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구나 빛나는 순간이 있다 [공연예술]

당신의 인생이 빛나는 순간! - 뮤지컬 <맘마미아!>
글 입력 2016.02.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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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시작된 뮤지컬 <맘마미아!>는 올해로 18년차를 맞이한다. <맘마미아!>의 열풍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 현재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국 44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다. <맘마미아!>는 프로듀서 쥬디 크레이머(Judy Craymer)가 전설적인 그룹 ABBA의 노래를 대본으로 써서 만든 주크박스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도넛(doughnut)'이라고도 불리는 싱글 앨범이 가득 담긴 기계에 동전을 넣고 선곡을 하면 왕년의 히트곡을 들려주는 음악상자(Jukebox)처럼 흘러간 예전의 인기 대중음악을 가져와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 부류의 뮤지컬을 말한다. (중략) 주크박스 뮤지컬 혹은 팝 뮤지컬이란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음악가나 혹은 대중음악 그룹이 과거에 이미 발표한 바 있는 인기곡을 뮤지컬 스코어로 활용해 노래들을 극적 구조에 맞게 맥락화한 무대용이나 영화용 뮤지컬을 말한다고 정의내릴 수 있다.
그룹 ABBA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뮤지컬<맘마미아!> 역시 흥행했고, 뮤지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로 성공한 <맘마미아!>는 이후 20008년에 뮤지컬영화로 제작되었고 이 역시 전 세계 13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 계보를 2016년 2월 24일~6월 4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뮤지컬 <맘마미아!>가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나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알려져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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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무대는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이다. 젊은 날 한때 꿈 많던 아마츄어 그룹 리드싱어였으나 지금은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도나(Donna)와 그녀의 스무 살 난 딸 소피(Sophie)가 주인공이다. 도나의 보살핌 아래 홀로 성장해온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Sky)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하던 중 엄마가 처녀시절 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 샘(Sam Carmichael), 빌(Bill Austin), 해리(Harry Bright)에게 어머니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내는데...

캐스팅: 중년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도나 역에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정원과 신영숙이 캐스팅되었다. 타냐 역에는 전수경, 김영주가, 로지 역에는 대한민국 뮤지컬의 맏언니 이경미, 유쾌한 에너지의 소유자 홍지민이, 아빠를 찾고 싶은 상큼 발랄한 소년 소피 역에는 박지연과 소녀시대의 서현 그리고 김금나가 캐스팅되었다. 로맨티스트 샘 역에는 남경주와 성기윤이, 사랑은 서툰 남자 해리 역에는 이현우와 정의욱이, 자유로운 영혼 빌 역은 오세준과 호산이 캐스팅되었다.



  “당신의 인생이 빛나는 순간!” 

  뮤지컬 <맘마미아!> 포스터 맨 위에 쓰인 문구다. 이 문장은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이 언제 오나(오기는 하냐고!??)’ 막연함에 고민하던 나에게 강하고 깊숙하게 꽂혔다. 뼛속까지 ‘빨리빨리’의 한국인인 나는 당장 첫 날 첫 공연으로 예매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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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관람 인증샷. 포스터 속 여자 주인공을 따라하며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누구’의 빛나는 순간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언제’일지 계속해서 답을 찾고만 있었다. 아마도 모범답안은, 딸인 소피에게 빛나는 순간은 엔딩 이후에 찾을 것이고 엄마 도나의 빛나는 순간은 잘 나가던 젊은 시절이나 진짜 사랑을 찾은 엔딩 이후의 삶일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이 모범답안을 이해는 했지만, 명쾌하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느끼기에 가장 빛나는 건 출연진의 펄럭이는 나팔바지에 달린 화려한 장식뿐이었다. 유명한 작품인 만큼 너무도 익숙한 노래(난 ABBA세대가 아님에도)와 해피엔딩 레파토리였다. 그러나 나는 ‘Dancing Queen’의 신나는 장단에 고개를 흔들고 박수를 치고 있었고, 심지어는 마지막 앵콜곡 땐 일어나서 춤도 췄다. 모녀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남녀 간의 사랑 등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는 우리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이 순간이 사실은 가장 공감할만한 교차점이며, 어찌 보면 인간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말을 전하려는 건 아닐까. 



엄마도 도나와 같다.

  “슈퍼! 트루퍼! 조명에 눈이 부셔~도~” 관람 후 집에 오는 길 내내 흥얼거렸다. 수많은 뮤직넘버 중에 가장 입가에 맴돌았던 노래는 ‘댄싱퀸(Dancing Queen)’도 ‘I Have a Dream’도 아닌, ‘슈퍼트루퍼(Super Trouper)’였다. 엄마 삼총사(도나, 로지, 타냐)가 결혼식 전날 밤 파티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신나게 부른 곡이다. 외롭고 미쳐버릴 것 같은 때도 있지만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조명의 무대 위에 서면 난 최고가 되는 기분이고 이런 나를 바라보는 무대 아래 당신이 있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가사다. 


  진짜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바로 전화를 드렸고 다짜고짜 그룹 ABBA를 아냐고 여쭈었다. 내 질문에 엄마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 오는 길이냐고 단번에 물었다. 역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도나와 소피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다. ABBA 세대인 엄마는 지금까지도 시대를 초월하며 그 명곡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울할 때는 에너지와 같고, 밝은 정서로 사람을 경쾌하게 만드는 노래라며 설명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밝아졌다. 그리고선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는 도나가 부럽다고 하셨다. 엄마는 나이 들수록 삶이 단순해지고 재미가 없다면서, <맘마미아!> 속 도나처럼 무대 위에서 다시 노랠 부르고 싶다 하셨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는 현직 강사로 활동 중이셔서 무대 위에 매일 같이 올라간다.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니 도나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엄마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갈증을 무대 위에서 강의로 펼치고 계시는 걸지도 모른다. 마치 도나가 딸 소피의 결혼식 전날 파티에서 삼총사와 함께 원 없이 춤추고 노래 부른 것처럼 말이다.

  노래하고 싶은, 꿈 많은 아가씨 시절 엄마는 우리 오빠와 나의 엄마가 되어 꿈은 미뤄두고 아줌마로, 직장인으로 살아갔나보다. 그동안 물어보지도 않았던 엄마의 흘러간 인생들이 괜시리 미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맘마미아!>를 엄마와 다시 한 번 더 보고 엄마의 가장 빛났던, 그리고 앞으로 더욱 빛날 순간을 이야기 나누고 싶다.

  전화를 끊고, 아까보다 무거워진 마음으로 노래를 다시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Tonight the Super Trouper
lights are gonna find me 
Shining like the sun, smiling having fun 
Feeling like a number one 
오늘밤 슈퍼 트루퍼
조명이 날 비추면 
난 태양처럼 빛나면서 즐겁게 미소 짓고 
최고가 된 기분일 거예요 

Tonight the Super Trouper 
beams are gonna blind me 
But I won't feel blue like I always do 
'Cause somewhere in the crowd there's you
슈퍼 트루퍼 조명에
눈이 부셔도 
우울하지 않을 거예요 언제나처럼 
관중 속 어딘가에 당신이 있을 테니
[황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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