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판타지 요소의 총 집합,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0.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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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자신이 평범한 10대라고 생각하는 소년이다. 치매가 있는 할아버지를 둘러봐달라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할아버지에게로 향한다. 마주하게 된 할아버지는 안구가 없어진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후였다. ‘제이크’는 악몽과 불안 등의 증세에 시달리다가 생일을 맞이하고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선물로 주려던 책에서 엽서를 발견한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해주던 꿈같은 얘기의 실존인물 미스 페레그린의 엽서를. ‘제이크’는 아버지를 설득해 할아버지가 어렸을 적 있었다던 어린이집을 찾아 웨일스로 떠난다. 어린이집은 1943년 9월 3일 독일군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 ‘제이크’는 폐허가 된 어린이집을 둘러보다가 자신을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부르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1943년 9월 2일의 웨일스. 소녀를 포함한 ‘이상한 아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인데 페레그린의 능력으로 1943년 9월 2일을 영원히 살고 있던 것이다. 한편 과욕이 부른 참사로 인해 생겨난 ‘할로우 게스트’가 영생을 위해 이상한 아이들과 페레그린을 노리고 ‘제이크’는 그들을 무찌르고 현재로 돌아오지만 ‘엠마’가 걱정된다.


페레그린 메인포스터.jpg
 


1. 특별하면서도 이상한 돌연변이들


페레그린.jpg
 

 ‘이상한’ 아이들을 지키는 페레그린은 ‘임브린’이라는 종족이다. ‘임브린’은 새로 변하는 능력도 갖고 있지만, 시간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능력이다. 늘 그렇듯 사회에서는 ‘이상한’ 아이들을 차별할 가능성이 많기에 ‘임브린’은 이 ‘이상한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다. 그들은 ‘루프’를 만들어 특정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며, 루프를 재설정하는 것을 통해 영원히 그 시간을 계속되게 만들 수 있다.
 이 ‘임브린’을 이용해 영생을 누리고자 한 돌연변이들이 부작용으로 인해 ‘할로우’가 되었는데 할로우는 이상한 아이들의 눈을 노리는 식욕만이 남은 괴물로, 일정량이상의 안구를 섭취한 ‘할로우’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바론’을 포함한 다섯 명 만이 할로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영생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바론은 다시 ‘임브린’을 이용한 실험을 계획한다.

 제이크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루프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능력자뿐이기에 그 역시 능력자인 것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의 능력을 물려받은 제이크는 투명괴물인 할로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바론에게 끌려가는 페레그린은 아이들을 지켜달라며 제이크에게 당부한다.
 이외에도 영화에는 다양한 돌연변이들이 나온다. 괴력, 식물의 성장, 공기, 염화, 석화 등 판타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영화 한 편에서 볼 수 있다.



2. 팀 버튼 식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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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버튼 감독은 <가위손>으로 명성을 얻으며 어딘가 꼬여있는 판타지, 아름다운 동화가 아닌 비뚤어지고 어두운 잔혹동화를 그려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판타지에 대한 애정을 그려내는 그만의 방식은 언제나 호평을 받아왔다. 이 영화의 경우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매력적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스토리는 앞이 너무 장황해서 '이상한 아이들은 언제 나오지?'하는 의문을 갖고 보면 금방 지칠 수 있다. 주인공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인 능력의 발견 역시 설득의 과정을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돌연변이들을 팀 버튼 식 잔혹 동화의 주인공들로 그려냈다는 게 내 감상이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임브린’답게 시간에 민감하고,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는 똑똑한 여자 페레그린, 공기보다 가벼워 납 신발을 신고 다니거나 타인에게 허리를 감은 줄을 맡겨야 하는 엠마, 심장 표본을 넣어 살린 꼭두각시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에녹, 가면에 감춰진 진짜 얼굴을 보여주면 상대를 돌로 만들 수 있는 쌍둥이까지. CG와 아날로그식 효과가 적절히 섞인 연출방식 자체가 판타지라는 장르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쌓아온 팀 버튼 다웠다.

 격투장면이 나왔을 때 너무 유치해져 팀 버튼스럽지 않다는 평도 있었다. 분명 에녹에 의해 살아난 해골 꼭두각시들과 눈을 이용해 가시화한 할로우들의 싸움은 유치했다. 발랄한 해골들은 ‘저렇게 귀엽게 싸워도 되나?’ 싶게 할로우들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킹스맨’의 예처럼 격투씬을 오히려 가볍게 풀어냄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나는 감독이 그런 걸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해골들과 할로우들의 싸움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그 전투씬을 무겁게 풀어냈다면 잔혹동화가 아닌 잔인한 영화로 변모했을 거라는 것이 내 감상이다.



3.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너는 모를 거야.


엠마와 제이크.jpg
 

 영화의 결말을 따로 얘기해보고 싶어서 앞의 줄거리 소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제이크의 할아버지가 죽은 것은 2016년 7월의 일이었다. 할로우들을 죽이기 위해 런던의 루프로 향한 날짜는 2016년 1월. 그곳에서 바론 일당을 죽이고 그 시간을 다시 살아간다면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엠마’의 얘기였다. 하지만 페레그린의 아이들은 1943년의 시간을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로 돌아오면 급속히 늙어버린다. 바론을 무찌른 후 엠마는 1943년으로, 제이크는 2016년으로 돌아온다. 런던 루프의 입구는 부둣가였는데, 제이크를 보내고 엠마는 배의 갑판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 때, 부두에서 배를 향해 달려오는 발걸음이 있었다. 제이크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너는 모를 거야”
 제이크는 가장 가까운 루프를 시작으로 일본과 영국을 거쳐 2016년의 시간에서 1943년의 ‘엠마’를 따라잡는다. 할아버지와 엠마 모두 놓치지 않고 싶다는 강박이 작용한 결말이었을까? 나는 저 대사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엠마로서는 제이크를 등지고 몇 분 되지 않은 그 시간, 제이크는 몇 년 아니,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그녀를 붙잡은 것이다. 몇 개의 루프를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뛴 그 여정을 조잘거리며 읊어대는 그 입술이 엠마는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그 설정부터 등장인물,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판타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들은 죄다 넣고 비볐다. 돌연변이를 키우는 어린이집이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는 너무 참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설정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팀 버튼 식의 색채를 입혀 재탄생한 영화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색감을 비롯한 영상은 페레그린의 매력이나 능력자들의 기괴한 모습을 그려내기 부족함 없었고, 두 가지 모두를 움켜쥔 결말이 판타지를 판타지답게 만들어낸 감독의 욕심을 엿보게 했다. 알맞게 비벼졌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고, 오버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오랜만에 그의 판타지를 본 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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