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o the Moon: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어느 절름발이 오리의 이야기"(2) [문학]

글 입력 2017.03.2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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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Moon, 2011년 출시, 프리버드 게임즈 
그림 속의 두 인물은 메인 스토리의 관찰자 격인
에바 로잘린 박사와 닐 와츠 박사


(1)편 글과는 다르게 서사에 대한 주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함께한다는 것



조니:
 "우린 영화를 '같이' 보던 게 아냐...
네가 어딨는지도 몰랐다고! 
내가 있는 지 봤으면 내 옆자리에 왔으면 됐잖아?"

리버: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데...?
우린 같은 데서 같은 영화를 보고 있던 거잖아."



 조니의 슬픈 진실은 바로, 어린 시절 여름 축제에서 평생의 사랑인 리버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조니의 잘못이 아니라, 그도 어찌하지 못한 상황(어미니의 실수로 쌍둥이 형제를 잃은 비극) 때문이었다. 조니의 어머니가 그에게 기억을 왜곡하는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과다 투약하여, 그 끔찍한 기억을 잊어버리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잃어버린 기억에는 리버에게 만약 내년 축제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달에서 만나자' 고 했던 말도 있었다.

 한 여름 밤의 축제에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기가 보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리버.
리버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불리는 일종의 경미한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그랬기에 남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과 함께하지 못한다. 조니는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건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자신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혹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리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이유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 때, 조니와 리버는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본다. 리버에게는 '같은 곳에서 같은 영화를 보고 있다', 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조니는 처음에 그녀가 오지 않은 줄 알고 당황하지만, 영화관 밖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모순적이게도, 그녀는 죽을 때까지 그 어린 날 조니에게 들었던 말을 잊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괴로워한다. 그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조니와 함께 평생을 살았으나, 그리고 그 사랑도 거짓이 아니었으나. 두 사람은 그 어린 날 영화관에서 그랬듯이 평생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며 그런데도 서로를 사랑하며 살았다.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기에 함께했다고 말하는 것은 리버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조니가 리버에게 쳐 주는 피아노 곡의 제목은 원래 가제 'For River' 였으나, 기억 조작을 한 뒤에는 'To the moon' 으로 변한다. 이처럼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억 조작은 하나의 가능성이다. 두 사람이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너무나 슬픈 해답이기도 하다.



2. 등대, 그리고



 리버
"아무한테도 말 안했지만....
항상 저건 등대라고 생각했어.
수십억개의 등대들이 하늘 저편에 있는거야."


조니
"아, 거긴 정말 시끌시끌하겠네."


리버
"아니야. 거기서도 등대들을 다 볼 수있어.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해.
하지만 할 수 없어.
너무 멀어서 서로 말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빛을 멀리 멀리 보내는 것 뿐이야.
그게 .... 저 별들이야. 
다른 등대들에게 빛을 보내고 나에게도 보내."

조니
"왜 너한테?"

리버
"왜냐면 언젠간....
저 등대들이랑 친구가 될 거니까."



 여름날 축제에서 리버는 조니와 함께 별을 바라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치 별들이 서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리버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리버에게 어째서 조니라는 사람이 그토록 소중하고 특별했는지 플레이어는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조니는 그녀에게 있어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자신과 온전하게 소통하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준 유일한 존재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별은 등대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빛을 보내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 등대들 중의 하나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그건 후에 그녀가 등대에게 '아냐' 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를 자신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조니였다. 조니가 준 오리너구리 인형, 그리고 콩주머니를 리버는 평생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가 조니를 마냥 원망하고, 슬퍼했던 것은 아니었다. 미친 사람 처럼 조니의 기억을 불러내기 위해 밤 새도록 종이로 토끼를 접거나, 갑자기 머리를 짧게 자른다거나 하는 일들을 반복하면서도 그녀는 조니를 단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염원은 결국 그녀가 죽은 후에나 이루어진다. 조니는 결국 리버가 죽은 뒤에서야 리버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 "Everything's Alright"



To the Moon을 대표하는 OST 중 하나인 'Everythings Alright'



When this world is no more
The moon is all we'll see
I'll ask you to fly away with me
Until the stars all fall down
They empty from the sky
But I don't mind
If you're with me, 
then everything's alright

- OST 'Everyting's Alright' 중에서 



 마지막으로 노래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To the moon'을 대표하는 OST 인 'Everything's Alright'이다.
이 곡은 에바 로잘린 박사와 닐 와츠 박사가 갈등 끝에 결국 조니의 기억을 조작하면서, 리버에 대한 모든 추억들이 사라지고 마는 시점에 흘러나오는 노래다.

 바뀐 기억에서도,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는 오로지 '달' 뿐인 세상에서도, 조니의 강한 열망은 리버를 만나게 한다. 그것은 기억 조작을 한 사람들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온전히 조니에게 맡겼던 일. 평생의 꿈이었던 달에 간다는 것의 이유가 달에 가게 되면 리버를 만날 수 있다는 무의식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곡을 비롯한 게임의 여러 아름다운 BGM들은 STEAM 페이지에서 유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그 금액 중 절반은 자폐아 복지 센터에 기부된다.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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