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o the Moon: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어느 절름발이 오리의 이야기"(1) [문학]

글 입력 2017.03.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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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the Moon, 2011년 출시, 프리버드 게임즈 
그림 속의 두 인물은 메인 스토리의 관찰자 격인 에바 로잘린 박사와 닐 와츠 박사


※ 서사가 중요한 게임이기에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글을 나누어 작성하였습니다.
이번 글에는 게임 내에 숨겨진 요소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2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시놉시스

에바 로잘린 박사닐 와츠 박사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게 된 근미래,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꿈을 이룬 기억을 가질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다.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그 '새로운 삶'은 오직 죽기 바로 직전의 환자들에게만 행해지며,
따라서 그 기억은 그들이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갖는 기억이 된다.

이 이야기는 '조니'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의 꿈, 그리고
간절히 원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던 그 꿈을 이뤄 주기 위한 두 박사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조니의 기억 속 시간을 거슬러 한 발짝을 내딛을 때마다, 
새로운 과거의 파편이 드러난다.
 박사들은 그의 일생 내내 이어진 복잡한 사건의 퍼즐을 맞추며, 
마침내 노인의 마지막 소원에 숨겨진 가슴 아픈 비밀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런 조니의 최후의 소원은, 당연하게도... 
달에 가는 것이다.

- STEAM 상점 'To the Moon' 소개 참고 및 수정
 


< 출시 당시의 트레일러 영상 >

 
오늘 소개할 작품은 캐나다인 게임 제작자 Kan Gao와 프리버드 게임즈의 출세작, 
'To the Moon' 이다. 

게임스팟 2011년 최고의 스토리상, 2011 인디 게임 페스티벌 최종 결선 진출, 
2011 IndieDB 최고의 싱글 플레이어 인디 게임 상, RPGFan의 2011년 최고의 인디 RPG상 등을 수상한
2011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이자,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꼭 플레이해봐야 하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게임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왜 이 게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는지, 
그것도 하필이면 '문학' 카테고리에 쓰게 되었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건 게임이지, 문학이 아니지 않은가? 하고 의문을 품으며, 고개를 갸우뚱 할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이 문학이 될 수 없음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문학이라는 건 결국 크게 서사와 서정으로 나누어진 장르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시와 노래가 구분되지 않고, 연극의 대사가 시와 같은 운율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문학이라는 것은 단순히 책이라는 텍스트가 아니라
문학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성을 내포한 매체는 시대마다 정말 다양해 질 수 있다.
현대에는 소설, 시, 극이 일반적으로 '문학'으로 불리지만,
영화, 드라마 등 영상매체를 통한 것들이나, 음악,
그리고 어쩌면 게임에도 문학성이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이를 일정 부분 증명한 것 같다.

모든 게임이 문학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To the Moon'의 경우는, 문학적 서사가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서사적인 요소와 게임 특유의 서정적인 배경, 마음을 아릿하게 하는 BGM
그리고 직접 이야기를 파헤쳐간다는 게임 특유의 몰입감이 합쳐져
단순히 책을, 혹은 텍스트를 읽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
독특한 경험과 느낌을 제공한다.

이런 새로운 문학성의 발견이라는 의미에서 
이 게임에 대한 글을 '문학'카테고리로 결정하게 되었다.

비록 서사적인 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순수한 게임으로서의 흥미를 반감시킨다는 일각의 비판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게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에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영화를 한편 본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플레이 시간 자체도 3~4시간 정도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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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상에 누워, 살 날 이 얼마 남지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 조니.
그는 항상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째서 달에 가고 싶은지 그 자신도 확실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런 조니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에바와 닐 두 박사가 찾아온다.
그들은 조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대체 그가 왜 달에 가고 싶어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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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두 박사는
조니의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 중 대부분은
조니가 평생을 다해 사랑했던 아내, 리버에 대한 것이었다.
리버는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곤 했다.

종이 토끼를 계속해서 접는다던지,
한밤중에 머리를 자른다던지,
낡고 오래된 가방을 던져보라고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리버의 행동이 계속되자,
조니는 점점 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같은 곳에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런 조니와 리버의 사랑 이야기를
에바와 닉, 두 사람은 묵묵히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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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던
오리 너구리 인형,
종이로 접은 토끼,
오이 절임,
낡은 가방,
조니와 리버의 추억이 깃든 등대,

그리고 달.

이런 기억의 파편들을 쫓아 점점 더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다다른 두 박사는 
마침내 조니 자신도 알지 못했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곧, 두 박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달로 가고 싶다는 조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니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지워야만 한다.

평생의 꿈이었으나, 결국은 실제가 아니라 조작된 기억일지라도
그 꿈을 이루는 인생을 살았다고 나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면
나의 가장 행복했던, 정말 실재했던 인생을 지워버릴 수 있을까?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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