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순간] 너희로 인해

글 입력 2017.02.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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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로 인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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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親舊) [명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나에겐 대학에서 만난 두 친구가 있다.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보통 이렇게 반응한다.
 "너희가 친하다고?"

 두 친구를 비교해 보자면,
 한 친구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잘 놀러 다니고 약속도 많다. 항상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얼굴은 귀엽게 생겼는데 속에는 불이 들어있어서 모험을 좋아하고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마치 밖에서 전투를 치르고 우리에게 돌아와 안식을 누리는 것 같은 이 친구.
 또 다른 친구는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인상이 도도해서 다가가기 힘들게 생겼는데 알고 보면 이렇게 여릴 수가 없다. 걱정이 많은데 그게 성취의 원동력이 된다. 계획적이고 자기관리를 잘 한다. 밖에서는 사람들에게 잘 맞추는데 가까운 사이가 될수록 아이가 되는 이 친구.

 나는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이렇다 할 가까운 친구가 없었다. 무리에 녹아들기 보다 떨어져 있는 것이 더 편한 성격 탓이기도 했고, 기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탓이기도 했다. 친구는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생각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느낌, 그 연결감을 성인이 되어 경험했다.
 
 우리는 어쩌다 친구가 됐을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딱 들어맞았던 것도 아니고 마주한 시간이 아주 긴 것도 아닌데 가까워졌고 더 가까워지고 있다. 아마 '어쩌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지 모른다.
 어찌 됐든 나에겐 오래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이 생겼다. 부끄러운 얘기,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까지 쭈뼛거리며 꺼내놓을 수 있는 존재들. 미숙한 존재들이 만나 서로의 얘기를 듣고 공감하고 느끼고 울고 웃는다.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친구라고 다르진 않다. 때로는 한없이 내 편이다가 때로는 서운할 만큼 따끔한 말을 해주고 때로는 서로가 이해가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건 서로가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없으면 죽고 못 산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의 인생에서 사라지면 지금보다 삶이 더 건조해질 거라는 얘기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진 않았지만 인생에서 고민과 생각이 가장 많은 시기를 함께 한다. 가장 가능성이 많으면서 동시에 가장 흔들리는 시기를. 이 시기에 나는 너희에게, 너희는 나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는 완벽하지 않다. 개개인의 존재도 완전하지 않을뿐더러 조합도 왠지 어색하다. 서로 모든 걸 채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불완전한 서로를 의지하고 있고, 우리는 지금 서로가 꼭 필요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 마음과 삶의 한 공간을 이미 너희에게 내어주고 있으니까.
 어느 것도 분명하지 않은 시기지만 우리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사실만큼은, 너희로 인해 내 존재가 좀 더 안전해지고 내 마음의 공간이 좀 더 채워지고 내 삶이 좀 더 아름다워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래 어쩌면 친구라는 단어는 나에게 이 정도로 족한 것 같아.
 너희로 인해 내 삶이 더 아름답게 채워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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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릴 당시 정말 초췌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겨우겨우 카페에 앉았는데 친구들이 들어왔다. 그날은 셋 다 상태가 참 안 좋았다. 둘이 들어와서 장난치는 걸 보는데 신나게 웃고 나니 신기하게 에너지가 생겼다.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이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그려두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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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너희에게 친구란 뭐니?"

"모르고 지내다가 드디어 만난 반가운 가족."
"어쩌다 길러진 머리 같은 존재."

"......?"



[장의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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