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처는 가족을 입고 [시각예술]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야기
글 입력 2017.03.0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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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영화를 본 날이 딱 가족문제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던 날이었다.
그 날, 그 감정으로 이 영화를 보면 어쩐지 위로가 되거나 아니면 더 요동쳐서 아예 터져버리거나 둘 중 하나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봤다. 결과는 나름 성공이었다. 공감을 통한 위로도 됐고 (영화 보면서 우는 게 손에 꼽는 내가) 울면서 감정의 해소도 나름 이루었으니 말이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건드리면 울컥하는 키워드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족이 그러하다. 누군가가 애증의 정의를 묻는다면 나는 가족이요, 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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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지 세상의 끝>은 그런 가족을 다루고 있다. 감독 자비에 돌란의 전작 <마미>도 가족(중에서도 엄마와 아들)을 다뤘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그 전전작 <로렌스 애니웨이>는 안 봤지만 가족 이야기로 알고 있다.) 감독이 가족스토리에서 못 벗어나는 이유가 궁금하지만 계속 붙잡게 되는 이유도 알 것만 같다.

이 영화에는 엄마, 첫째 아들(앙투안), 그의 부인(카트린), 둘째 아들(루이), 막내딸(쉬잔)로 구성된 한 가정이 등장한다. 집을 나가 살던 둘째가 12년 만에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영화가 끝나고 가장 궁금했던 건 루이가 왜 한 번도 감정을 터뜨리지 않았냐는 거다. 루이와 카트린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줄곧 격양되어 감정이 요동친다. 앙투안의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폭발보다 루이의 삵힘이 더 의아했다.

전작 <마미>에서도 그랬지만 자비에 돌란의 영화에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캐릭터 감정선이나 스토리 전개 같은 부분)이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한없이 용서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적어도 우리 가족을 생각해보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나빠지고 서로 감정이 상하고, 용서되고, 어떤 건 몇 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아픔이 되곤 한다.
(동감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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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놀란 감독을 두고 천재감독이냐 그저 스타감독이냐 등의 말이 많지만, 가족을 주제로 이렇게 감정을 자연스럽게 터뜨릴 수 있는 영화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모성애나 부성애 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냥 가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가족 때문에 힘이 들 때, 우리 가족은 왜 이러냐 싶을 때 보면 좋겠다.
영화에 등장한 문구를 인용하자면,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환상’ 그것에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영화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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