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류입니까

나의 존재 자체를 오류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물음이며, 항변입니다.

내 몸이 규격화된 여성/남성의 몸이 아니라서 틀렸다고 하는 성별이분법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국적이 없기에 내가 틀렸다고 하는 법에,

나 스스로 몸을 던지게 만드는 노동환경에,

나와 내 가족이 이성혼 관계나 혈연관계가 아니어서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제도에,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나를 틀렸다고 하는 국가에,

이제 이 물음은 이것들만을 향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류입니까

1996년부터 사전검열을 반대하고 인간의 본질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위해 무료로 상영하는 비영리 영화제인 서울인권영화제가 2016년 올해로 21회를 맞이했다. 2008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추천을 받지 못해 상영관을 대관하지 못하다가 올해 대안상영관인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게 되었다.

21회 슬로건인 '나는 오류입니까'는 원래 다른 모양들을 틀리다고 규정하며 일정한 틀을 강요하는 부조리하고 잔인한 세태를 지적한다. 21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는 테러 예방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민간인에 대한 감시를 이야기하는 개막작 <(테)에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쟁취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폐막작 <우리의 이야기: 베이징퀴어영화제 10년간의 게릴라 투쟁> 등 총 35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