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우리 노래

글 입력 2016.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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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러분, 인사 한 번 인사해 볼까요?”


 내 기억 속에 지휘자는 잘 빠진 깜장 양복을 입고 나와 지휘봉을 두 손가락 끝으로 집고 우아하게 인사하는 신사였다.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 노래>에서 수염이 부숭부숭한 지휘자가 나와 위와 같이 말을 걸었을 때, 난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종류의 감탄과 놀라움이 음악회 내내 여기저기서 튀어올랐다. 특히 드럼과 금관악기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밴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럼이 오케스트라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에 비트감을 얹었다. 그 위에 금관악기가 압도적인 힘으로 메인 멜로디를 뿜었다. 보통 오케스트라에서 기대하는 현악기의 섬세함보다 금관의 패도적인 힘이 공간을 채웠다. 메인 멜로디를 가진 비트감 있는 음악은 클래식보다 대중음악을 조금 더 닮아 있었고, 그래서인지 보다 즐기기 쉬웠다. 좌석에 앉아 있는 내내 몸이 들썩였고, 메인멜로디가 자꾸 입에 붙었다. 음악회와 콘서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공연이었다.

 이미 아는 노래들이 편곡을 통해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밀양 아리랑부터, 홀로 아리랑, 가곡 <향수>까지, 내가 부르던 노래들이 색다른 음률로 연주되어 오페라 가수들의 목소리로 불리우는 것을 보면서 알던 노래를 다른 각도로, 함빡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오페라 가수들도 계속해서 다른 조합으로 등장했다. 테너 독창, 남성 듀오, 소프라노 독창, 여성 듀오, 혼성 듀오, 혼성 트리오 등 계속되는 새로운 목소리는 지루할 틈 없이 관람객들을 휘저어 놓았다.

 게다가 익숙해질 만 하면 새로운 요소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1막 마지막에는 어린이 합창단들이 나와서 동요 메들리를 불렀고, 2막 마지막에는 창을 하시는 여성 소리꾼이 올라오셔서 각설이 노래를 한 바탕 불러 제꼈다. 노래 중간 중간에 지휘자의 맛깔스러운 해설도 더해졌다. 전체적으로 음악회 초심자들이 듣기 좋게끔 관람자 친화적으로 세심하게 기획, 구성된 음악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2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이었지만, 1시간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잘 갔다. 그 정도로 새로운 자극으로 빼곡이 차 있는 공연이었고, 자칫 음악회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지루할 수 있는 공연을 쳐지지 않게 빠른 호흡으로 끌고 나갔다.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가곡인 만큼 그 곡조나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전체적으로 성악가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본 공연보다는 앙코르의 라트라비아타, 오 솔레미오 등 전통적인 서양 오페라를 들으면서 완성도의 차이를 느꼈고, 우리나라 노래가 아니라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민요(내지는 가곡)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대부분의 노래들은 클래식 같은 민요, 민요 같은 클래식의 한계를 벗지 못했고, ‘민요’라는 소재의 개입은 단순히 원래 아는 노래들을 오케스트라로 들어본다는 즐거움 이상을 선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공연 내적인 단점들을 가지고 평가될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 시도이자 기획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쨌든 남산 위에 서 있는 저 소나무처럼 고고하게 앉아 대중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던 음악회 대중과 눈을 맞추려는 시도 같았으니까. 어쨌든 연극, 뮤지컬, 전시회 등 다른 예술 형식에 비해 음악회는 그 비용 측면에서든, 재미 측면에서든 접하기가 어렵다. 음악회는 오로지 청각자극에 집중하는 예술로써 영상물과 같은 시각자극에 훨씬 더 익숙한 현대인들이 즐기기에는 비교적 덜 자극적인 면모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뮤지컬은 가도 음악회는 손이 잘 안 간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유독 음악회에서 곯아떨어진다는 클리셰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고급예술’이라는 높은 단 위에서 하나 내려와 대중을 본다는 것은 그 결과가 어쨌든 시도만으로도 중요하고 또 가치 있다.

 물론 정통 클래식보다 이러한 ‘대중적’ 클래식이 더 가치 있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술의 본질은 소통이고, 음악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되지 않을 물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물꼬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이런, 관람객 친화적인 공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우리 노래’는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저녁을 나에게 줬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웹배너-제7회 아름다운우리노래-.jpg
 

[이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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