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GG 광고의 예술성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3.2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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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예술품이 될 수 있을까요? 상업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광고가 순수한 예술에 속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예술적인 광고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예술적인 광고로 최근 호평을 받았던 SSG 광고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쓱’ 광고는 신세계적 쇼핑포털 SSG.COM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광고입니다. 두 남녀가 한 폭의 그림같은 방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그들은 직접 말하지 않고 녹음된 음성이 영화더빙처럼 흘러나옵니다. 광고인데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예술성 같은 고급스러운 면을 보이면서도 ‘마음에 쓱 들어’라고 말하면서 친근한 면도 보여줍니다. 사실 이 광고가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가지는 것은 ‘에드워드 호퍼’ 그림의 오마주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1차,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미국에서 활동했던 사실주의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은 미국 도시민들의 삶을 특징지었던 고독감과 절망감을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의 작품 속 장소들은 커다랗고 텅 빈 공간과 자연광과 인공과의 대조로 인해 황량하고 삭막해 보입니다.


 
에트워드호퍼.jpg 

<에드워드 호퍼>

출생-사망: 1882년 7월 22일-1967년5월15일

예술양식: 화가 겸 판화가.
미국 도시의 고독한 이미지, 개성적인 조명과 분위기.
주유소, 모텔, 사무실 등을 주로 묘사함
 


호퍼1.jpg

 
 다음으로 호퍼의 그림 두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그림 속 엔 노부부 같은 두 남녀가 등장합니다. 남자는 담배를 피우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여자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이 둘에게서는 노년의 세월이 느껴집니다. 그 세월은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행복감에 젖어있는 것 보다는 몇십년을 이렇게 산 것 같은 일상의 지루함과 노곤함이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 있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고 둘의 관계에서 권태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담배를 태우는 노인의 모습에서 황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이 그림의 색채 또한 도시적 삶의 쓸쓸함을 증폭시켜 줍니다. 베이지 색으로 건물 안과 밖의 색을 비슷하게 하면서 건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시켜 주고 창밖의 모습도 내부와 비슷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게 해줍니다. 창밖을 내다보아도 탁 트인 환경보다 바로 옆 건물의 벽이 보이는 모습은 아마도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데 일조했을 것입니다.


호퍼2.jpg

 
 다음 그림은 한 여인이 기차 안에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아마 혼자 여행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만큼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여인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옆자리에 책 몇권을 놓아두는 모습에서 ‘혼자 앉고 싶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조로운 배경색을 통해 고독해보이기는 하지만 안락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호퍼 작품에 대한 단상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배나 비행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 내는 장소를 찾기 힘들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아간다.”   혼자 여행을 즐겨하는 저로써는 이 말에 백번 동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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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광고로 돌아간다면 이번 ‘쓱’ 광고영상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오마주하기는 했지만 원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광고에서 쓸쓸함과 도회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광고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따뜻하고 다양한 색감입니다. 광고디렉터는 색채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하얀 소품과 배경으로 영상을 찍고, 그 위에 색을 입혔다고 합니다. 세심한 색감들로 광고를 더 예술품처럼 보이게 하고, 등장하는 배우들조차 밀랍 인형같은 느낌을 줍니다. 또 인물들의 구도나 배치가 그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광고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차용하여 도시적인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쓸쓸함 보다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재밌게 각색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광고를 영화같이, 예술적으로 만듦으로써 대중들에게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SSG 광고는 '다시 한번 보고싶은 광고'로 인기를 많이 끌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과연 순수한 것만이 예술인 걸까요?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앤디워홀'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는 실크스크린으로 자신의 작품을 복제해 대량생산했습니다. 미술의 대중화, 상업화로 예술계에 큰 획을 그었었죠. 그런 그는 생전에도, 죽어서도 유명하고 위대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안은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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