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제 문학상, 한국문학 세계화의 척도인가 [문학]

글 입력 2016.10.1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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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사이트에 문학상을 쳐보았다. 백과사전에 들어가니, 한번쯤 들어본 문학상부터 난생 처음 보는 문학상까지 수십가지 종류의 문학상이 나열되어 있다. Q&A를 찾아 들어가 보니 혹자는 신춘문예까지 문학상으로 포함해 본다. 이렇게 문학상이 수두룩하게 많으니 문학상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크롤을 좀 더 내려 국내 문학상을 지나자 국제 문학상 중에는 지난 5월 우리나라 작가인 한강이 수상한 맨부커 상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바로 내일이면 수상 발표가 나는 노벨 문학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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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부커 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 문학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문학상이다. 한강이 이 상을 받자마자(실은 후보에 오른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는 재고가 부족하기까지 했다. 맨부커 상이 얼마나 커다란 경쟁력과 효과를 몰고 오는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또 누구는 ‘채식주의자’의 번역자를 주목하기도 했다. 맨부커 상, 특히 한강이 수상한 인터내셔설 부문이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상금을 수여하며 번역의 중요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여러 문학심포지엄과 특강들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화두로 삼으며 그 화제성에 탑승했다. 한 문학상의 여파를 여실히 볼 수 있는 근 몇 개월이었다.
 
  맨부커 상이 ‘채식주의자’를 베스트셀러로 올려놓고 반년, 이번에는 노벨 문학상이 바로 내일 발표된다. 또 많은 기자들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고은 작가에 대해 기사를 줄줄이 써놓고 있다. 지난 번 노벨문학상 발표 당시가 다시금 떠오른다. 집 앞 가득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기자들, 그리고 고은의 시는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고은의 수상을 기다리는 수많은 국민들, 그리고 고은 본인. 올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한 기자는 ‘내친김에’라는 말을 쓰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원했다. 3대 문학상 중 맨부커 상을 한강이 받았으니, 한국문학이 다음은 노벨문학상을 노려볼 만 하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증명할 수 있을 거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필자는 무언가 잘못 해석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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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은 확실히 문학계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 문학상 수상 자체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국제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화 되어가는 과정이지 우리가 쟁탈하거나 작가가 도착지로 삼을만한 목표가 아니다. 더구나 문학상은 독자들의 선택이 아닌 문학상을 주는 단체의 취향이 주입된다. 노벨문학상 역시 ‘이상주의적 경향’을 유언으로 남긴 노벨을 따라 인류애를 담은 작품을 쓰는 작가에게 주로 수여된다. 애초에 후보가 발표되지 않는 노벨문학상에 고은이 계속 언급 되는 것 역시 그 취향으로 바탕으로 영국의 한 업체가 고은을 후보로 꼽았기 때문이지 노벨문학상 측에서 발표한 후보에 고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황석영이 후보로 언급되었던 것 역시 마찬가지다. 즉, 문학의 세계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 문학상 자체가 우리 문학의 세계화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문학상 수상 자체는 기뻐해야하는 일은 맞다. 이로 인해 한국문학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될 것이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학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문학이 세계화 되는 과정의 일축일 뿐, 세계화의 종지부는 아니다. 우리의 대부분은 역전된 생각을 하고 있다. 허나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한강의 맨부커 상 수상으로 우리는 기고만장해져있다. 좀 더 심기일전해 이 기회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더 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에는 기자들의 헛소리, 국민들의 부푼 기대보다는 한국 문학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학상의 여파로 꾀하는 세계화이지, 세계화가 만든 문학상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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