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의 심장소리

글 입력 2016.09.2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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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글은 나름의 색깔을 가진다. 어떤 글은 벌건 피색이 번져가는 검정 도화지마냥 처절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겨울바다 푸른색처럼 건조한 가운데 아련하기도 하다. <영화의 심장소리>에 담긴 글들의 색깔을 꼽자면 아마 엷은 파스텔톤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읽기도 쉽고 다가가기도 쉬운 보송보송한 글들이다.

하나의 글은 길어봤자 두 장 가량이다. 여백도 많고 더블스페이스로 인쇄된 터라 사실상 다른 책 한 장 분량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투리 시간에 하나씩 읽기에 좋은, 부담 없는 길이다. 분량이 그렇다보니 당연히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은 없다. 사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영화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하나의 모티프를 잡아 그 모티프에 대한 인생 이야기를 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영화의 줄거리가 분량의 1/3 정도를 할당받고, 나머지는 인생 이야기 또는 영화에 대한 일상적 감상으로 채워진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문장이기는 하나 눈에 띄는 참신한 표현은 보기 힘들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문장, 단어들이다.

전체적으로 글의 길이, 책 편집 방식, 문체, 글의 내용 등의 요소요소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잘 흘러가는 책이다. 무난하게 쉽고 가벼운 에세이라는 표현에 지극히 충실하다. 어찌 보면 꽤나 영리한 책이다. 무난한 내용에 긴 문체, 빽빽한 인쇄가 뒤섞였다면 그 매력이 절반은 반감되었으리라. 통일감으로 나름의 장점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통일감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향기롭냐는 또 다른 문제다. 비슷비슷한 이야기, 문장으로 여운을 남기기는 어렵다. 깊은 생각이나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유한 색깔이 뚜렷한 것도 아니니 굳이 이 글을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에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큰 끌림을 받기는 어려울 딱 ‘적당한’ 책이다.

그러나 가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쉬운 에세이를 원한다면 구미에 맞을 수도 있겠다. 작가가 동시를 쓰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글이 따뜻하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고무찰흙마냥 말랑말랑 하기도 하다. 영화이야기가 아니라 지칠 때 위로가 되는 글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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