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의의 다른 표현 - 선물 [문화전반]

글 입력 2016.12.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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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기니 지역의 일부 섬에서 행해지는 ‘쿨라’라는 풍습이 있다. ‘쿨라’는 바이과라고 부르는 2종류의 물품을 교환하는 풍습이다. 바이과에는 붉은 조개 목걸이(소울라바)와 흰 조개 팔찌(무와리)가 있다. 바이과는 다른 바이과와 교환되는 것 외에 실용적 가치가 없고,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1~2년 내에 다른 섬의 다음 상대에게 넘겨줘야 한다. 2종류의 바이과는 ‘쿨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섬으로 계속해 돌아간다. 섬 사이의 교역이 쉽지 않기 때문에 ‘쿨라’가 일어나는 동안은 다른 물품의 교역도 일어난다. 바이과를 통한 사회적 위신의 획득과 여러 물품의 교역이라는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과 집단간의 사회관계를 확립하고 평화를 확인하게 한다. ‘쿨라’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관계 증명으로 쓰이는 것이다.


선물 표지.jpg
 

 12월, 우리는 끊임없이 준비한다. 크리스마스를 가장 큰 행사로 하여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 그 과정에 ‘선물’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간의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럴듯한 선물을 고민하고,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른다. 여러 조건을 따지는 시간 동안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바일 웹툰 어플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는 <앙영의 일기장>이라는 웹툰에서 선물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있다. 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날 하는 깜짝 선물을 좋아한다.
깜짝 선물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고
작은 꽃다발이나 양말 같은 부담 없는 것들.
이런 선물을 하는 데 이유는 딱히 없지만 굳이 이유를 꼽자면,
그저 길가에 있는 꽃을 보았을 때 네가 떠올랐기 때문이고
놀랐다가 이내 웃어버릴 네 얼굴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네게 건네는 작은 선물은 내가 쓰는 짧은 편지 같은 것이다.

그 선물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작은 선물은 받는 것도 주는 것만큼이나 행복하다.
내가 줄 때와 마찬가지로 선물이 뭔지 가격대가 얼마인지 보다는
그냥 길을 걷다가 네가 내 생각을 했다는 것이 좋고
내가 너의 마음 한 구석에 그만큼이나 자리 잡았다는 것이 기쁘다.”

- <앙영의 일기장> 143화 ‘작은 선물’ 中 일부


 사실 호의의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 선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분명 몇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많은 것을 증명하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 선물을 건네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보며 ‘나를 이만큼이나 생각해주고 있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끼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생각해주고 있음보다 더한 위로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선물을 한다. 주는 사람에게는 호의이고 받는 상대에게는 위로가 되니까. 서두에 소개한 ‘쿨라’의 경우에도 그렇다. 풍습은 일면 의례적이기도 하지만 조개 목걸이와 팔찌를 건넴으로써 부족 간의 관계를 다진다. 섬 간의 교류는 어렵기 때문에 쿨라의 관계를 핑계 삼아 교류의 장을 열기도 한다. 식인의 풍습이 있던 지역이기 때문에 쿨라의 관계는 서로를 지켜주는 동맹의 관계이기도 하다. 실용적이거나 금전적이지 않은 그저 오래된 액세서리가 여러 개의 섬을 거쳐 여러 부족, 많은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증거로 쓰이는 것이다. 분명 그것에는 물건 이상의 가치가 담겨져 있다. 선물의 가치는 금전적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호의의 일종으로 매겨야만 할 것이다.


 <앙영의 일기장>에서 하는 일상에서 주고받는 작은 선물도 좋지만, 요즘은 시기가 적절하다. 나는 이 시기자체가 선물을 건네는 일종의 포장지 같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되지만 이유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평소에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건네기 적절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물이든 감사를, 사랑을, 행복을 담아 꼭 한 번씩은 건네주고 싶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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