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디자인의 힘, < 덴마크 디자인 > 展

글 입력 2016.09.2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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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덴마크 디자인 전을 보고 왔다. 북유럽 감성, 북유럽 디자인이 각광받는 요즘에 기분전환하기 딱 좋은 전시라고 생각했다. 다녀와보니 예쁜 도자기, 커트러리, 의자, 책상, 전등을 비롯해 다양한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아주 가득한 전시였다.




 
< 전시 소개 >

  북유럽 국가 덴마크는 핀 율(Finn Juhl),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야콥 옌센(Jacob Jensen) 등 거장들을 배출한 디자인 강국이다. 덴마크의 디자인들은 심플하고 모던하며,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한 소재나 디자인의 자연친화성은 우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곳, 덴마크. 덴마크에서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채색하는 여러 가지 디자인 작품들 속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거친 자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을 합리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덴마크 사람들. 덴마크를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게 한 토대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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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 대목이 바로 '레고'가 전시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유년기에 레고를 가지고 놀지 않아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레고는 아주 흔한 어린이 장난감이다. 그러나 이 브릭아트의 대명사 레고가 덴마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덴마크어로 '놀다Leg'와 '잘God'이라는 두 단어의 처음 두 개 철자를 따와 만들어진 이름인 레고는1934년부터 목재완구로 시작되었고 1947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플라스틱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레고블록은 전시의 후반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실내 디자인과 데코에 관심이 그다지 없는 관람객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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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중요한 대목을 차지하는 부분은 바로 의자 디자인이었다. 카레 클린트의 사파리 체어, 한스 베그너의 피콕 체어,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 베르너 팬톤의 하트 콘 체어와 팬톤 체어 등이 있었다. 연대기적 구성으로 전시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기능주의적인 면모가 강했던 데에서 보다 유기적인 모더니즘을 지나 혁명적이기도 한 디자인으로 발전되어 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능주의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해서 그것이 심미적인 가치가 덜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덴마크 공예디자인의 특징은 단순함과 차분함, 미니멀이지만 그 근본은 그리스 고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고전적인 아름다움에서 현대적인 재해석을 가미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1930년대에 만든 카레 클린트의 의자들이 지금 당장 쓰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모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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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기대했던 대목은 도자기와 식기, 커트러리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로얄 코펜하겐과 빙 앤 그뢴달 도자기 대부분은 촬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로얄 코펜하겐의 시그니처를 잘 보여주는 로얄 코펜하겐 기념 접시를 보고 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두번째 전시공간으로 옮겼더니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로얄 코펜하겐의 '블루 라인' 디너웨어를 볼 수 있었다. 1965년에 제작된 디너웨어인데 굉장히 미니멀하고 심플해서 지금 써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커트러리들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상에 나온 것은 벤트 세버린의 '프린세스' 커트러리이다. 다양한 사이즈의 투명한 유리잔들이 모여 있는데, 아주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매력적이었다. 이 외의 커트러리들도 50~60년 전에 만들어졌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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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 중 하나는 뱅앤올룹슨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사실 뱅앤올룹슨은 이번 전시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 않았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게, 10년 전에 뱅앤올룹슨을 처음으로 알게 됐었기 때문이다.

바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뱅앤올룹슨이 나온다. 잡지사 RUNWAY에서 일하게 된 앤디가 업무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에서 소소하게 받을 수 있는 물건들을 챙겨서 친구들을 만나러 술집으로 간다. 거기서 앤디는 뱅앤올룹슨 폰을 꺼내서 친구에게 건네는데, 마치 코끼리 상아 같이 굉장히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앤디는 그 뱅앤올룹슨 폰이 2000달러나 한다며 친구들에게 말하고, 친구들은 이에 경악한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도 고작 전화기가 그런 가격이라는 데 놀랐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특이한 디자인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그 때 나에게 뱅앤올룹슨은 아주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각인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번 전시에서 보니, 뱅앤올룹슨도 처음에는 정말 고전적이고 베이직한 디자인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딱 덴마크디자인이 추구하는 그 가치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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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간 중간에 의자, 책상 심지어 식기들을 사용해 아늑한 공간들을 구현해놓은 것을 보니 이런 느낌의 공간이 너무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하고 아득하게도 느껴졌다. 덴마크는 아니지만 인근 국가인 스웨덴에서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학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고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들이 일상이었던 그 시기 그 때에 좀 더 누리고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의 공간을 눈으로 보니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다.




< 덴마크 디자인 >전을 보고 오니, 디자인이 사회와 개인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있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삶의 공간을 꾸릴 때 실용성만 따지다 보면 어느 순간 삭막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심미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엔 실용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다. 덴마크 디자인은 이에 대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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