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을 그린 화가 - 호안미로 특별展

화가, 캔버스 위에 글을 그리다.
글 입력 2016.08.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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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꿈을 그린 화가: 호안미로 특별展
화가, 캔버스 위에 글을 그리다.


호안 미로 포스터(RGB)-02.jpg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Horace)의 책에 등장하는 ‘시는 그림처럼’(Ut pictura poesis)이라는 한 구절을 근거로 회화도 시와 같이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던 시대가 있었다. 비록 이 구절은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했지만, 호안 미로 (Joan Miro) 특별전의 작품들은 마치 여러 편의 시를 전시해놓은 느낌이었다. “우리 아이도 이것보다 잘 그릴 수 있겠네”라는 말이 나올 것 같은 미로의 대표작들과는 사뭇 다른, 모방에서 시작하였지만, 텍스트가 되기를 꿈꾸는 미로의 후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였다.

  미로는 “회화와 시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았으며, 그의 그림의 총합은 새로운 종류의 언어를 구성하는 시각적인 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미로의 이러한 면들은 전시의 두 번째 파트인 ‘시, 단어와 이미지’에서 두드러진다. 이 파트에는 미로가 제작한 아티스트 북이 전시되어있다. 미로의 아티스트 북의 이미지와 텍스트는, 이미지가 텍스트를 보충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설명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로1.jpg

 
  <황금 깃털을 가진 도마뱀>이라는 작품은 미로의 자작시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왼편에는 캘리그라피로 시가 적혀있고, 오른편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판화이기에 찍혀져있다.) 그의 캘리그라피는 하나의 그림처럼 스스로의 생명을 가진 듯이 요동치며, 형태로 그 의미를 더 잘 전달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읽기조차 어려운 문자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오른편의 그림이 더 친절해 보인다. 글과 그림이 각자의 역할만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고 닮아가는 모습이 이 작품에서 보이고,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미로2.jpg

 
  <석공(Lapidari)>이라는 작품은 연금술에 대한 책으로, 물질의 작용과 반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도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이 작용이고, 오른쪽이 이에 따른 반작용이라고 한다. 시간의 표현이 불가능한 그림이 ‘인과관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텍스트를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미로5.jpg

 
  동양의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이러한 점에서였다. 동양의 ‘서예’는 문자로 이루어진 예술이다. 표의문자는 기호로 의미를 담아내는데, 그림과 시의 경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미로에게 매우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면으로 이루어진 그림으로 모방하려고 시도하였지만, 더 나아가서 텍스트를 넘어서는 선으로 의미를 그려내려 했던 것만 같은 미로의 그림들이 전시되어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여러 동양적인 작품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미로의 욕망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전시 초반에 등장하는 <마을 근처 풍경 속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보면, 미로가 기존 회화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추구하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는데, 이 중 하나가 회화를 텍스트처럼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굉장히 규모가 큰 전시이기 때문에 일부의 내용에 중점을 둔 프리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와 시는 마치 우리가 사랑을 하는 것처럼, 절제도 보호도 없이 서로 피와 완전한 포옹을 나누며 완성된다.”라고 미로가 말했듯이, 회화를 하나의 시, 기호로 생각하여 표현하고자 하였던 미로의 생각을 염두하고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 필자가 평일 11시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여유롭게 관람하시려면 오전시간을 이용하시고, 도슨트설명이 필요없다면 도슨트 시간을 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용구는 모두 전시 내의 해설들을 인용한 것입니다.)





꿈을 그린 화가: 호안미로 특별展


일시 : 2016년 6월 26일 ~ 9월 24일

시간 : 10:30am ~ 20:00pm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

티켓 가격 : 성인 15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문의 : 02 332 8011

전시 홈페이지 (링크)


[위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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