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아이에게,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일기

Remember 20140416
글 입력 2016.04.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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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연극 <내 아이에게>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하며,
극단 종이로 만든 배가 연극 <내 아이에게>를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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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은 대학로 1번출구와 가까운 예그린 씨어터
주말 4시공연이어서 한적하고, 공연보기 딱 좋은 시간! 
공연장 앞 노란 물결은 무의식적으로 세월호를 연상시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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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있는 지하1층의 길목에서 발견한 포스터에는
언론사에서 보도하는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2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리고 간절한 외침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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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않을게. 기억할께.
벌써 2년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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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앉게된 좌석.
발을 뻗으면 무대에 닿을 정도로 가장 가까운 1열이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에는 사다리와 의자만 있었다.

정말 조촐한 무대에서 어떤 것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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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무대에는 
9개의 노란 나비, 의자 위의 종이배,
그리고 화분에 담긴 노란 프리지아만이 남아있었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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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이 끝나고 다시 나온 배우의 마지막 한마디는
"저희 공연은 끝났습니다. 잊지않고, 기억해 주십시오." 였다.

그리고 세월호 안에 남아있는 9명의 미수습자의 이름이 
스크린에 띄워졌는데, 이것이 공연의 마지막 울림이었다.

끝나고 나서도 여운은 진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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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을때야 발견한 운동화.
맨 앞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발견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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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맨 마지막까지 무대와 스크린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304명의 희생자와 9명의 미수습자들을 잊지않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고,
다시금 떠올리며 리뷰를 쓰려니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있는 그대로, 내가 무대를 통해 느낀 그대로 써봐야겠다.




[ 솔 직 담 백 후 기 ]


1. 무대를 채운 "어머니"

무대를 이끌어가는 건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였다.
나는 극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배우와 배우의 역할인 미수습자 어머니를
동일시하여 연극이 끝나고 나면 꼭 안아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식을 잃은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품에 안아보지 못한
어머니의 하루 하루가 모여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다.


2. "9명"의 배우

이 연극에는 미수습자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를 포함해 
총 9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랐는데, 
이는 "미수습자 9명"을 연상시키게 한다.

배우의 연기 말고도, 무대연출과 극본의 섬세하고도 치밀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은 9명의 배우들이

2014년 4월 16일,
아니 그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 2016년 4월까지의 시간을 생생하게 무대에서 분출한 것이었다.

8명의 배우가 때로는 단원고 학생으로, 
단원고 학생,선생님 뿐만 아니라 세월호 안에 있던 희생자의 가족으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외치며 관객들에게 호소한 지난 2년 여 간의 시간을
관객들로 하여금 2년 전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현재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3. "일기" 그리고 예술

"이 작품은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가 아직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 갇혀있는 
자신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일기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우의 대사는 일기에 적듯이, 편하게, 말하듯이 읊어졌다.

격렬하고 과장된 몸짓이 있는 부분도 없었지만 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마 무대를 두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연극은 시청각예술이다.
눈을 감아도 들리는 그 대사들에 피할 수없는 현실이구나 느꼈다.

이처럼 일기 형식을 통해
가장 일상적인 것이, 그 어느것보다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공연이었다.


4. 현재 진행형인 "비극" 그리고 예술

"광화문에서, 팽목항에서, 국회에서, 청운동에서, 안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그래 그 거리, <그 차디찬 거리!>에서 
세월호 가족분들이 무관심한 세상 사람들에게 
소리친 통렬한 이야기들입니다. 
여기에 어떤 허구나 제 상상이 개입한 것은 없습니다." 

- 연출의 글

세월호 참사이후 여러 거리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기억하고, 
또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그 고통을 온전히 겪어낸 희생자와 그 가족에겐

숨쉬는 것마저 미안한 4월. 

 극의 대사 중에도 있는 '숨쉬는 것마저 미안한 4월'에
예술은 현재 진행형인 '비극'을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준다.

당시 언론의 보도, 단원고 학생의 음성 및 영상 메시지,
그리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의 연기, 조명과 음악으로. 

"연극하는 행위는
취미/취향 그리고 자아실현 그 이상입니다.
즉, 연극은 개인을 넘어서 역사적인 범주와 만나야 하며
그것은 곧 배우가 구도의 길 한 가운데서 
몸으로 당대의 사람들과 만나는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연극하는 행위는 물결을 거슬러 시원으로 오르는 연어와 같이 
배우가 종이로 만든 배를 타고 자본주의를 거슬러 오르는 행동이며
극장, 즉 무대는 경쟁으로 인한 고립 속에 살아가는 현 시대 사람들에게
공동체적 체험을 교류하는 기쁨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극단 종이로 만든 배 소개글

<내 아이에게>를 무대에 올린 극단의 이름이 
종이로 만든 배이기에 세월호와 관련된 극단인 줄 알았는데, 이미 2008년에 창단한 극단으로 
유지니오 바르바의 책 '연극 인류학 - 종이로 만든 배'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다고 한다.

공연 리플렛 마지막 한켠에 자리잡은 극단 소개글을 통해
배우 그리고 무대의 역할, 연극이라는 예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5. 눈물 그리고 "소망"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겠지만 그래야 이 비극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눈물을 흘릴 때 비로서 
진정한 공감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슬픔이 결국 세월호의 진실을 기억하는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그러나 위대한 순간들이 
온전히 세상 속으로 나아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이 공연이 '살아남은 자들이 같이 흘린 눈물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작은 희망이 되는 그런 순간'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공연 리플렛을 통해 내가 차마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극을 통해 미수습자 가족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던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눈물을 흘릴 때 조금이나마 더 공감을 하는 순간을 맞이하였고, 
이는 앞으로도 세월호의 진실을 기억하는 힘이 될것이다.








[공연 관람정보]

제목 내 아이에게 
작/연출 하일호
공연시기 2016년 4월 6일 - 4월 17일
공연장소 예그린 씨어터
공연시간 평일 20시, 토/일 16시(쉬는 날 없음)
출연 김보경, 손인수, 김선미, 주선옥, 서청란, 김영표, 조재준, 김범린, 김진희
스텝 협력연출 김형용 / 그래픽 디자인 박재현 / 드라마터지 김나연 / 오퍼 허기범
기획 종이로 만든 배 
제작 극단 종이로 만든 배
주최 서울연극협회, 서울시 
주관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후원 서울문화재단, 종로구, 한국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서울연극센터,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 일본연출가협회




본 공연은 2016년 37회 서울 연극제 공신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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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공연은 문화예술 정보전달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합니다.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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