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 다니엘 블레이크. 화면 속의 점이 아닌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외침 [영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외친다.
글 입력 2016.12.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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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다..
세상 어디에나 어느 한켠에는 부조리가 존재한다.
영국에 갔을 땐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했는 데,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입장으로서 여행자의 신분으로 갔기에 잘 몰랐던 것이다. 세상 어디에나 부조리가 곳곳에, 마치 숨박꼭질하듯 숨은듯 존재하고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삼 느끼게 되고 그리고는 이내 그러한 현실에 느껴지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볼 때 서러워서 몇번이나 눈물을 훌쩍했는지.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가 며칠을 굶었고 식료품 지원소에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여 짐승같이 통조림을 뜯어 손으로 퍼먹는 장면이 있었다. 이내 뭐하냐는 식료품지원소 안내원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고 케이티는 너무 너무 죄송하다며 너무 굶은 탓에 머리가 핑 돌아 그자리에서 캔을 깔 수 밖에 없었다며 펑펑 울었다. 다니엘(데이브 존스)이 와서 그 행동은 절대 케이티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할 수 있다며 위로해 주었다. 그때, 나도 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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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중간 중간 내 자신을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영화였다.
집에서 놀고 먹고 자고 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세상만사가 편한 내가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였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까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선 다시 일어나기 조차 힘들정도로,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는 사람들이 연명하듯 살아가고 있는데 사소한 고민거리로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 까 생각하게 된다. 만약 내가 케이티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애 둘을 데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다니엘 블레이크가 내건 1인 시위조차 경찰에 연행되었고 정말 세상은 강자의편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와닿던 순간인지라 너무너무 슬펐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 뻔뻔하고 이기적으로 산사람들에게 기적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니, 기적이라고 하기에도 기분나쁘지만 어쨌뜬 그들은 기적을 가로채간다.
현실에 타협하기 위해선 결국 뻔뻔해지고 이기적으로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 세상이 현실인데. 

켄로치 감독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보여지지 않은 이면을 영화로 외친다. 그의 전작들도 상당히 정치적이며 사회의 목소리를 낸다.  80세의 감독.. 노장의 지혜는 거장의 슬로건이 된다.
그가 만들어 낸 영화작품들은 공감하고, 분노하고, 연대할 권리를 쥐어준다.
결국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최소한 인간이라는 최후의 자존심, 즉 그의 권리를 외치는 투쟁이었다. 그리고 켄로치는 그를 통해 인간 존엄성의 사각지대를 보여냈다.

사회도 어찌보면 우리가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 허구 속안에서 버둥버둥 거려야지만 살 수 있다.
무엇이 실재하고 무엇이 허구인지도 모른채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회라는 틀 안에서 그들이 말하는 '표준화'가 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살아간다.
그러나 그 '표준화'에 조차 끼지 못한 사람들은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속의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다니엘이 남겼던 마지막 글처럼 게으름 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번호 숫자도 화면속의 점 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인간의로서의, 인간 다운 최소한의 권리도 그는 결국 찾지 못했다.
이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며, 보여지지 않는 이면에 존재했던 부조리를 이제는 사각지대에서 끄집어 내던, 사각지대에도 거울을 놓던 간에.. 그들을 위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의 몫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외치는 그들을 위해. 

묵묵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 
그는 너무 정직했고, 너무 성실했고, 너무 올곧았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러나, 올발랐다. 옳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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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나는 요구합니다. 당신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나는 한명의 시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정보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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