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징,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문학]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글 입력 2016.11.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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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년 가까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처음 본건 SNS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내 스타일이네 하고 넘어갔을 법 한데 그가 가진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의 계정을 둘러보던 중 그의 작품을 보게 되었고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졌다. 처음에는 팬이라고 말하며 접근했다. 그 다음 작품 보러 가겠다고 말을 걸었다. 일년 동안 그 사람의 작품을 보러 몇 번을 찾아갔지만 그 사람은 팬이라고 지칭하며 찾아오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나는 그 사람과 가까워지지 못했다. 일년간 짝사랑을 하면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위로도 받고 공감도 했다.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7월 8일
우리는 정말 얼마나 어린애 같은가! 단 한번이라도 눈길을 보내주기를 이렇게 애타게 바라고 있다니! 정말 천진하다고나 할까!


처음 팬이라고 찾아간 이후 그 사람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계정을 팔로우해줄 법도 한데 하지 않았고 사진에 글을 남겨도 돌아오는 건 의무적인 답뿐이었다. 그런 그가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주었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 사람이 이럴 리가 없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기뻤다.


7월 19일
<오늘 나는 그녀를 만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밝은 마음으로 찬란한 태양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외친다. <오늘 나는 그녀를 만나다!> 그렇게 외치면, 내게는 하루 종일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 모든 것이 이 한 가지 희망과 기대 속에 말려 들어가고 만다.

 
처음 찾아간 이후 드디어 그 사람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사람을 만날 생각에 일주일 전부터 들떴던 것 같다. 혹시 살이 전보다 찌진 않았나, 전보다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단기간 다이어트도 해봤다. 힘든 다이어트였지만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그 기대와 희망 속으로 말려들어 갔다. 그 사람을 만난다는 그 이유만으로 내게는 더 바랄 것이 없어졌다.
 

8월 30일
불행한 자여! 너는 정말 천치가 아닌가? 너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미쳐 날뛰는 너의 끝없는 정열은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나는 이제 기도라곤 그녀에게 바치는 기도밖에 모른다. 나의 공상 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 뿐이다. 주위 세계의 모든 것이, 오직 그녀와 관련되어서만 내 눈에 비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다시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준다.


내 공상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오직 그 사람의 모습뿐이다.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만 내 눈에 비친다. 영화를 보는데 그 사람이 다녔던 예고가 나왔다. 그 순간 나는 그 영화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아 그 사람은 저기서 공부를 했겠구나. 저기서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했겠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떤 날은 길을 걷는데 그 사람이 자주 들리는 꽃집이 나왔다. 순간 그 꽃집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순간 들어가고픈 충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매번 그 사람의 일터 주변으로 놀러 갈 때마다 그 사람과 관련된 것들만 보인다. 내 주변 세계의 모든 것이 그와 관련되어서 내 눈에 비친다.
 

9월 3일
때때로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이다지도 외곬으로 그녀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녀 외에는 아무것도, 아무도 모르고, 또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여자사람친구)을 질투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여자사람친구들 또는 친한 여자 동생들과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함께 어울리는 사진을 보면서 나는 왜 저 사람과 저만큼 가까워질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팬이라고 접근한 방법이 틀렸을까?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자연스럽게 다가 갔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2월 6일
그녀의 모습이 내게서 영 떠나질 않는다! 자나깨나 그녀의 그림자가 내 마음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눈을 감으면, 이마 속으로 마음의 시력이 집중되어.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곳에 말이다. 자네에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그것이 나타난다. 바다처럼 심연처럼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앞에 내 속에 깃들이고 내 이마 속을 꽉 채운다.


짝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뛰어다녀서 어떤 일도 집중할 수 없었을 때가 있었다.  특히 그 사람의 작품을 보고 온 날은 더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잠들기 전 최고조에 이른다. 눈을 감으면 그 사람이 떠오르고,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그의 작품들까지 하나 하나가 내 머릿속을 장악한다. 그 사람 생각에 밤잠을 설쳤던 날도 많았다.


로테, 천 년이라는 세월이 플러가도, 그때 받은 감명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다지도 당신 때문에 마음을 불태우는 이 남자를 설마 당신은 미워하진 못하겠지요.


내가 팬으로써 그를 만난지 벌써 1년이 다 되간다. 찾아갈 때마다 나는 늘 무거운 마음이 한 켠에 있었다. 혹시 나를 너무 부담스러워 하는 건 아닐까? 혼자 내가 그 사람이면 어떨까? 라며 그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이 있다. 순간 지인이 아닌 모르는 사람이 팬이라 자청하며 매번 작품을 보러 오는게 부담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가까워지려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응원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팬을 그 남자는 미워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베르테르 보다는 희망이 있다. 로테는 유부녀이지만 그 사람은 아직 싱글이다. 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그 사람도 언젠간 나를 존재를 알아줄 것이다.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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