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박2일 속초와 가평 여행 그리고 포켓몬고 [여행]

글 입력 2016.07.30 23: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엄마와 이모들과 함께 1박 2일로 속초와 가평을 다녀왔다. 아주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끼리의 여행이기도 했고 더운 도시를 벗어나 시원하고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나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요즘 유명한 포켓몬go의 성지라 불리는 속초여행이라 이 때가 아니면 포켓몬go를 할 기회가 없겠지 싶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포켓몬go를 다운 받으며 갔다. 

물론 포켓몬go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예전부터 계획된 여행이었다. 한적한 여행을 예상한 우리는 포켓몬go 덕분에 속초로 가는 버스가 다 매진이 됐다는 이야기에 너무 붐비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평일 여행이었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속초로 향하는 동안 바라본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흐린 날에 낀 안개와 산이 만나는 모습은 수묵화를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듯한 기분이 들만큼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잡생각을 없애줄 정도였는데 속초를 떠날 때의 사진밖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IMG_0192.JPG

 
이렇게 차 밖으로 보이는 경치에 감탄하는 동안 어느새 속초에 도착하게 됐고 나는 정말 포켓몬이 잡힐지 궁금해져 게임을 실행해 보았다. 정말 잡혔다..서울에서는 위치조차 잡히지 않았었는데 신기하게도 속초 부근으로 오니 포켓몬이 게임 속에 뜨기 시작했다. 
이런 게임 뭐가 그리 재밌다고 난리들인지 시큰둥했던 나도 이때부터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포켓몬들이 있는지 없는지 자꾸만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게 되었다.  


IMG_0156.PNG
 
IMG_0117.JPG
 

올 여름 속초의 홍보 아이템은 포켓몬go가 확실해보였다. 속초에 도착하기 전부터 포켓몬go를 홍보하기 위한 현수막들을 볼 수 있었는데 포켓몬이 많이 잡힌다는 속초 해수욕장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부터 그 앞에서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평일이어서 그런지 해수욕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흐린 날씨 덕분에 더욱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에 슬쩍 발도 담가보고 주변을 구경한 뒤 아바이 순대를 먹기 위해 아바이 마을로 향했다. 


IMG_0119.JPG
 

청호동 아바이 마을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마을이었는데 6.25때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면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38선 가까이에 있는 청호동에  정착하면서 집단촌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많아 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사용하여 아바이 마을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또 1박2일과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유명해서 가을동화에 나왔던 은서네집이나 1박2일에 나왔던 아바이순대 식당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가을동화 촬영지 옆에 갯배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다. 이용료는 200원인데 이 배를 타고 바로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중앙시장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IMG_0126.JPG
 
IMG_0128.JPG
 

이 곳에서도 포켓몬go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포켓몬 헌터들을 위한 할인도 가능한 카페까지 있을 정도였다. 


IMG_0123.JPG
 
7d20e538e51926972699fd0401d09e83_E1vaaXesEnh7kuJodPZsXz5sNNo.jpg
 
 
우리는 길을 걷다 한 곳에 자리 잡아 모듬순대와 튀김을 주문했다. 속초는 명태로도 유명해서 순대와 함께 명태회무침이 함께 곁들여 나왔다. 빨갛게 무친 회무침이 담백한 아바이순대와 약간은 기름진 오징어순대와 함께 아주 잘 어울려서 가볍게 해치웠다. 사실 이제는 어디서든 아바이 순대를 먹고 싶다면 먹을 수 있고, 한번쯤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 맛이지만 바닷가 주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 앉아 먹는 순대의 맛은 평범함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이 가진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평범함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나에게는 여행인 것 같다. 
 

IMG_0133.JPG
 
IMG_0141.JPG
 

소화도 시킬 겸 중앙시장을 탐방하러 갔다. 시장이 있는 곳이 속초에서 가장 번화가였는지 사람도 차도 정말 많았고 규모가 제법 커서 볼거리와 시장 안에는 말린 생선들과 수산물들, 군것질거리들 등 먹거리들도 아주 풍부해서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천천히 둘러볼 겸 가볍게 씨앗호떡을 먹으며 의자에 앉아 포켓몬을 잡기 시작했는데 포켓몬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소문난 핫플레이스답게 내 캐릭터를 주변으로 포켓몬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게임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종종 핸드폰을 확인하며 포켓몬을 잡을 만큼 중독적인 게임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IMG_0147.PNG

 
이렇게 포켓몬도 잡은 뒤 속초하면 떠오르는 만석 닭강정도 구입했다. 속초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들 손에 기념품처럼 만석닭강정을 한 박스식 들고 다니는 재밌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숙소에 돌아와 먹어보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닭강정의 맛이었으니 속초에서 파는 닭강정을 굳이 먹고 싶다면 다른 집을 추천해주고 싶다. 


