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Es muss sein.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문학]

가벼움과 무거움 어느쪽인가.
글 입력 2016.10.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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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피니언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담은 서평입니다.

존재란 무엇인가. 조금 더 작은 범주에서 인간의 존재란 무엇이고 어떠한가. 이미 많은 사람이 읽었고 유명하여 익히 알고 있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찰한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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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먼저 작가에 대해서 언급을 해보면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1929년 4월1일, 체코슬로바키아 태생의 소설가로써 농담(1967), 우스꽝스러운 사랑들(1974), 생은 다른 곳에(1969), 웃음과 망각에 관한 책(1979), 느림(1993), 정체성(1998) 등의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 LA타임스 소설상, 커먼웰스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또한 그가 살던 시대에 체코슬로바키아는 1960년에 채택된 사회주의 헌법에 의해서 사회의 이념이 뒤바뀜과 두 나라가 분리 되는 일(현재의 체코, 슬로바키아)을 겪는 등 큰 사회의 변화를 가지고 있던 국가였다. 이런 격변의 흐름을 지붕 삼아 지내던 밀란 쿤데라가 체코슬로바키아가 사회주의의 노선을 걷던 시대에 만든 소설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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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의사 토마시, 토마시의 아내인 테레자, 예술가이자 토마시의 연인인 사비나, 교수인 프란츠를 주인공으로 하며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연애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88년에는 영화 “프라하의 봄”으로 제작된 바 있다. 책의 구성은 총 7부로써 1부 가벼움과 무거움, 2부 영혼과 육체, 3부 이해받지 못한 말들, 4부 영혼과 육체, 5부 가벼움과 무거움, 6부 대장정 그리고 7부 카레닌의 미소로 되어있다.


삶의 무게


존재의 대한 고찰은 마치 계란 노른자와 같다. 계란을 반숙으로 조리해 놓고 살살 건드려보면 터져 흘러 버리기도 하지만 푹 삶아 버리면 아주 퍽퍽해져 있다. 고민을 하지 않고 덮어두면 우리의 사고 속 구석에 존재해 있지만 고민을 시작하게 되면 많은 의문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고뇌에 대한 선물로 두통을 얻을 수도 있다. 밀란 쿤데라는 이 소설의 제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같이 존재에 대해 무게로써 접근을 한 거 같다. 필자가 이렇게 확정적이지 못한 문장을 사용한 이유는 작가가 책 속에 녹여낸 생각을 쉽게 경계선을 내려 버리기에는 너무나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밀란 쿤데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을 하고 평가를 할 때 색, 질감, 크기, 형태 등이 아닌 무게로써 판단을 내렸다.


영원한 회귀와 유한성


이렇듯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논하기 전에 왜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것인가. 작가는 책 1부 가벼움과 무거움에서 유한성 때문이라 언급한다. 밀란 쿤데라는 서두에 니체의 “영원한 회귀”라는 가치를 들며 유한성 즉, 모든 것이 끝이 있기 때문에 그 이유 때문에 흘러가는 모든 것이 소중하나 별다른 가치가 없는 가에 고민을 하게 되며 인간의 실존 역시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문장인 “Einmal ist Keinmal”는 “한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라는 의미로 작가가 사용하였다. 이처럼 끝이 정해져 있고 그렇기에 딱 한번 뿐이니 인간의 삶이 가볍게 흐르는 것인가 혹은 한번 뿐이기에 굉장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또 어떤 것이 올바르고 긍정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것이다.


육체,영혼 그리고 정신


책의 2부와 3부에서는 육체와 영혼 그리고 이해 받지 못한 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의 내용에서는 토마시와 테레자 그리고 사비나, 프란츠에 대해 인물과 인물간의 얽힌 사랑 이야기와 인물 자체의 내면 그리고 외면의 삶에서 이야기하지만 더 큰 차원에서 놓고 보았을 때 작가가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육체, 영혼 그리고 말(정신으로 생각된다)로서 판단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육체가 존재를 대변한다는 판단, 영혼 혹은 말(정신)이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녹여 낸 듯 한데 이는 영혼의 가시성과 제한성 여부에 대해서 말해준다. 눈에 보이는 육체가 곧 영혼인가 아니면 내제되어 있는 정신이 진짜인 가에 대해서 삶에서 육체와 영혼 양쪽에 각기 달리 무게중심을 둔 인물들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한다. 그 둘 육체적인 사랑 다시 말해 섹스를 통해서 존재를 규정하려는 토마시와 내적 트라우마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영혼의 안정감을 추구하는 테레자 그리고 이 둘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존재 사비나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토마시가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는 장면을 많이 그려내고 있다. 여성과 육체적인 관계는 맺되 한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있는 토마시다. 하지만 굉장히 음탕한 녀석이라고만 판단하기는 이른다. 그가 여성과의 관계는 육체적인 쾌락이 전부가 아닌 관계를 맺으며 그 둘만 느낄 수 있는 세밀하고 은밀한 제스쳐나 장면들을 통해서 그 사람을 알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작가가 인간이 타인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탐구해 나간다는 측면을 말해준다.


