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시대 - 모두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2.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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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다섯 명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그들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드라마이다. 

20대. 어른이 된다는 설렘 또는 두려움. 자기 인생의 무게를 온전히 혼자 짊어지게 된다는 부담감. 가끔은 밟고 있는 땅이 꺼질 것 같다는 불안함. 타인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에 대한 혼란. 우리의 이야기이다.

평범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상처받지 않기 위한 거짓말. 죄책감에 제대로 마주볼 수 없었던 삶.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불안함에 맞서 서로 손을 잡고 나아가는 걸음. 그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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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참는 줄 알았다. 나만 불편한 줄 알았다. 나만 눈치 보는 줄 알았다.
말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 말하면 미움받을 거라는 두려움, 비웃을 거라는 지레짐작.
그러고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무례하고, 난폭하고, 무신경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만했다. 나와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이다.”

 ‘청춘시대’ 주인공 중에서도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가장 눈에 띄게 변한 사람은 은재일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셰어하우스에 들어갔을 때 언니들의 텃세를 참다 참다 울화를 터트린 은재가 들은 말.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지? 절대 모른다 너.” 자신의 감정만 중시했던 은재는 하우스 메이트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멀리 떨어져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나와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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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재의 깨달음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자기 삶을 살기에도 너무 힘들어 주위에 벽을 두르고 살아 온 진명은 하우스 메이트들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고 슬픔이 넘칠 때 다른 사람에게 기대기도 한다. 또한 “나한테는 그만큼의 유혹이 없었을 뿐이야.”라는 말로 몸을 팔아 돈을 번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경멸하던 이나의 삶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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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같은 이미지로 등장한 예은은 알아갈수록 악의는 없지만 치기는 있는 인물인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자기 일은 얄미울 정도로 잘 챙기는 것 같지만 결국 그렇게 사랑하던 남자친구에게 감정적으로 배신당할 뿐 아니라 물리적 상해까지 당해 하우스 메이트들의 도움을 받아 구출된 후 애써 숨겨왔던 ‘찌질하고 슬프고 약한’ 진심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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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밝고 당당하고 똑똑하고 예쁘고 모자란 것은 남자밖에 없다는 송 선배, 송지원은 언뜻 보기엔 완벽해 보인다. 극 중반까지는 딱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채로 다섯 여자들의 연결 고리 같은 역할을 하던 지원에게도 거짓말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은재에게 건넸던 “사람마다 죄다 사정이란 게 있다는 거야.”는 말은 사실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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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몸매와 미모로 남자들을 홀려 명품을 받아내며 ‘인생 편하게 사는’ 것 같았던 강언니, 강이나의 삶 또한 과거 버스 추락사고 당시 같은 반 친구를 버리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짓눌린 것이었다. 이나는 진명의 ‘당당한 삶’에 대한 부러움을 인정하고, 의문의 아저씨 오종규를 만나 자신의 감정을, 하고 싶었던 일을, 살고 싶었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삶은 가볍고 순간적인데

하루는 길고 너무 무겁다

갑갑한 마음이 모여 꿈을 꾸다

짙은색 밤들이 모여 겨울이다"

 드라마의 시선은 다섯 명의 여자들이 서로 엮여 충돌하고 이해하며 연대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그려내면서도 보는 이에게 어떤 교훈을 강요하거나 억지스러운 모습을 연출하지 않는다. 과하면 과한 대로, 덤덤하면 덤덤한 대로 그저 관찰하며 인물들의 감정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비춰 직접적으로 와 닿을 수 있게 한다.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은 오히려 앵글 밖의 OST이다. “겨울로 가기 위해 사는 밤” 외에도 “사랑의 한가운데”, “매일의 고백”, “Butterfly” 등 상황에 어울리는 가사와 담담한 멜로디를 담은 곡들이 ‘청춘시대’ 특유의 “짠내”를 극대화한다.

 ‘청춘시대’가 그려내는 청춘들은 비록 드라마 속 인물들이지만 현실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평을 받았고, 다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실제 20대 청춘들의 일면을 나눠 가진 청춘의 교집합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교집합은 겉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어딘가는 분명히 모자라고 아프고 곪아 있는, 밑천을 잃고 단단한 바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청춘시대’는 그들 모두 “나와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해해 달라고. 손을 잡아달라고. 함께 불안해하자고.

[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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