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북촌방향. 흑백,우연,극단,모순 이 모든 것들의 반복의 연속선상에서. [시각예술]

반복에반복, 그리고 반복이 삶안에, 그들은 주절거리며 일상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글 입력 2017.01.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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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유없이 일어난 일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이루는 건데

-영화 북촌방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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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북촌에서 시작해서 북촌에서 끝이난다.
한때 영화감독이던 성준(유준상)은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 사는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려 한다. 그러나 첫날은 영호와 만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우연한 만남을 갖는다. 다음 날 혹은 다른 어떤 날, 영호를 만난 성준은 영호의 후배 여교수 보람(송선미)과 ‘소설’이란 술집에 간다. 술집의 여주인은 묘하게도 성준의 옛 여자와 무척 닮았다. 다음 날 혹은 또 다른 어떤 날, 영호와 만난 성준은 전직 배우와 술을 마시고, 여기에 여교수가 합류해 네 사람은 다시 ‘소설’을 찾아간다. 성준은 술김에 여주인과 키스를 나누게 된다.

(네이버 영화 줄거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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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대로 영화 '북촌방향'은 흑백영화이다. 홍상수 감독의 말에 따르면 처음부터 흑백영화는 아니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두루뭉술하지만 눈 내리는 서울의 느낌과 작은 것들이 반복되는 디테일한 것이 흑백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또 단순하게 보이고 싶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촌방향이란 제목으로서도 영화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북촌이라고 할 수 있는 데, 거기에 방향까지 붙인 이유는 그의 영화에서 방향, 즉 그 방향 안에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공간에서 어떠한 대화들이 이루어지고, 그 대화들이 모여모여 어떠한 일들을 만들어 내는가.

그의 영화 북촌방향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시간의 존재, 그리고 그 시간 속의 우연이라는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심오한 주제를 엮어낸다. 얼마나 말도 안되는 우연들이 모여 그것들이 삶을 이루고 삶을 채우고있는지. 그의 영화가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마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문득문득 영화에서 솟아오르기 때문인 것이다. 살다보면 간혹 너무나 놀라운 일들이 우연처럼 작용해서 나를 놀라게 만드는 그런일들이 사실은 이유없이 일어난다는 것.  우연을 추적하다보면 그 이전의 우연, 또 그 '우연' 전의 우연까지 찾아야 할 수 밖에 없고, 끝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그것은 마치 우리에게 이야기의 미로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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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중첩이 주를 이루는 이 영화이기에 꽤 많은 우연들이 얽힌다. 어떻게 보면 말이 씨가 되는 영화라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하자면 여기서 보여지는 우연들에게 필연성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것들이 즉, 말로써 행동이 보여지고, 행동으로서 말이 되는 우연의 중첩들을 이야기하는 것일 지도 모르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충 만들어진것 같으면서도 매우 섬세하고, 소름끼칠 만큼 극사실적이고 어딘가 신비롭고 비범하기까지한 홍상수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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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개봉예정인 차기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 라는 영화의 제목으로만 살펴봐도 홍상수의 영화 제목들은 시간과 공간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어떤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시간과 공간을 변주하며 얼기설기 펼쳐지는 시답잖은 대화 속에서 인생에 대한 통찰을 녹여내다가도 마지막엔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은 그의 어떤 영화들을 봐도 느껴지는 바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장면들, 그리고 대사들만 들었을 땐 반복되는 나열속의 구성이라는 점이 어쩌면 횡설수설한다고 느껴질 수 도 있으나 더욱 깊이 들어갔을 때는 결국엔 너무나도 일리있는 외침으로 들려와서 돌아봐서 생각할 때에도 여전히 좋은 영화라고, 홍상수의 영화는 무조건 믿음이 갈 수 밖에 없다며 되내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


[정보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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