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 2인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진혼곡'

글 입력 2016.11.17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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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한국 국제2인극 페스티벌 해외초청작

연극 <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진혼곡 >


11.15 ~ 11. 17
예술공간 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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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및 살리에르 역
Dimitris Tsiamis
(Per-Theater-Formance company)


모차르트 역
Maya Andreou




 
     예술공간 혜화에 가기 위해서는 대학로를 벗어나 혜화동로터리, 혜화동우체국을 지나야 한다. 선돌극장, 나온 씨어터, 게릴라극장, 눈빛극장 등 무심코 지나친 소극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바로 그곳이다.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닿아있는 그곳에, 먼 그리스에서 찾아온 공연을 올린다는 사실이 새삼 믿기지 않았다.

 
      여러 관객들과 옷깃을 스치며 들어간 객석, 무대에서는 이미 공연의 서막이 진행 중이었다. 마치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듯 마주보고 앉아 기다리는 두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공연이 정식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적막을 감싸는 메트로놈의 미학도 인상적이었다.
드라마는 극중극의 형식을 띠고 있다. 두 배우가 천재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낀 비운의 음악가 살리에르에 대한 담론을 시작하며 각각 살리에르, 모차르트가 되어 연기한다. 모차르트는 특이하게도 여성이 맡았으며 극중극이 시작됨과 동시에 머리를 매만져 스스로가 모차르트 안으로 들어가는 연출이 흥미로웠다.


     2인극 답게 극은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내면 심리에 집중한 독백을 보여준다. 평생을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보내며 예술의 높은 경지에 올랐던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신을 ‘사람들에게 짓밟힌 뱀’이라 표현하며 모차르트를 시기함을 인정하는 살리에르는 모차르트가 가진 천재성에 의문을 품는다. 자신만큼 열정과 노력을 다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에 대한 독살 음모를 정당화하는 살리에르의 독백과 실제 2막에서 그를 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꽤 길게 지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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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막이 시작되며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외형에 변화가 온다. 서로는 얼굴을 몰라보게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모차르트는 자신의 몸에 휘감은 뱀의 형상을 살리에르의 몸에 다시 휘감는다. 마스크는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뱀의 경우 마치 레퀴엠을 쓰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차르트가 죽음을 다시 살리에르에게 전이하는듯한 느낌을 준다.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만든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를 언급하며 “보마르셰가 정말 사람을 독살할 수 있을까?”라 묻는다. 그리고는 자신과 살리에르가 보마르셰와 같은 천재라고 말하며, “천재와 악은 공존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잔에 독을 풀었고 이를 마신 모차르트는 곧바로 레퀴엠을 연주한다. 이러한 모차르트의 연이은 대사와 행동들은 그가 이미 살리에르의 독살 계획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또한 모차르트를 살해한 살리에르는 결국 “천재와 악행은 공존할 수 없다”는 데 동조하게 되며 시기심과 열등감이라는 뱀에 둘러싸여 괴로워한다. 즉, 뱀은 모차르트에게 죽음의 전조였던 동시에 죄악을 범한 살리에르에게까지 미치며 벗어날 수 없는 멍에가 되었다.  


     2인극으로 마주한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는 굉장히 정적인 분위기에서 표현되었다.
살리에르의 긴 독백은 그가 지녔던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성찰을 탁월하게 그려냈고 마스크와 뱀이라는 소재로 모차르트와의 운명적인 관계가 재정립되었다.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한 편의 짧은 연극이, 역사 속의 천재 예술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더 나아가 기저에 놓인 질투와 시기의 감정, 그로 인한 인간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음은 남아있는 2인극 페스티벌의 일정이다.

해외초청작의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아직 다양한 스타일의 많은 국내작품이
관객과 만나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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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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