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개, 돼지

글 입력 2017.03.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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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극은 세 개의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합쳐져 하나의 극으로 완성된다. 대학 풋볼팀 감독의 성폭행 사건, 여성 화가이자 여성 운동가였던 나혜석의 이야기, 광주 민주화 운동. 이 세 이야기 모두 제목처럼 '개, 돼지' 같은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개돼지] 포스터_700px.jpg
 

  연극을 보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연극적 연출이다. 초반부 탈춤 씬과 부채를 사용해 대사를 표현하는 연출, 배우들이 짐승 흉내를 내며 무대를 가로지르는 장면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가장 강렬했던 것은 역시 민주화 운동 에피소드 속의 토크쇼 장면이다. 실제 캠코더를 무대에 투입해 캠코더 속에 비춰지는 방송 장면과 무대를 분리시켜 아예 다른 프레임으로 분할했는데, 이는 사건의 폭력성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연출이었다. 방송 장면으로는 웃는 표정들이 송출되지만, 무대 구석에서는 민주화를 주장하는 청년들이 맞고 있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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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실제 사건들을 빌려와 정치적인 폭력성을 꼬집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모순되는 연출도 있었다. 성폭행 사건 장면이 바로 그것인데, 너무 소비적이고 폭력적으로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연극은 모든 서사 매체를 통틀어 가장 현실적인 감각을 주는데, 성폭행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너무 노골적으로 다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의 몰입에서 순간 벗어나게 만들 정도로. 관객의 입장에서 그 장면은 통탄을 느끼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과하게 고통스러웠다.

  세 이야기의 연결성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세 이야기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개, 돼지' 같은 현실을 다루는 일화라는 점인데, 사실 우리가 나쁘다고 느낄 법한 사건들은 너무나도 많다. 왜 하필이면 이 세 이야기를 골라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왜 하필이면 나혜석 이야기, 왜 하필이면 광주 민주화 운동 이야기, 왜 하필이면 풋볼 팀의 성폭행 이야기가 이 서사에서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필연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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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서사적으로 너무 쉬운 결말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은 한국 전통 악기들을 한바탕 연주하는데, 끝나는 느낌만 들었지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현실에 다양한 부조리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사건들을 빌려왔다면, 대략적인 장면으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서사적으로 어떤 결말을 만들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연극의 스토리라인은 어떤 사건들의 나열에 그쳤고, 사실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을 이해하기에는 연극보다는 신문 기사나 다큐멘터리가 적합하다. 그렇다면 왜 이 사건은 연극화되어야만 했는가? 왜 하나의 서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남는 연극이었다.


[개돼지] 상세페이지.jpg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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