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퍼펙트 라이프'

글 입력 2016.05.1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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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이-혹은 작가가-말하고자 하는 바를 과연 효율적이게 담은 것인가 의구심이 드는 연극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야겠지만 나는 이 연극이 이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관람 전 굉장한 기대를 유도한 것으로 보아 마케팅은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히 본 연극만이 해낸 것도 있었다.
 
연극을 본 후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관객에게 이만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했던 것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었다. <퍼펙트 라이프>는 기사나 홍보를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와 관련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득이 되는 홍보가 결코 아닌 것 같다.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작이다. 그래서 나또한 기대를 많이 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 떠오르는 작품이라니, 이 명작을 연극으로 재해석 할 수 있다니! 나는 이것 자체를 뷰포인트(view point)로 삼았을 정도로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영화가 연상되기는커녕 감히 명작을 이러한 스토리와 묶어 소개했다는 데에 화가 났다.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일수록 그 작품과 나란히 이름을 두는 데에는 그만큼 위험요소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명작의 위상을 높게 사서가 아니라, 영화와 연극을 같은 10으로 보았을 때 배우 역할의 비중, 갈등의 과정과 정도, 극의 진행에서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들 등에서 많이 어긋나는 것을 느꼈다.(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문단에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보여줄 수 있는 폭이 넓고 시점을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는 장르인 영화를 좁은 무대 안에 모두 다룬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할 정도로 힘들다. 애초에 장르적 특성상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연극 방향의 장르전환을 장르의 특성에 맞추는 건 어떨까? 영화를 다 담아내려고 욕심내기보다 영화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연극이라는 장르로 생생하게, 역동성 있게 담아낸다면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더욱 극대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면 감명 깊었던 장면을 재해석해보고 그것이 아니라면 <퍼펙트 라이프>만의 특성을 살린다면 더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극이 될 것 같다.
어른들의 이상 속 청소년의 꿈을 이야기하다! <퍼펙트 라이프>의 팸플릿에 소개된 내용이다. 나는 저 작의를 위해 쓰인 사건들이 평범하다고 느꼈다. 좋은 성적, 좋은 학벌을 바라는 어른들에 반항해 하고 싶은 자신의 꿈, 연극을 하려는 학생들. 뻔한 설정이다. 극 안에서 공부를 하여 보수가 센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부모와 갈등하는 대성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두 인물의 갈등이 한창 고조될 때 아버지가 그에게 하는 대사들도 역시 진부했다. 그래서 이입을 방해했다. ‘꼭 저 대사여야 했을까하는 대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외부세계로부터 제한당하는 직업을 가지려는 인물들을 오히려 부모님들이 -<퍼펙트 라이프>의 부모님만큼은- 헌신적으로 밀어주었다면 더 기억에 오래 남았을 것 같다.
또한 청소년의 희망찬 꿈을 이야기하기에 극 전체가 너무 어둡고 우울했다. 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도입부에서 차례로 등장해 인사할 때와 춤을 출 때 정도였다. 그 외에는 인물들의 아픈 과거를 설명하느라 바빠 보였는데 정작 작의와는 동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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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세밀하게 느낀 부분이다. 첫째로 소모적인 인물이 많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그러했다. 극의 가장 처음, 엄마 역할로 보이는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온다. 옷마저 흰 한복이길래 이 여자의 생사부터 시작해서 많은 의문이 드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극에서 나오는 비중은 매우 적고 불필요했다. 마지막에도 등장하는데 그 때도 연신 웃으며 춤추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줄 뿐이다.
도입부에 낭송되는 불경 부모은중경은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여덟 명의 인물이 언제 다 낭송할까 생각하게 되면서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물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서였다. 목소리가 크지도 않고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는 것도 아니어서 잘 모르는 불경을 흥미롭게 듣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꽤 길게 느껴졌던 도입이 잊혀져갈 때 쯤 극의 중후반부에서는 기독교의 향이 강하게 풍기는 장면이 등장했다. 종교의 색이 다소 짙게 표현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을 여러 번 외치는 인물들의 모습이나 낮게 엎드린 채 하늘을 향해 부르짖는 행동, “어린 양들을 지켜주시고 구원해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이름으로-”와 같은 대사와 표현들은 중립적인 생각을 가지려해도 기독교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해당 장면에서는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다소 과장된 표현들도 극의 이입을 방해했다. “날아오르자. 날아보렴”, “그래, 잘하고 있단다, 더 훨훨 날아보렴!” 등 일상 생할에서 잘 쓰지 않는 대사들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물론 작의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직접적인 표현들을 일부러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연극은 대화로 이루어진 예술장르라는 점에서 관객의 이입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대사들과 같은 선상으로 마치 새를 흉내 내는 것처럼 팔을 양 옆으로 휘적거리는 모습도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뜬금없어서 이게 코미디극인가, 웃음을 위한 장면인가, 하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극을 다 보고나서 생각해보건대 생동감 있게, 진짜 살아있는 새처럼 표현했다면 적어도 우스꽝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마치 현대무용을 하듯 조금 더 생생한 움직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보였다. 멋스럽지 않은데 진지해서 극의 흐름을 헝클었다.
 
그러나 <퍼펙트 라이프>에서 인상 깊었던 점들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느꼈던 점은 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각 인물이 하는 대화의 적절한 비중이었다. 주요 인물인 대성아영에게 집중된 대사와 나머지 친구들이 한두 마디씩 주고받는 대화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대사의 비중이 흔들렸다면 많은 인물들이 조잡스럽게 느껴졌을 수 있는데 효과적이게 연출한 것 같았다. 또한 갈등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 극을 끝까지 관람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긴장감이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된다는 점이 그러한 것 같다.
대성과 아버지의 갈등이 신선하게 소개된 장면도 좋았다. 해당 장면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성의 꿈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대성을 응원하려는 어머니가 서로 상반된 의견으로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성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말에, 무대 측면에서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지 않아 괴로워하는 대성이 대답하고 또 반박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처럼 보이나 그 안에서 대성과 아버지의 갈등을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대가 커서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또 그 나름대로 본 극의 강점을 적절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실망을 달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조금 더 세심하게 극을 다듬는다면 더 의미있는 연극이 될 것 같다. 명작에 기대고 사회에 기대는 연극이 아니라 <퍼펙트 라이프>만의 주체성이 있는 연극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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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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