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혼자산다 - 혼자로 살아간다는 건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1.0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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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마지막 밤, 딱히 약속이 없다면 집에서 맥주 한캔과 함께 혼자만의 여유를 누려본다. 그리고 야심한 시각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또 다른 누군가의 솔로라이프를 엿볼 수 있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손꼽히는 탑모델,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중년배우, 괴짜같은 웹툰작가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의 하루를 보여주는 바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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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챗바퀴 돌아가는듯한 비슷한 일, 비슷한 업무량이 할당되는 직장 생활에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권태로움이나 지겨움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들쑥날쑥한 스케줄, 때로는 스스로가 일을 찾으러 다녀야 하고 그마저도 없다면 그저 다시 일이 들어오기전까지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가지기도 한다. 불안함과 초조함의 연속이다. 나이는 한살 한살 먹어가고 나의 밑으로는 싱그럽고 젊은 후배들이 계속 치고 올라온다. 치열한 사회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할 줄 알아야 하고 같은 일이라면 더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총과 고성이 오가지 않을 뿐 전쟁터가 따로 없다. 그렇게 쉴 새 없는 전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이 하나 따뜻한 온기 하나 없다. 가끔은 서늘한 적막함에 마음이 울적해진다. 어디에도 토로할 수 없는 서러움이 눈가로 치밀어 오르고 눈물로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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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허무하고 외로움에 사무친다고 했다. 직업 특성상 런웨이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모든 이의 시선을 받는 모델이기에 더 그런 감정들을 느낄 것이다. 혼자 살아간다는 건 외로움과의 동거가 시작된다는 것과도 같다. 어렸을 적에는 독립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누구의 간섭도 없이 완벽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다. 그러나 차차 나이가 들어가고 인생의 쓴맛을 하나둘 보다보면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스스로를 혹독하게 다그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고 내 이름으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알게 된다. 크지 않은 집에 있어도 자꾸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외로움이란게 들어오지 못할 만큼의 작은 공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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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는 3년동안 진행해왔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차하면서 담담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진행 도중에 온 어머니의문자를 받고선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무심한 아들을 유일하게 만나는 시간이었다는 문자가 이토록 죄스러움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능력이 될때 자신을 찾아주는 곳이 있을때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건강도 또 소중한 것들도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  끝내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어 욕심 내던 일을 그만 두게 되서야 자신의 이기심에 소중한 누군가는 상처 받았음을 알게된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독립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고 나면 자연스레 나에 대해 더 집중하기 때문에 부모님에 대해서 덜 신경쓰게 된다. 마음으로는 늘 생각하고 있는데 먼저 전화하는 일이 왜 그렇게 실천이 안돼는지 모르겠다. 바쁜데 괜히 신경쓰일까봐 전화도 자주 못하다가 오랜만에 전화 온 엄마의 목소리에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굴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생활한다고 해서 주변사람들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면 안돼는 것이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소홀해지다보니 주변인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삶에 무심함이 깃들면 몸과 마음 모두가 외로워져 버린다.


혼자로 산다는건 정말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삶이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자신의 감정까지도.  울음이 잦은 삶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싱글라이프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혼자 사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당연한 일도 아니다. 생각보다 치열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 많고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다. 주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끔은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어도 좋다. 또 뜬 눈으로 지샐 것만 같은 긴긴 밤이라면 치킨 한마리 사들고 맥주와 함께 찾아가는 것도 좋다.  홀로 참 잘살아가고 있다고, 나였으면 못살것 같다고, 대단한거 같다고. 당신의 그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혼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외로움이 한 줌 정도는 덜어지기를 바래본다.


[강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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