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버려진 사람들의 생존 이야기, 연극 '후산부, 동구씨'

글 입력 2016.08.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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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산부는 광산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한 광부를 칭하는 말입니다. 그는 선배인 선산부의 지시를 따르며, 막내로서 이쁨을 받습니다. 희락탄광의 김동구도 그렇습니다. 잘못을 해도 선배들이 감싸주고, 그 내리사랑을 알기에 선산부의 말을 들으며 재롱을 부립니다. 희락탄광이 붕괴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6년 전 탄광 붕괴 후 구조된 경험이 있는 선배의 말을 믿으며 모두 다 안전하게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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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락탄광의 붕괴사고로 동구를 포함한 4명의 광부가 고립된다.
1. 그들은 이천 명쯤 되는 구조반이 벌써 구조를 시작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1. 그들은 나라와 가족을 위해 석탄을 캐는 고된 노동을 감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 그렇기에 네 명의 광부는 웃고 떠들며 노래한다.
1. 그리고 가만히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다.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없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아껴야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곧 구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희락탄광의 소장도 무전을 통해 얘기했습니다.


"진정하고 기다리고 있어.
서울에서 높으신 분들이 오셨어. 바로 구조를 시작할 거야."


  고립된 광부들은 구조 후의 상황을 상상하며 즐거워합니다. 이 천명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반겨줄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정작 위의 상황은 상상과는 달랐습니다. 구조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고, 이틀 후 비가 오면 구조가 더 힘들어질 거란 말에 그래서 어떡할거냐며 서로에게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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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붕괴 20일 째, 그들을 이제 의심하기 시작한다.
1. 우리를 잊은 걸까?
1. 이천 명은 고사하고 열 명이라도 우리를 구조하기 위해 모여 있을까?
1. 무대는 점점 어두워진다.
1. 웃음은 사라지고 노래는 절규가 되고, 말은 생존하기 위한 악다구니가 된다.



  광부 넷을 구출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들은 책임을 떠넘길 사람을 정합니다. 그리고 구조 대상이었던 광부들을 희생자로 삼기로 결정합니다. 그 사이 광부병(진폐증)을 앓던 광부는 운명을 달리하고, '살 수 있다/우린 죽는다', '뭔가라도 해야한다/기다리면 구해줄 거다' 갈등하던 세 명의 광부들은 갑작스런 진동에 당황합니다. 조금 지나지 않아 가스관이 터지고 서로를 챙기던 광부들은 하나둘씩 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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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대통령 각하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제서야 전문가들은 구조 의지를 다집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그 축제의 막이 내리고 사람들의 열기가 식자 희락탄광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허술한 구조 끝에 한 명의 광부가 구출되었습니다. 후산부 김동구였습니다. 일전의 조사와는 다르게 동구의 사태규명 이야기를 들어보면, 희락탄광은 죽은 광부에 의해 붕괴되었고 2차 피해 또한 가만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은 광부들에 의한 사고로 판명되었습니다.





  보는 내내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목 안에 돌멩이 하나가 걸려 갑갑하고 묵직한 듯했습니다. 책임을 전가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그 말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극이 끝난 뒤에도 끝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1967년, 구봉광산 붕괴, 16일만에 광부 1명 구조.
1982년, 태백탄광 붕괴, 15일만에 광부 4명 구조.

   <후산부, 동구씨>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입니다. 붕괴 이후 5명의 사람들이 구조되었지만, 구조되지 못한 채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88년 가상으로 꾸며진 연극이지만 비단 희락탄광의 이야기로 국한 되지 않습니다. 연극 <후산부, 동구씨>는 석탄처럼 잊혀진 과거의 기록이자,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잊어선 안 되는 생존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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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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