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신의 시간은 매년 0.000017초씩 도둑맞고 있다

시간성으로 매개하는 감각 촉진 퍼포먼스, < 25ㅅㅣ間 >
글 입력 2017.03.1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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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가 25시간이 되면 어떨까? 혹은, 누군가 찾아와 당신의 시간을 달라며 솔깃한 거래를 제안하면, 당신은 시간을 내주고 거래에 응할 용의가 있는가?
시간은 과연 무엇일까?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부여된 시간성을, 당신은 당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감각하는가? 시계 초침이 가는 소리? 식어가는 커피 온도의 변화? 나 모르게 닳아가는 운동화의 밑창?

여기, 시간에 대해 독특하게 질문을 던져본 아티스트들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다른 시차로 24시간을 살던 그들은, 2017년 새해의 첫날부터, ‘사모아’ 시간대를 기준으로, 25시간씩, ‘동시에’ 살아보기로 한다.
흥미롭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질문이 샘솟는다. 처음엔 보통의 24시간을 25시간으로 쪼갠다는 건가 싶었다. 해가 뜨고 지는 타이밍은 어쨌든 달라지지 않으니까. 아 그게 아니고, 하루 한시간씩 더해서 점점 하루의 시작이 밀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렇게 25일을 살면, 퍼포머들의 ‘하루’가, 사라진다.
사라진 1일은 어디로 갔을까. 우주의 수명이 2억 년쯤 된다고 한다면, 이 하루는 먼 우주의 어딘가로 퍼포머들이 바친 ‘제물’이다.
인디아트홀 공에서, 관객들과의 접촉을 위해, 그 25시간이, 소환된다. 관객들 역시 각자의 시간을 공연 비용으로 지불해야만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다.
2억 년이란 시간은 지구의 자전이 매년 0.000017초씩 느려진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추산, 상상해 본 우주의 미래 나이다. 어쨌든 길어봤자 백년살이인 지구인의 생애로 감각할 방법은 없는 상상이다.

수치화, 계량화된 시간들은 관념적이다.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흐르는 것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이치겠으나, 시분초의 단위로 나눠진 시간의 속성과 숫자로 드러나는 시간 개념은 인간끼리 맺은 모종의 약속이다. 현대인은 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시간 개념에 귀속된다. 7시반 기상, 9시 출근, 12시 점심, 4시 회의, 7시 퇴근, 10시 드라마, 12시 취침. 숫자로 일어나 숫자로 움직인다. 방으로 드는 햇살에 잠이 깨고 배가 고프면 먹는 감각적 조건은 무시된다. 이 공연은 감각에 대한 환기이자 시간의 구속에 슬쩍 반항해보는 일종의 실험이다.

그럼에도 결국, 퍼포먼스마저 유한한 시간 속에서 진행되며,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시간성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공연은 적당히 낯설고, 충분히 불편할 것이며, 당신은 다른 차원으로 시간을 감각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3/21(화)~ 3/25(토)
-전시 3-8pm, 퍼포먼스 8pm
-인디아트홀 공(서울 영등포구 선유서로30길 30)

-문의 info@25ours.org
-온라인 퍼포먼스 프로젝트 www.25ours.org
-페이스북 이벤트페이지 bit.ly/25시간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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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아티스트 간 실시간 통화 장면/ 각 나라의 그들을 모두 거쳐 한국으로 오고 있는 '세계일주' 편지.
스카이프로 얼굴 맞대고 밥을 먹던 그들은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먼가. 공연장에 오시면, 이 '거리에 대한 감각'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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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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