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의 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자의 화해 - ‘올드 위키드 송’

글 입력 2016.12.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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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은 자기 세계에 갇혀 있는 피아니스트다. 20대의 천재 피아니스트라 미국에서 극찬 받던 그는 1년 전 부터 연주회를 열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교수를 찾는데, 선행 학습을 맡은 ‘마슈칸’은 피아노가 아니라 노래를 가르친다. 그는 음악에 대해 감정에 대해 강조한다. 삐뚤어진 사춘기 소년처럼 굴던 ‘스티븐’은 어느새 ‘마슈칸’의 교육을 따른다. 두 사람의 갈등은 ‘마슈칸’이 유태인을 폄하하는 언급에서 시작된다. ‘스티븐’은 교육자로서 존경하는 자신의 선생님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것을 참을 수 없어했다. ‘스티븐’이 분노하는 이유, ‘마슈칸’이 유태인을 폄하하는 이유는 결국 같은 상처를 마주하는 다른 방식임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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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극이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단편소설집’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처음 본 2인극이 ‘단편소설집’이다보니 2인극하면 그것만 떠오르는 게 버릇이 된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편소설집’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좀 더 굳어있었다. ‘올드 위키드 송’에서는 동료 같아 보이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스승인 ‘마슈칸’이 장난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둘의 권력구조가 ‘스티븐’이 ‘마슈칸’의 수업을 선택해야 가능한 관계로 흘러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예술이지만 그 근본에 대해 얘기하며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비슷한 점이었다. ‘단편소설집’에서는 소설의 기술보다는 그 소설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는지를 중점으로 얘기했다.

 ‘올드 위키드 송’은 그런 점이 더 두드러졌는데, 가사를 생각하며 어떤 감정인지를 이해하고, 그 가사를 어떤 멜로디와 리듬으로 표현을 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했다. 책을 읽고 외우는 것에 치중하는 한국식 교육과는 달리, 추상적인 예술적 근원을 훑는 방식의 교육은 인상적이었다. 분명한 것은 수업에 부정적이었던 ‘스티븐’이 어느새 스승으로서 ‘마슈칸’을 존경하게 되었고, 스승에 대한 존경은 인간적인 우정으로 확장되어 두 사람은 어느새 동료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인극이 흥미로운 점은 최소의 대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최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관계의 흐름이 세밀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세밀하게 보이는 만큼 감정선과 인과관계를 촘촘하게 엮어야 하는데, 이번 연극 역시 그런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것은 ‘스티븐’이라는 인물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는데, 민족적 상처에 그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평소에 그가 민족적인 자긍심 혹은 그 상처에 대한 아픔을 표현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박해의 현장을 목격한 그 경험 하나로 그렇게까지 분노하는 심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시대적 배경 상, ‘스티븐’은 유대인 박해의 경험자는 아니지만 그들을 부모로 둔 2세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민족적 정서가 많이 흐려진 나의 세대로서는 그 갑작스럽게 격해진 분노가 의아했다. 다만 시대가 훑고 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남자. ‘스티븐’과 ‘마슈칸’의 화해가 가능했다는 것에 진심으로 안도했다. ‘마슈칸’의 유태인 혐오 발언은 그만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이었다.

 남들에게 상처받기 전에 자신의 말로 먼저 상처를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 상처가 없을 수는 없다. 그것은 때로 지독한 흉터를 남기고 어떤 흉터는 자신조차 보고 싶지 않을 만큼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남자는 음악 안에 화해하고, 음악으로 얘기하고, 음악 안에서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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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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