IMG_0155.JPGIMG_0163.JPG
 
IMG_0166.JPG
 
IMG_0186.JPG
 

속초로 들어가는 미시령 입구에 학사평 순두부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저녁과 다음날 점심을 해결했는데 순두부와 황태구이를 파는 식당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회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담백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고추기름과 고춧가루로 만든 순두부 요리가 아니라 말갛고 간이 덜 된 순두부를 먹어볼 수 있다. 고소하고 몽글몽글한 두부 본연의 맛과 황태로 유명한 속초답게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황태구이, 김치만두와 비슷하지만 더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메밀전병, 감자전, 깔끔하고 소박한 밑반찬들로 기분 좋은 식사를 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IMG_0174.JPG

 
순두부마을에서 저녁을 먹은 뒤 우리는 대포항을 구경하기로 했다. 원래는 한적한 포구였지만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규모가 커진 어항이다. 대형 어선보다는 소형 어선이 주로 드나들며 어판장도 주로 관광객 위주로 움직인다. 대게와 물회로 유명한 곳이라 회를 좋아한다면 꼭 들려야 할 장소이다. 우리는 회를 좋아하지 않아 회 대신 집으로 가져갈 생선들을 구입했다. 낮보다 밤이 더 예쁜 곳이니 밤바다를 구경하고 싶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지만 구경 도중 불편한 부분 한 가지를 발견했다. 

야경을 즐기다 꽃마차를 끌고 다니는 말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됐는데 나는 굳이 그런 꽃마차가 그 곳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초등학생 아이여도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은 항구였고, 게다가 우리가 대포항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9시가 훌쩍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을 태우며 딱딱한 아스팔트 거리를 돌아다니는 말의 말발굽 소리를 듣고 나니 한 없이 우울해지고 화가 났다.


IMG_0168.JPG
 
IMG_0169.JPG
 

사진을 자세히 보면 하얀 바구니처럼 생긴 말의 배설통과 그 뒤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도대체 왜 동물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저 때리지만 않으면 동물학대가 아닌 것일까? 
아스팔트에서 말을 장시간 걷게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가고 말발굽이 급속하게 빨리 닳는다고 한다. 거기다 말들은 소음에 예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이것이 학대가 아니라면 무엇일까..이런 인간의 오락적인 재미와 돈벌이를 위해 동물들을 이용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너무 큰 무리인 것일까? 저렇게 서 있는 말을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IMG_0196.JPG
 
IMG_0198.JPG


그렇게 속초에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하루를 보내고 둘째날엔 가평에 있는 잣향기푸른숲으로 향했다. 가평은 잣으로 유명한 곳이라 축령산과 서리산 일대에 국내 최대 잣나무림으로 수령 80년 이상된 잣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잣향기푸른숲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으로 1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한 편이고 코스도 유치원생, 중고등생, 가족/연인, 성인 코스 등으로 잘 짜여져 있는 편이다. 
우리는 저질체력이라 유치원생 코스로 축력백림관과 목공방이 있는 곳까지만 올라가고 힐링센터, 명상마을, 흔들다리 등이 있는 곳까진 구경하지 못했다. 짧은 코스이긴 해도 올라가는 동안 소나무와는 다른 잣나무 향과 푸릇푸릇한 나무들, 예쁘게 핀 들꽃, 맑은 하늘, 공기, 올라가는 길에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한 다람쥐 등을 감상하며 숲 속에서 힐링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걸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IMG_0201.JPGIMG_0203.JPG
 

이렇게 덥고 끈적거리는 도시에서 벗어나 바닷가와 숲 속에서 복잡한 생각과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정말 편안하고 여유로운 1박 2일 속초와 가평 여행을 다녀왔다. 먹방으로 치우쳐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재충전의 시간이었고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기분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더운 여름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시원한 바닷가의 도시 속초를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포켓몬go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새로운 방식이고 20-30대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게임이지만 여행보다 게임에 더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속초여행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잠시 핸드폰은 내려놓고 눈 앞에 보이는 자연환경에 더 집중하는 것이 여행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