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을 해 본 적 있나요' 연극 '안녕, 여름' [공연예술]

글 입력 2016.10.2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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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 경험이 있는가? 이 연극은 마치 당신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흔히들 말하는 ‘뻔한’ 연애의 양상을 보여준다.
  <안녕, 여름>은 5명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연애기간 6년, 결혼 6년차, 태민과 여름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자유분방한 태민은 아내 여름을 향한 애정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귀찮다. 태민의 후배 동욱은 보기 드문 순정남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최선과 진심을 다하고 책임지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이런 동욱이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는 여배우 지망생 란. 그녀는 고양이 같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자기 마음대로,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여자다. 마지막으로 태민과 동욱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꽃중년, 조지가 있다. 그는 다른 마음까지 주섬주섬 감싸안아주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에게도 상처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까지 쓰다듬어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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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스토리의 소재는 아까도 언급했듯이 조금 뻔하다. 왜 남자는 항상 여자를 소중히 하지 못하다가 후회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도대체 왜 여자는 항상 사랑을 그리워하는 캐릭터로 그려지느냔 말이다. 하지만 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소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연극을 보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여성, 혹은 여성+남성이었는데 많은 여성 관객들이 공감을 통해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 저편으로 ‘그 일은 이젠 과거야’라며 보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남성 관객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뒤늦게 후회하는 어리석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태민 역에 불편하지는 않을까, 혹은 자신도 언젠가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태민의 태도를 경계하는 계기가 될까? 극을 보다보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약하게, 스물스물 드는 생각은 여자인 여름이 이 사랑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때문에 남자인 태민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 속에 ‘나쁜 놈’이 되었다. ‘있을 때 잘하지’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극이 보편적인 사랑의 양상을 보여줌으로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처럼 여성 관객들의 공감에 그친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순정남 동욱이라는 캐릭터가 투입되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 저렇게 한 여자만 보는 남자도 있잖아!’하고 위안을 얻기에는 동욱의 존재감이 태민에게 보호막을 쳐줄 수 있을 것처럼 그리 크지 않았다.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에도 어떤 내용으로 전개가 될지 상상이 안 가긴 했지만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좋은 전개를 풀어낸 것 같다.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방향의 전개다. 다만 극의 감정을 확 뒤집는 대사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지금까지의 몰입을 와장창 깨는 기분이었다.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한창 진행에 집중하고 있던 관객은 그 상황이 다 뒤집어지면 ‘엥?’하는 마음이 드는게 사실이다.

  사실 이 극은 무엇보다 조명연출이 훌륭하다. 빛과 그 빛의 색을 상황에 따라서 잘 구현한다. 색 뿐만이 아니라 빛의 방향도 적절하다. 무대 전체에 골고루 때려넣는 빛이 아니라 불균형하도록 한 쪽에만 강하게 혹은 약하게 빛을 비춘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빛이 있는 쪽에 집중하게 되고, 빛에 노출된 사람 혹은 사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관객에게 끊임 없이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무대 연출은 스토리 전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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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는 제 3자가 되면 정말 쉽다는 말이 있다. 이 극의 훌륭한 점은 사랑을 소홀히 했다던가, 사랑에 너무 올인했다던가, 나도 언젠가 저질렀을지 모르는 사랑에서의 실수를 제 3자가 보여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과의 관계와 더불어서 사랑은 왜 또 그리 어려운지, 나만 퍽퍽한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또한 정말 많다. 내 사랑을 돌아보고 싶은 당신에게 <안녕, 여름>을 권한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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