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거장의 삶을 읽다 - ‘나의 사랑 백남준’

글 입력 2016.09.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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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그렇지만 나에게 미술은 어려운 장르라서 어릴 때는 미술과 관련한 일은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들리던 이름이 바로 백남준이었다. 한국에서 낳은 천재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 항상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도 인터뷰 영상에서는 여느 아저씨와 같아보이던 그.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아내인 구보타 시게코의 글을 통해.


백남준-표지입체(고해상).jpg
 
 
“인생은 싱거운 것입니다.
짭짤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예술을 왜 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백남준의 답이다. 그의 답을 빌리자면, 예술은 어느 한 시점이나 공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일부가 아닐까? 우리가 그토록 찬양한 예술가 백남준은 인생을 재미있게 하려고 예술을 했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의 인생 역시 짭짤하게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그의 작품들을 세계가 높이 평가해준 것이 같은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드디어 남준의 네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날, 보니노 갤러리를 찾은 평론가와 언론,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 몰려들었다. 가부좌한 부처상 앞에 TV가 있고 TV 뒤에는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화면에 부처의 모습이 나오게 만든 < tv 부처 >였다. 단순한 배치만으로 부처가 TV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제껏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아니 아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독특하고도 복합적인 작품이었다. 평론가들은 동양의 선禪과 서양의 테크놀로지가 만난 기념비적인 비디오아트의 탄생에 열광했다. 남준의 명성이 뉴욕 예술계의 지축을 흔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 TV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중 >


 
 백남준의 작품 중 한번은 봄직한 ‘TV 부처’에 대한 설명이다. TV앞에 앉아있는 부처의 모습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던가. 그의 사상 한 편에는 예술 활동의 주요 무대가 된 서양의 것 뿐 아니라, 고국을 향한 향수와 애국심이 자리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내인 시게코 역시 그리 증언하고 있으니.
 

"당신이 안락한 삶을 원했다면 완전히 잘못 결혼한 거야."


책이 흥미로운 것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예술가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함께 한 아내의 언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모두 멀리서만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 옆에 있었던 예술가 아내. 같은 예술을 하기에 느낄 수 있었던 동질감과 열등감을 비롯해 아내만 알 수 있었던 위대한 예술가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목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품 창작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한꺼번에 수백 대의 TV를 사는 것은 제쳐놓더라도 작품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돈을 물 쓰듯 쓰면서 전혀 아끼지 않았다. 당연히 작품을 만들 때면 뉴욕 최고의 엔지니어와 비디오 에디터를 불러야 직성이 풀렸다. 별달리 모아둔 돈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는 가끔 자신의 이러한 금전적 무절제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그랬어. 돈은 물처럼 써야 한다고.”
당장 밥값, 월세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돈을 물처럼 쓰니 말싸움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내가 가끔 투정이라도 부리면 곧바로 퉁명스런 대답이 날아왔다.
“난 예술가야! 돈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내가 부자였다면 어떻게 예술가가 됐겠어! 당신이 안락한 삶을 원했다면 완전히 잘못 결혼한 거야.”

- <소름 돋는 천재와 세 살배기 아이> 중에서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언제나 대가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왠지 모를 위축을 준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의 삶을 이해함으로 그 작품까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김마루.jpg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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