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섬세한 예술, 향기에 대해 말하다 [다원예술]

글 입력 2017.02.0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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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감인 촉각, 미각, 시각, 후각, 청각 중 가장 민감한 감각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보는 것도 만지는 것도 듣는 것도 맛보는 것도 아닌 맡는 것, 바로 후각입니다. 후각은 예민하게 냄새를 알아차리고 또한 그만큼 냄새에 금방 적응하기도 하지요. 그러니 이 냄새를 다루는 예술을 가장 섬세한 예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법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후각을 충족하는 예술, 향기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그거 아세요? 향기 문화는 사실 몇 천 년 전부터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는 사실을요. 향수를 뜻하는 단어 Perfume은 라틴어 ‘per(통하다) + fumun(연기)’의 합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연기를 통하여’란 뜻이지요. ‘향을 피우다’란 말 들어보셨죠? 이처럼 고대의 향 문화는 올라가는 연기를 통해 신께 향을 바치는 제의 때로부터 시작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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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도 바라나시에서 열린 힌두 의식
신자가 향을 피우고 있다


이런 향기가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산물로 발전하게 된 것은 17세기 프랑스에서 부터 였습니다. 가죽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의 프랑스는 오물과 뒤섞인 악취가 진동했고, 이 악취를 상쇄하고자 향수가 등장했지요. 그리고 이것은 시간이 흐르며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전문적으로 향을 다루는 향수 장인이 나타났고, 그가 만드는 차별화된 향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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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에르메스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퍼퓨머 장-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


그림을 그리는 이를 화가라고 부르고 글을 쓰는 이를 작가라고 부르듯 향기를 다루는 사람은 조향사라고 부릅니다. 조향사에 쓰이는 조(調) 자는 고르다, 조절하다, 어울리다, 길들이다, 꼭 맞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어울리는 향기를 고르고 조절하여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게 꼭 맞도록 길들이는 사람이 조향사인 셈이지요.

향의 본고장 프랑스의 유명한 조향사 집안 출신, 장-클로드 엘레나는 말합니다. 향수는 문학이고, 조향사는 작가라고 말입니다. 그는 각종 향을 섞어 하나의 향수가 가진 하나의 완성된 문학 즉,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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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지만 향기를 다룬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조향사가 되기 위한 관련 전공으로 ‘정밀화학과, 화학공학과, 화학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향기란 사실 화학인 것입니다. 아름다운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적 감각 뿐만 아니라 화학적 지식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또한 가장 쉽게 피로해지는 후각을 달래며 아름다운 향기를 쟁취해 나갈 체력과 인내심, 지구력 역시 필요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향기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향기는 치밀한 이성의 산물인 동시에 섬세한 감성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성과 감성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그래서 향수는 예술입니다. 0.1g의 향료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 향기는 달라지고, 똑같은 향수라도 뿌린 사람에 따라 그 향수는 다른 향을 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는 변화무쌍한 향기, 놀라운 예술의 세계입니다.


Manner Makes Man

한때 유행했던 영화 대사이지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그 매너의 큰 부분을 향기가 차지하지 않을까요? 매너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향기가 매력의 큰 부분임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테니까요. 믿거나 말거나, 14세기에 최초의 알코올 향수를 뿌린 헝가리 왕비 엘리자베스는 70세를 넘은 나이에도 폴란드의 왕으로부터 구혼을 받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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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떠신가요. ‘나만의 향기’를 찾는 일에 오늘도 도전해 보시는 건? 하루 동안 우리는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냄새와 조우하며 살아갑니다. 살아있는 한 멈추지 않는 호흡의 과정에서 후각은 쉬지 못하고 달리는 감각인 것이지요. 그런데도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홀대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향초나 디퓨저 등에 대한 관심으로 향기가 조망받고 있는 것이 저는 반갑습니다.

향기는 매력이고, 개성입니다. 곳곳에 있는 수제향수 숍도 좋고, 자신만의 향수를 직접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 당장 집 근처의 화장품 가게도 좋습니다. 아니, 인조적인 향이 아닌 지나가다 마주치는 꽃가게의 꽃 한송이도 좋습니다. 매일 쓰는 샴푸의 향, 비가 내린 뒤 느껴지는 알싸한 감각도 훌륭한 향기이지요. 그러니 오늘은 아름답고 섬세하며 우아한, 이 예술의 세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향기에 대한 관심은 분명 당신을 보다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이미지 출처

(대표이미지)신세계백화점 공식 블로그(http://shinsegaeblog.com/616)
(1)인문360˚(인류, 향을 찾아 떠나다, http://inmun360.culture.go.kr/)
(2)신세계백화점 공식 블로그(http://shinsegaeblog.com/295)
(3)향수 웹진 퍼퓨머 인스타그램(@perfumer.kr)
(4)구글 검색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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