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시간의 종말'을 통해 생각해보는 삶의 목적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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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맞는 시간대로 선택했다. 원래 공포영화 이외에 장르편식 없이 골고루 섭취하는 편이기도 하고 필름포럼에서 상영하는 영화에 대한 신뢰이기도 했다. 그 결과 처음으로 종교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무거웠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종교는 다른 것임에도 종교를 초월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다. 천주교라는 자기가 믿는 진리 하나를 대한민국이라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전하고자 목숨을 내어놓고 건너온 프랑스 신부들의 숭고함은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기 충분했다. 누구도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내린 선택이었다. 젊은 나이에 핏줄하나 없는 낯선 나라로 선뜻 자신의 삶을 바칠 수 있는 결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신에 대한 맹목적 순종으로 치부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자신의 종교와 삶에 대한 끝없는 문답을 통해 얻은 결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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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는 믿는 당사자에게는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믿지 않는 사람이 보면 허무맹랑하고 웃음이 나오는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겠지만 종교인에게는 자신이 믿는 신에 의해 행해진 역사이다. 그 사이의 괴리는 같은 신념을 가진 집단 안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믿지 않는 사람은 비종교인으로 남는 것이고 믿어지고, 믿고 싶어진 사람은 해당 종교 안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충돌할 때 생긴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실생활을 공유하면 다른 입장에 서게 되는 일이 꽤 많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종교인보다 제약이 많은 종교인들이 그것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면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이 가지는 종교에 대해서 깊은 숙고와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는 시간을 거쳤는지 아니면 그저 종교에 ‘의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종교를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는 것 같다. 나조차도 교리에 반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합리적으로 그들을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것은 힘들 때 기대고, 도전이 있을 때 더 큰 복을 달라고 기원할 때만 종교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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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종말’의 소재가 된 선교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분명히 삶의 목적을 천주교에서 찾았고 그래서 숭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찬양받는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우리 모두가 선교사의 삶의 자세를 배웠으면 한다. 삶의 목적을 ‘종교’에서 찾자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에든 목적이 있는 삶을 살자는 뜻이다. ‘무언가’는 제약이 없지만 생각보다 삶의 목표를 두고 그것을 향해, 그것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진정한 숙고 없이 삶의 목표를 설정한 사람들은 결정의 순간에서 많이 방황할 것이고 잘못된 선택을 내릴 가능성도 크다.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아 질 뿐이고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사나.’하는 회의감이 몰려올 것이다. 또는 삶의 목표가 그 때 그때 편해보이는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내가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거쳐 설정한 삶의 목적은 중요한 순간에서 삶의 방향을 단호하게 결정해주는 나침판의 역할을 할 것이고 길이 험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힘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삶의 목적이 종교일 필요는 없다. 내가 결정한 삶의 끝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며 나아가길 바란다.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종말’이 내가 목표하는 삶의 완성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두렵지만은 않은 마지막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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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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