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랑하는 화가, 베르나르 뷔페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0.2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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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지난 9월 25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샤갈, 달리, 뷔페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거장VS거장’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 전시회는 20세기 모던 아트를 이끈 거장 3인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 중 단연 눈에 띈 화가가 있다. 바로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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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이미지 출처: wikipedia)


프랑스 화가인 뷔페는 20세에 피카소와 견줄 만큼 주목받은 화가이다. 1992년, ‘앤디 워홀’, ‘베르메르’를 넘어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위대한 예술가’에 선정되었고, ‘입생 로랑’과 함께 파리를 대표하는 5인의 셀러브리티인 파뷸러스 파이브(Fabulous Five)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에 비해 한국에서 ‘베르나르 뷔페’라는 이름은 아주 생소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번처럼 뷔페의 작품을 대규모로 전시한 적이 처음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뷔페는 거의 평탄치 못한 삶으로도 유명하다. 화가로서의 능력으로 성공하여 부의 축적을 이루었지만, 그의 근간이 되는 ‘전후작가’에 맞지 않다는 비평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또한, 그가 추구하던 ‘구상회화’에서 ‘추상회화’중심으로 화단의 권력이 변화하며 고립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뷔페는 끊임없이 작품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노후에 파킨슨병으로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 지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이러한 삶의 시련과 이를 이겨내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전시를 보며 인상깊었던 작품 몇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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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의 Paravent (병풍), 1967, Lithograph, 161.5 x 202 cm
fet_Paravent, 1. Le Sacre-Coeur, 2. La Tour Saint-Jacques, 3. La Tour Eiffel, 4. Le Moulin de La Galette (병풍, 1. 사크레-쾨르 대성당, 2. 생 자끄 탑, 3. 에펠탑, 4. 물랭 드 라 갈레트)(이미지 출처)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           
                     - 베르나르 뷔페


뷔페는 전후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에도 2차 세계대전을 겪는 세계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려낸 뷔페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뷔페의 풍경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직선과 쓸쓸한 색채를 보인다. 이렇듯 뷔페가 그려낸 우울하고 어두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전쟁이 가져온 좌절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 에코르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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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et_Les Ecorches, ecorche de face (에코르셰,전면) 1964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6


‘에코르셰’는 피부가 벗겨진 채 근육을 드러낸 인체 뜻한다. 물감을 두껍게 올린 후 긁어내듯 형태를 그렸기 때문에 실제로 관람했을 때 그 입체감이 더욱 뚜렷하다. 몸 전체에서 나타나는 강한 붉은 색감과 무섭게 드러난 치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뷔페는 이러한 ‘에코르셰’를 20개의 연작으로 남겼다. 살갗이 벗겨진 채 근육을 드러내고 있지만 꿋꿋이 자신을 지탱하는 모습이 그와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3.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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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wn à la cravatte à Pois I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맨 광대), 1978, mixed media on paper, 65 x 50 츠 © Bernard Buffet / ADAGP, Paris-SACK, Seoul, 2016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매우 피로하고 슬퍼 보인다. 이는 주변의 비판에도 끊임없이 작품으로 그에 보답해야하는 뷔페의 모습과 같다. 뷔페는 광대와 함께 서커스를 그린 작품도 많이 남겼다. 이 역시 대중의 관심으로 살아가는 그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캘빈그로브 미술관에는 ‘Every picture tells a story.’라는 전시실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모든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기술적 측면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그에 맞는 감상을 가치있다고 판단하겠지만, 나처럼 미술에 문외한 사람에게는 그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감상 방법이다. 모든 예술 작품의 가치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사적 의미와 상관없이 나에게 감동이 전해지느냐 아닌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샤갈, 달리, 뷔페전’의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뷔페와 그 아내인 에나벨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흑백 영상에 담긴 뷔페 부부의 소소한 모습들이 고단했던 그의 삶과 대비하여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 아마도 영상 속의 뷔페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파킨슨병 때문에 눈에 띄게 둔해지는 그의 붓질이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려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온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려 한다.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공새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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