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웃음의 미학, 레이 쿠니 연극의 매력 [공연예술]

글 입력 2016.11.2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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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연극의 성지 대학로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는 연극 이름이 있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연극 <라이어>다. 최근에는 <보잉보잉>, <룸넘버 13>이라는 연극도 인터파크 등에서 높은 평점을 얻으며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사랑 받고 있는 이 코믹 연극들의 각본가는 영국의 극작가 레이쿠니(1932~)이다. 그는 30여 편의 작품에 극작가 겸 연출가, 배우로 참여하며 명성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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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극의 최대 매력은 얽히고설킨 ‘거짓말’이 낳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다.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룸넘버 13>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여당의 국회의원 리차드가 야당의 국회의원 비서 제인과 불륜관계를 맺기 위해 호텔에 들어오는데, 우연히 창문가에서 알 수 없는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자꾸만 방에 찾아오는 호텔 지배인과 룸서비스 직원, 리차드의 아내까지, 모든 이들에게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하려 애쓰는 리차드와 비서 조지의 위기는 끝없이 반복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적 요소, 캐릭터의 매력, 맛깔 나는 대사까지 코미디의 거의 모든 것을 갖춘 듯한 이 희곡은 관객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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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본질과 역할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진지한 주제를 무게감 있게 풀어내는 극도 있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난해한 극도 있으며, 관객에게 감동이나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인 극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와 같이 연극의 종류에도 나름의 가치와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레이 쿠니의 극은 확실히 무거운 쪽은 아니다. 관객에게 어떠한 대단한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레이 쿠니의 극은 관객의 생각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오락’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관객들은 그의 극 속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며 위기를 모면하고 또 모면하는 인물들을 보며 함께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 사이사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끝없는 반전에 쉴 새 없이 놀라고 즐거워하게 된다. 그리고는 모든 갈등이 해소된 마지막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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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극장을 찾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일상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함일 것이다. 레이 쿠니 극의 몰입도와 땀을 흠뻑 흘려가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에너지는 관객이 현실의 무게를 잠시 잊어버리게 한다. 안면 근육과 배가 아프도록 웃은 후에 극장 밖을 나설 때의 상쾌함은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이전까지는 단순 코미디 작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밀도 있는 구성을 통해 관객에게 희열감을 느끼게 하는 레이 쿠니의 작품들을 가볍게 치부해버리기에는 내가 연극의 본질을 너무 편향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웃음의 미학, 해학의 가치, 레이 쿠니의 연극이 가진 가치란 이런 것들에서 오는 것일 테다.
 

[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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