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과거가 있어요, 연극 사랑일까.

글 입력 2016.12.1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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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사이트의 웹툰연재작이 연극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굉장한 관심이 갔다. 몇년 전에 굉장히 재미있게 보아왔던 웹툰이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웹툰의 소재들이나 많은 디테일들을 연극으로 어떻게 녹여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여우별시어터는 생각보다 찾기 쉬운 장소에 자리잡고 있었고, 이 날 관객층의 대부분은 주로 연인사이이거나 부부사이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듯 보였다. 배우들로는 황정음을 정말 쏙 빼닮은 두경역의 김보람, 지웅역의 정가호, 허석 역의 이원선, 희진 역의 강보라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날 배우들의 조합이 극 중의 캐릭터들과 참 잘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4명의 조화로움과 분위기도 잘 어울러졌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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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두경과 지웅의 이야기에 앞서서 허석 역을 해주며 이 연극의 감초 역할이자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는 배우의 비중이 대단해보였다. 지웅의 선배연기배우 역할, 패션디자이너 역할 등 배역은 적지만 극의 중간중간의 MSG랄까, 너무 진지해지려고 할때쯤이면 늘 이런 캐릭터들에 등장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가는 모습이 이 연극을 즐겁게 만들었던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두경역을 맡았던 김보람 배우에게도 내공이 느껴졌다. 능청스럽고 까불거리며 덤벙거리는 두경모습에서 때로는 사랑에 설레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하며 지웅의 매니저역할을 할때는 자신만의 센스를 드러내기도 하는 모습을 잘 연기했다는 생각이다. 이 두배우의 열연으로 정말 배가 빠지도록 웃었던 기억 떄문에 근간에 봤던 연극중에는 가장 재미있는 연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이 갔던 친구또한 너무 즐거워했고, 극장안에 있었던 사람들도 다같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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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사용했던 프로젝트(스크린)이라던지, 무대 세트의 활용성이 굉장히 영리했다. 또한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OST에 대한 활용도도 극의 극적몰입을 돕는데에 역할을 하도록 위한 장치같아 보인다. 배우들이 괜히 바쁜게 아닌것이다. 네 명이서 어떻게 저걸 다 해내나 싶을 정도로 이 연극에는 보고 듣고 느낄것들이 가득하다. 웹툰의 요소를 가져다가 쓰는 연극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이러한 장치들을 많이 마련한 듯 해보인다. 좋 았다는 반응이 많지만, 내가 느끼는 정도로서는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열일 하는 배우들의 수고와 헌신에는 더할 나위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ST라던지 세트사용에 있어서 장면전환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다소 혼란스럽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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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의 전개나 캐릭터의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는 없었지만, 지웅이 옛 연인을 생각하는 그 아픔이 두경에게 전해지고ㅡ두경의 신체적 아픔이 지웅에게 전해지는 그 요소들이 하루아침에 어떻게 해소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요소로 생각된다. 어떤 인과관계나 설명이 딱히 나오진 않기 때문에, 웹툰에서는 이 부분이 어떻게 해석되어졌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극의 소재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 해볼까 한다. 연극을 보면서 내 어릴 적을 생각하게 되었다. 열이 펄펄나서 초등학교를 못가고 앓아 누워있는 나를 보면서 엄마가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이 절로 생각이 났다. 어릴 때는 그랬다, 왜 엄마는 저렇게 안절부절 하는거지. 이제 생각해보니 알겠다, 사랑이었다.

사랑이 그런것 같다. 우리는 서로의 과거까지 사랑하길 원하지만 결국 남은 건 오해로부터 시작되고 오해로 끝이 나는것. 과거에 저 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고, 어떤 사랑을 해왔으며,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지 우리는 알지 못한채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시작한다. 정의하자면 준비되어지지 않은 채 사랑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어진다는 것이다. 극 중에서 서로의 아픔을 심적으로ㅡ육적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다른 모습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여느 커플들의 사랑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지만 참 아름답다. 과거가 있는 두 사람이 모여, 우리는 과거가 있어요. 이 문장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이 이 연극의 주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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