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임과 예술의 융합, 뉴게임플레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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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지금까지의 게임이라는 것은 제작하기에 어려운 난이도와 집단적인 힘이 필요했기에 상업적으로, 일부 연령대나 취향 등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분야였다. 이에 따라 연령층과 취향이 게임의 장르마다 분명해지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큰 문제가 되면서 게임은 고정관념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를 견디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예술가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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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6.07.20(수) ~ 2017.02.19(일) (총 185일)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제 2전시실


 이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16년도부터 벼르고 있다가 부푼 기대를 안고 최근에 방문하였다. 게임과 예술의 융합을 테마로 정하고 전시한 것은 아마 이것이 국내에선 최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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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관의 일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보인 것들은 여느 게임행사와 다르지 않았다. 줄지어 배치되어있는 모니터들과, 거대한 화면들 그리고 VR까지…, 평범한 미술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또한, 1층의 백남준 작가의 작품들과 상당히 비교되는 가벼운 분위기였다.

 사실 게임이라는 매체를 예술로 받아들여본 적이 별로 없기에, 새로운 시도를 한 많은 작품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고민하고 연구한 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개 전쟁과 난민, 성차별과 페미니즘, 사고의 전환 등을 다루었다. 



           / Feminis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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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쇨펠더, 피터 루의 「Perfect Woman」

 중독성이 굉장히 강한 ‘퍼펙트 워먼~♪’이라는 노래가 무한재생 되고 있기에 다가갔더니, 포즈를 따라하는 게임이었다. 만 15세 이상이라는 제한을 보고서도, 영유아적인 연출이 관람객을 플레이하는데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겉이 다가 아니라고 했던가.

 플레이 방법은 간단하다. 적절히 떨어진 거리에 화면과 마주보게 서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화면에 나오는 포즈를 정확히 따라하면 성공이다! 그런데 사실 이 난이도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팔 하나, 다리 하나 정확히 들고 내려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캐릭터가 그 자리에서 처참하게 죽는다. 여자가 하는 자세, 아이가 하는 자세…,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져있다.

 여자다운 것은 무엇이고, 남자다운 것은 무엇일까? 이 게임은 그런 질문을 던지기보다, 사회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사회가 만든 성역할과, 그것에 관람객이 직접 몸을 끼워 넣어보면서, 어느새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도 이 게임에서 완벽한 여성이 될 수 없으며 ‘성역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게임은 ‘완벽한 여성Perfect Woman’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사실이었음을 깨우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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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의 불편함과 성차별적인 시선에 반발한다.

/평등함을 향한 갈망
 다른 게임에선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억압받아온 경험들과 불공평함으로 인해 쌓여있던 억울함을 한 번에 털어놓는다. LEVEL이 1부터 4까지 나뉘어져 있는데, 순서대로 플레이하면 하나의 연설을 들은 것처럼 여운이 남는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SNS에서 흔히 떠도는 여성들의 푸념들 같기도 하고, 내 이야기, 혹은 주위 사람의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8비트로 구현된 사회는 강렬해서 새삼스럽기만 하다. 이게 우리의 이야기가 맞단 말인가?



           / W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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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사회(Society and Games)

/책임을 강요당하다
 게임에서 총을 들면 쏴서 죽이는 것이 공식인 것 마냥, 모두 「1378km」라는 게임 앞에서는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총을 쏘면 법정 앞에 서게 된다. 책임의 대가를 고스란히 받는 셈이다.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우스를 잡고 있던 부모들은 아이들보다 금방 흥미를 잃고는 아이들을 부추긴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자리를 떠난다. 또 새로운 아이들이 온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그 모습들조차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게임과 예술

미술관 안으로 들어온 게임은 게임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선입견들을 모두 벗어내고 예술품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게임과 예술품이 갖는 공통점은 작품 앞에서 깊게 생각해보거나 직접 플레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임은 어떻게 보면 가장 완벽한 매체이다. 어떤 매체도 게임만큼 개인의 자유도가 크지 않다. 영화, 미술, 회화, 음악…, 모두 질질 끌려 다녀야 한다. TV마저도 보고 싶은 걸 고르는 것이 전부지만, 게임은 또 다른 인생을 살게 해준다.

 또한 시청각을 한 번에 이용하기 때문에 경험이나 상상을 몰입도 있게 공유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며, 이는 아주 큰 이점이다. 기술이 발전할 때 같이 득보는 것도 게임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죽네 사네 하는 것들이 많은 반면, 게임은 미래지향적이다.

 하지만 위의 박지혜씨의 말처럼, 게임은 부정적인 선입견이 큰 매체이다. 또한, 게임이 예술 쪽으로 발전하기도 힘들다. 예술 하려고 게임 배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고, 순수 예술을 하려다가 게임으로 빠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자체의 난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게임과 예술의 융합이 지금껏 늦춰졌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마치며
 
 그래도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은 거대하다. 인식의 개선과 활동의 장이 열린다면, 이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 안에 게임이 들어온다고 해서 게임은 다른 존재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객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선택입니다. 플레이어가 되는 순간 게임은 미술작품이 그러하듯이 관객과의 의미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박지혜(BYTE)
[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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