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다

그리다 : 1. 연필, 붓 따위로 어떤 사물의 모양을 그와 닮게 선이나 색으로 나타내다.
2. 생각, 현상 따위를 말이나 글, 음악 등으로 나타내다.
그림을 그리다. 기억 상으로 유치원 시절부터 그리는 일을 좋아했다. 끄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연필이나,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항상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무작정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렸다. 예를 들어 공주님과 왕자님 같은 것들을.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상상하던 것을 그렸고, 그 이후부터 상상하던 것들과 더불어 주변에 있는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상하는 것을 그리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그린다는 일은 사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기 시작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주변에서는 그림이 밥벌이 할 수도 없으니 '취미'에서 끝내라고 했지만. 그렇게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이 아니었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린다는 그 근본적인 일을 좋아하고 또한 끊임없는 욕구가 있었다. 더불어 약간의 재능도 꾸준함에 불을 붙여 주었다.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게 차곡차곡 나이가 쌓이는 만큼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나, 그러니까 일러스트레이터 白(HAYANG)에게 있어 그림은 같이 자라나는 또다른 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주변을 그리다


그림은 그 사람을 닮아간다고 보통 얘기한다. 즉 같은 주변을 그려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디지털 작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손으로 그린 그 감성을 좋아하는 건 본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시당초 계속해서 연필 펜과 종이를 사용했고, 고등학생 때는 서양화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조금 특별한 계기로 정형화 된 입시 수채화 대신 유화, 아크릴화, 펜화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더욱 더 손으로 그린 그림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그림을 배울 땐 주로 모작을 하게 되는데, 따라 그리면서도 개인의 특성이 드러난다. 보통 그 특성은 본인이 자각하기 힘들지만 대체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내 그림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더욱이 혼자 그리고 혼자 보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겐 그런 이야기들이 매우 소중하다. 소통하며 꾸준히 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었다. '따뜻하다.', '포근하다.', '일상이 느껴진다.', '감정이 전달된다.' 소통이 중요한 것은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작업의 방향을 잡게 해준다.
그 덕분에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자 목표는 '나의 그림을 보며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며,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다.' 로 뭉쳐졌다. 사실 그림의 방향이 확립되어도 계속해서 보고 배워가며 화풍이 바뀌긴 하지만 특성은 그대로 묻어난다. 사실 처음에 주변을 고집스레 그리면서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흔한 주변을 그리는 게 과연 괜찮을까? 꾸준한 소통을 통해 그것이 나만의 특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그리고 기록하며, 보여주는 것이 내 그림의 색(色)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주변을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를, 감성을 전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