외부성


그리고 6부 대장정에서는 기존 인물들의 삶의 터전이 이동 되어지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단순한 장소의 물리적인 변화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 삶의 행동 양식 다시 말해서 도시의 이동, 경제생활의 방식, 인적 네트워크의 변화 그리고 더욱 발전적으로 체제의 변화까지 포함하여 이야기한다. 이런 변화는 인간의 존재가 스스로 규정하는 것인가 외부적인 요소에 따라 변화가 가해지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한다. 체코슬로바키아 시대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정치적인 문제로 외과의사라는 직업을 잃게 된 토마시가 도시에서 시골로 이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토마시가 주는 사랑의 그늘 안에 벗어나지 못하는 테레자 역시 함께한다. 사비나는 아예 자본주의의 핵심인 미국으로 건너간 생활을 통해 그녀의 내적인 가치관의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이처럼 외부요소에 따른 존재의 무게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또한 7부에서는 카레닌의 미소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데 카레닌은 토마시와 테레자의 반려견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생존을 보며 주인공들이 느끼는 존재에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토마시와 테레자는 반려견 카레닌이 병으로 인해서 안락사를 시키기로 결정을 한다. 카레닌 역시 죽음의 때가 다가왔음을 인지하지만 힘이 없어 끙끙 앓는 와중에도 이전과 같은 모습이다. 마치 동물과 달리 매일과 같은 반복에 쉽게 질려버려 탈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이 인간이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이런 모습은 1부에 유한성 때문에 고민이 시작되어 버렸지만 이와 달리 동물은 마치 영원히 반복될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존재의 대한 고민이 무의미하거나 혹은 애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작가가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피디푸스 그리고 키치


또한 소설에서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언급한다. 단순히 토마시가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한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삽입했다고 보기에는 독자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이 역시 정치이념에 따른 인간 실존과 책임이라는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더 나아가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그 집단이 움직임, 사고방식의 큰 프레임이 이념인데 주체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이념에 의해서 또 다른 인간이 변화할 수 도 있다는 점을 짚어준다. 그리고 키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키치는 쉽게 말해 모조품으로 천박한 예술품을 지칭한다. 사비나가 자신과 그리고 인간 역시 키치일 뿐이고 죽음을 넘어서면 잊혀지는 존재일 뿐이라고 되새긴다. 이는 존귀성 여부 즉, 가벼운지 무거운지에 대해 귀함의 여부의 판단과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인간 존재에 대해서 다각도로 접근한다. 하지만 소설을 끝마칠 때 밀란 쿤데라는 어느 한쪽에 아주 조그마한 저울추 하나도 올려 놓지 않고 끝을 낸다. 마치 이는 “나는 애당초 이 고민에 뛰어들지 않았어”라고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것처럼. 소설 끝자락은 인물 간의 미치는 역학관계를 제거해 버리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놓고 마쳐버린다. 소설 앞부분에 시작과 같은 형태로 끝내버림을 통해서 마치 이 소설에서 했던 고민 역시도 많은 고민을 지나쳐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같다. 곧 가벼움이자 무거움이라고 양자택일을 하는 순간에 틀려버리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책 속 테레자는 “Es muss sein.”이라는 말을 가슴 속 문신처럼 새겨 자신이 흔들릴 때 마다 속으로 외친다. “그래야만 한다”라는 의미로 벌어지는 일에 필연성을 부여하는 말인데 아이러니 하게 우연히 엎질러진 상황에 필연성을 부가하는 것이 모순적이지 않는가. 한번뿐인 것들의 연속인 인생에 벌어져 버려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었다는 낙인을 찍은 이 행위는 마치 작가가 우리에게 인간 실존과 인생에 대해서 덤벼드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월권 행위이며 확실히 깨닫지 못하기에 그저 그렇게 되었다 외치고 그 순간과 이별을 냉철히 선언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엄청 큰 사탕 같았다. 너무 커 입 안에 넣어 쉽게 음미하지 못하고 그저 할짝거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처럼 느껴졌다. 소설의 심오하고 커다란 내용 자체로서도 독자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혹시나 조금 더 인생에 대해서 알 것 같다라고 생각하면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그때의 나는 더욱 더 이 소설에 다가설 수 있을까.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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