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이를 위한 음악극,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

글 입력 2016.07.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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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5.(토) 오후 세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로드액션 재판극!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 극단 아리랑 


   이번 작품은 극단 아리랑이 구로아트밸리의 상주예술단체가 되며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었다. 원작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 백묵원]이며, 원작의 모티브가 된 작품은 중국 원나라 희극인 [회란기]이다. 내용은 유럽의 [솔로몬 이야기]와 거의 똑같은, 두 엄마의 아이 찾기!이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서양 동화 신데렐라와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가 닮은 것처럼, 이 [회란기]라는 희곡도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와 닮아 있다. [회란기]의 주인공도 명판관으로 이름 높은 '포청천'이다.

   '회란기'와 '솔로몬'의 공통점은, 판관이 자신의 지혜를 이용해 아이의 친어머니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이야기에 자신의 사상을 녹여내 살짝 변형시켰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친 어머니'가 아닌, '진정한 어머니'를 찾는다. 누가 진정으로 대상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대상이 누구를 필요로 하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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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내용은 정말 생각했던 그대로다. 여기서 각색이 빛을 발한다.
   전체적으로 무대도, 조명도, 소품도, 음악도, 연기도 모두 하나가 된다. 정말 잘 만든 연극은 그런 것 같다. 모든 요소가 하나가 돼서, 어디하나 툭 튀어나오거나 끊긴 것 없이 하나로 자연스럽다.

   세 명의 악사가 무대 안쪽에서 연극 내내 배경음을 연주해주는데, 요란한 컴퓨터 합성음이 없어도 재치있는 소리를 내주는 게 정말 좋았다. 배경음악들이 연극에 대한 몰입도도 더 높여주는 것 같았다. 또 조명도  좋았는데, 특히 무대 한가운데에 그려진 '하얀 동그라미'가 제일 좋았다. 스포트라이트 같지만 가운데가 비어있는데, 무대의 중요한 지점을 표시해주는 것 같아 장면장면 유용하게 쓰였다. 게다가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인 '하얀 동그라미'를 나타내기도 하는!! 중요한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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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동그라미' 정말 예뻤는데! 사진에는 다 담아내지 못해서 아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각색된 대본과 배우들의 찰진 연기였다. 이 연극은 음악극으로, 중간중간 배우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그리고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즐긴다. 가족극이라서 관객이 가족단위로, 어르신들도 계시고 어린이들도 있고, 연령대가 다양했는데, 서로 불편함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다. 다른 공연장에서는 눈쌀을 찌푸릴 수밖에 없던 아이들의 칭얼대는 소리도 연극의 하나로 느껴질만큼, 자연스럽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뮤지컬 '캣츠'처럼 중간중간 배우들이 객석 뒤나 옆에서 튀어나오기도 해서, 처음에는 놀랐는데 나중에는 또 어디서 안 튀어나오나? 하고 보게 됐다. 공연장 전체가 약간 들뜬 분위기였는데도, 극에 대한 몰입이 깨지지 않고 무대위의 배우들이 분위기를 압도해 이끄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감동 클리셰 부분에서는 알면서도 눈물이 찔끔 났는데, 아동극인데도 배우들의 연기에 영혼이 가득 담겨서 그랬던 것 같다. 연극이 워낙 잘 만들었다보니 난 어린이도 아닌데 그 여운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 도입부부터 시작해서 다들 빵빵 터졌던 개그 파트도 재미있었고, 진지한 부분도 그 나름대로 몰입이 잘 되어서 좋았다. 잘 만든 연극은 관객의 나이를 따지지 않는 것 같다. 난 어른인데도 어린이 극에서 이렇게 느낀점과 배울점이 많다니!!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고 해서 어른들이 감동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반대로 어른들을 위한 어려운 것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그로부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다. 문화예술에는 나이도 성별도 국경도 피부색도 없다. 이렇게 잘 만든 연극이 딱 3일만 하고 끝나다니. 이건 앵콜공연을 해야 해. 매년!!! 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다시 보러갈텐데!!

+현금이 없어서 프로그램북을 못 사고 입장했는데, 극이 끝나고 운 좋게 프로그램북을 갖게 되었다. 프로그램북도 연극만큼이나 센스있고 상냥하고 예쁘고 재미있다! 극단 아리랑 여러분, 좋은 공연과 친절함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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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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