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순간] 절망이 스며든 자리

글 입력 2017.03.11 03:3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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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따뜻한 봄 햇살, 높고 푸른 하늘, 바람에 살랑이는 꽃잎, 낮잠 자는 길 고양이, 아이의 청량한 미소, 사랑하는 사람과 맞잡은 손의 온기, 친구와 먹는 점심, 포근한 이불, 커피 한 잔...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나열하려 하니, 셀 수 없이 많다. 아름다운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것들이 모인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다.

 세상은 나를 자주 절망하게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조차 모를 문제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가득하다. '답이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답이 없다'는 말은 가장 쉽고 비겁하다. 그 안에는 "어쩔 수 없어. 해결할 수 없어. 바뀌지 않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실을 직시했을 때 오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는 그 불편함에서 답을 찾는다. 현실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이해하는 것,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 앞에 깊이 탄식하는 것 말이다. 문제를 제대로 봤을 때 느끼는 불편한 감정은 오히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한다.

 나는 절망이 스며든 자리에 희망이 꽃 피는 것을 많이 보았다.
 역사상 불의한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사회를 더 정의롭게 만들었던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만약 아무도 우리 사회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면,
 약자들이 소외당할 때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면,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의함에 아무도 분노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됐을까?

 그러니,
 울지 말라고, 화내지 말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지 말라.
 참담한 현실 앞에 마땅히 슬퍼할 자유를, 분노할 자유를 달라.
 이제는 우리가 마음껏 절망하도록 내버려 두라.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 테니까.





<작가의 말>
2017년 3월 10일. 이 날의 경험이 시민들로 하여금 힘을 가진 사람들만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개인들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의 목소리가 의미 있고 존중받을 만한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 승리의 경험으로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장의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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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natsu
    • 절망하도록 내버려두어라! 멋진말입니다!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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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른
    • 2017.03.31 15:5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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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tsu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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