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개, 돼지' - 약자이지만 사람이라면...

글 입력 2017.03.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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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개,돼지>는 로맨스나 코믹연극 혹은 기존의 희곡을 바탕으로 전통연극들이 대세인 대학로에서 보기 드문 희귀한 창작극인 것 같다. 특히 계몽주의적 성격을 띄었다는 점 그러하다. 요즘에 있어서 굉장히 실험적인 실험극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같다. 나는 연극의 프리뷰를 쓰면서 연극에 대한 사전정보를 알고 가서 왠지 연극을 더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대장치는 다소 휑하였으나, 특색있는 옷이 입혀진 마네킹들만이 조명을 받아 무대의 황량함을 잠재워 주었다. 그리고 특별한 무대장치는 없었지만, 왠지 이야기로 무대를 꽉 채울 것 같은 느낌이 연극 시연 전부터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연극이 시작되었다.

<개,돼지>옴니버스 형식의 연극이었다. '경희', '국풍81', 그리고 '터치,다운' 의 이야기가 다루어 졌다.모두 실화를 바탕으로한 구성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한 이야기를 모두 끝내고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 속에서 작은 사건들로 나누어 한이야기의 작은 사건의 시점을 보여주고 다른 이야기의 사건과 귀결되는 부분으로 넘어가면서,세 이야기들을 계속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는 연출을 하였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빠르게 전개되었다.

미국에서 있었던 대학 풋볼팀 감독의 10년간의 성폭행 사건 은폐의 진실이 담긴 '터치, 다운' 은 힘찬 발구르기의 몸짓으로 무대의 음향효과나 다른 무대효과가 아닌 아닌 몸짓과 발소리로 긴박함과 현장감을 그대로 현실성 있게 전해 주어 인상깊었다. 그리고 감독의 만행을 알리는 방식이나, 생각 차이등에서 오는 인물들 간의 갈등의 대사등이 현실감 있었다. 현실의 자신의 위치나 오랫동안 세뇌받다 싶이 되어왔던 피해자들 로써의 사건을 해결해 나아가는 방식이 지금 현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고나 할까. 대부분 기득권 세력에 의해 함구해야 하고 핍박 받는 피라미드 형식의 사회구조의 안타까운 모순이 이야기를 통해 현대 우리 사회처럼 그려졌다.

'경희'이야기는 여성으로써 사회에 대항하는 이야기이기도하고 다름에 대한 차별의 이야기도 담고 있어 나와 동의시 되는 부분이 있어 공감이 많이 갔다. 나혜석은 굉장히 진보적인 여성이었으며, 당시 성차별이 팽배하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유학생으로써 지식인으로써 예술인으로써 여성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보아주길 바랬던 사람이다. 당시 사회풍에서는 없었던 진보적인 여성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그녀는 이혼을 함으로써 그 삶을 책으로 내기도 하였다. 그녀는 지금의 페미니스트의 한국의 선구자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그녀는 보통여성들과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였고 꿈꾸었고 믿어왔다. 결국 이야기속에서 말년에는 그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남들처럼 살았어야 했는가에 대한 후회와 한탄을 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삶은 당대시대에서 약자임과 동시에 소수로써, 사회를 바꾸고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끈임없이 했다는 것에 대해 위대하다고 칭하고 싶다. 이는 개,돼지로 살지 않았던 나혜석을 보여줌으로써,  연극 <개,돼지>에서 주장하는 사람답게 사는 것의 방향을 잘 보여준 이야기 였다. 연극에서는 나혜석이 굉장히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 나혜석은 비판적인 면모도 있어 실제이야기 활용의 한계는 아쉬웠다.

'국풍81'이야기는 5,18민주화운동에서 부터 시작된다. 우리 조상들 혹은 친척들의 항쟁과 운동으로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뭉클해져 왔다. 또한 이를 막고 무마시키기 위해 당시 기득권세력들의 국풍81개최와 여러 방향으로써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고 청년들을 파리목숨보다도 못하게 여겼던 점들이 분노케 했다.

마지막 즈음에 배우들은 물음을 던진다. 개,돼지로 살것 인지. 사람으로 살 것 인지. 우리는 사람이다라는 답을 주며, 그리고 앞선 사건들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기시켜 주며, 진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의 의견을 내고 약자이지만, 부정함과 강자에 항쟁할수 있는 자세를 함량하는 것의 삶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마치 축제와 동시에 애환이 담긴듯한 국악악기를 연주하며 연극은 마무리되어 간다.

세 이야기는 사회적 약자로써 강자에게 투항하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기획 의도대로 느끼게 한다.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정신적인 계몽의 느낌을 전해준다. 그런면에서 기획의도가 성공하였다고 보고 이 세 이야기를 예시로 잘 연극에 대입해 보여준 것 같다. 의도나 이야기의 소재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연출적 한계는 매우 아쉽다. 계속 바뀌는 장면전환으로 연극의 몰입을 방해했고, 이야기만 해도 직접적인데 너무 직접적으로 제시해주는 대사들이 다양한 감상에 대한 생각을 저해시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계몽적인 연극에 그치는 것이아니라 좀 더 관객을 위한 재미있는 요소나 이야기의 갈등요소의 극대화 등 이야기의 치밀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칫 굉장히 지루 할 수 있는 연극 일 수 있겠다라는 한계가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재 구성하여 연극화 한 연출은 고대 그리스시대에 확립된 연극이론 중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확립한 <시학>에서의 '연극은 인간의 행동의 모방'이다 라는 이론을 따르면서도 더불어 계몽적 성격을 지닌 내용과 연출을 구성하였다는 점이 굉장히 놀랍고 특별했다. 무대장치 없이 오롯히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나갔다는 점에서 칭찬할만 하다. 조금만 보완한다면 매우 발전적이고 재미있는 계몽연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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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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