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연극 '형제의 밤'

글 입력 2016.04.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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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형제의 밤'


New형제의밤_포스터(발송용).jpg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있었던 연극 '형제의 밤'


지난 4월 10일, 저는 친구 Nikki와 함께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아직 한국이 낯선 그녀에게 저는 그곳을 좋은 무대와 좋은 배우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한국어가 서툴러 연극을 이해하는 데 있어 무리가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에, 연극을 보기 전에 간략히 줄거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형제의 밤'이라는 연극을 보여주고자 했던 이유는 '형제'라는 소재가 보편적이며 저처럼 그녀도 형제자매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Nikki가 이 연극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제 마음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형제의 밤'은 2인극으로, 사실 2시간 안팎의 시간 동안 2명의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이번 연극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한 번 떠올려 보죠. 보통 영화의 러닝타임은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으로 이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화장실에 갔다오고 싶기도 하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을 수도, 조금 쉬었다 가고 싶을 만도 한데 그 날의 멋진 두 명의 배우들은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냈던 박수가 더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이 연극을 통해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마이콜로 등장했던 배우 '김중기'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여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자신의 배역에 온전히 충실했던 그의 모습에서 마이콜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배역 '김연소'만이 존재할 뿐이였지요. 그를 연극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저는 기뻤습니다. 또한 제 친구 Nikki에게도 그를 자랑스럽게 소개해 줄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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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줄거리를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의 아들 수동과 아빠의 아들 연소는 사실 배다른 형제입니다. 수동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지만 연소는 가족들에게 빚더미를 안겨준 장본인입니다. 그러던 와중 그들의 부모님이 사고로 죽게 됩니다. 연소와 수동은 '수연'이라는 미지의 인물에게 집을 넘겨주라는 부모님의 유언을 놓고 옥신각신하게 됩니다. 다툼 끝에 그들은 '수연'이 핀란드로 입양을 간 부모님의 친자식임을 알게 되고 그들이 샴쌍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동과 연소는 자신들이 부모님의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혼란과 고통의 과정을 형제애로 극복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끈끈한 가족애만큼 그에 버금가는 우정 또한 존재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동과 연소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끈끈한 우정으로 묶인 사이였지요.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형제애나 우정 등의 이름을 내세워 옭아매기보다는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같다면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 될 것이며, 혹여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같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기로 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연은 혼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연극을 보면서 오랜만에 가족, 그리고 친구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일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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