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를 했다.
바다를 끼고 삼십 몇 층이나 되는 아파트들이
무리지어 우뚝이 서있다.
썩 마음에 드는 동네는 아니지만
친해져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느 곳에나 있는 번화가 대신
조용한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사락이는 겨울 바람이 볼을 스치고,
꽁꽁 언 작은 호수 언저리에는
물고기 대신 고양이 한마리가 유유히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마주한 편백나무 숲.
족히 수 백 그루는 될 법한 나무들이
고층 아파트를 견제라도 하듯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자라나 있다.

숲을 한바퀴 돌아 내려오면
채 돋지 않은 잔디밭에 무심한듯 묵묵히 앉아있는
양들을 만나게 된다.
하얗고 보송한 상상 속 양과는 영 거리가 멀지만
누렇고 꾀죄죄한 이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짓게 만든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은
나에겐 늘 까다로운 일이지만
정이 들만한 구석을 하나 찾아내고 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게 된다.
새 동네,
또 다른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