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뮌헨 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서

뮌헨 소년 합창단 공연 리뷰
글 입력 2016.04.0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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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뮌헨 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서
뮌헨 소년 합창단 공연 리뷰


 지난 3월 3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뮌헨 소년 합창단의 공연이 있었다. 그 날 콘서트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광적인 관객들이 찾아와서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그리고 수줍지만 당찬 뮌헨 소년들의 활기찬 만남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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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성기 전의 6-14세 소년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주 묘했다. 흔히 마트나 시장에서 들을 수 있는 엄마 손을 붙든 아이의 목소리같지만 분명히 강함이 있었고 성숙했다. 지금 이 형용 수식들이 얼마나 모순된지는 글을 쓰면서도 느끼고 있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보통 소년합창단의 목소리를 천사의 목소리라고 비유하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남자아이의 목소리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아주 큰 차이는 없지만 미묘한 강함이 있기 때문에 소년합창단이 꾸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한 편으로는 왜 소녀합창단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혹은 왜 그만큼 유명하지 못한 건지. 우리는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영원히 들을 수 없다는 데에 더 가치를 두고, 그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무대는 피아노 한 대, 지휘자 한 명, 그리고 소년들로 이루어졌다. (여담이지만 소년들은 생각보다 건장한 아이들도 있었다. 앞 두줄은 정말 '꼬마들'이었지만, 여기서도 베이스 파트를 맡은 듯한 남학생들은 충분히 건장했다.) 첫 곡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인데, 개인적으로 이 곡은 한국국립합창단의 무대로 보았었다. 이 당시 오케스트라와 한국 국립합창단이 보여준 무대가 워낙 인상 깊었고 좋앗는데, 사실 제대로 교육받지도 않은 소년들과 피아노 한 대를 전문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카르미나 부라나는 다소 빈약하게 느껴졌다.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피아노보다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이어진 무대들에서 비발디의 ‘주님의 찬양’, 베르디의 ‘노예들의 합창’등을 들으면서는 피아노의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소년들의 깨끗한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주가 튀기보다 간단한 피아노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가장 재미있었던 무대는 로시니의 ‘고양이의 이중창’.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한 장면을 나타낸 것도 재미있었고, 지휘자가 함께 노래한 것도 재치있었지만 역시 일정하지 않은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야옹’소리가 돋보이는 로시니의 ‘고양이의 이중창’이 이날 1, 2부를 통틀어서 가장 좋았다.


 1부에 클래식들을 다뤘다면 2부는 팝 중심이었다. 익숙한 노래들이라 들썩이기도 좋았지만 소년합창단의 형식으로 편곡을 하니 원곡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를 제외하고는 그저 그랬다. 뭔가 정확히 이해하고 부르는 듯하지 않고, 오히려 클래식을 부르는 게 더 좋았던 무대였다. 2부는 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1부보다 실망스러웠다.


 관객들은 정말 열광했다. Enthusiastic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현장이었다. 몇몇 관객들은 소년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고, 지휘자와 아이들은 앵콜로 4번의 곡을 더 선사했다. 합창단 안에서도 5-6명 정도의 소년들의 실력이 정말 눈에 띄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겨우 초,중학생인 아이들이 먼 타지까지 와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기특했다. 그랬기 때문에 기교적으로 완벽하거나 엄청나게 훌륭하지 않아도 많은 관객들이 엄마미소를 지으면서 공연을 관람한 것이 아닐까? 뮌헨 소년들은 무대에 올라서 떠는 기색도 없이 자신의 몫을 정확히 해냈고 관객들에게 즐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꾸벅 숙이면서 축 늘어뜨린 귀여운 팔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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