만추쯤이었던가, 저녁을 먹고 나와 빗줄기가 약해지길
기다리며, 식당의 처마아래에 함께 앉아있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되게 묘했다. 나중에 나는 그 기분이
무엇인지 깨달았지만 그 순간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늦게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여우비처럼
잠시만 내게 머물다 간 너를.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 <비>



이 글을 읽고 비에 관한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비를 굉장히 싫어했었다.
지금도 싫어하지만 그때는 정말 너무 싫어해서
비가 오는 아침이면 인상부터 찌푸리곤 했다.


비오는 날의 추억은 그 여름의 장마철이었는데,
나는 문득 그 아이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우산이 없어서였다.


나는 우산이 없는 그 아이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냥 기뻤다.
나도 우산이 없는 척을 하면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우산을 교실 구석에 숨겨 놓고는
1층 현관 바닥에 앉아 비가 잠시 그치길 기다리는
그 아이 옆에서 같이 비가 그치길 기다리곤 했었다.
그 해 장마철에는 계속 그렇게 기다렸다.


아마 그 계기로 비가 조금은 덜
싫어졌던 것 같았다.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 속
모든 글들이 좋았지만
이 글은 특히나 더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도
기억 속에 묻혀있던 추억 하나를
찾을 수 있기를.







정연수.jpg
 

[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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