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빛의 감성으로 새로운 나와 만나다 [시각예술]

한남동 디뮤지엄 개관 특별전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
글 입력 2016.02.2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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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 독서당로에 개관한 새로운 감성을 제시하는 문화예술 아지트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디뮤지엄이 개관 첫 전시로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Spatial Illumination 9 Lights in 9 Rooms)을 개최했다. 이번 개관 특별전에는 설치, 조각, 영상,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각각 9개의 독립적인 방을 구성한다. 순수한 빛의 관찰에서 출발하여 점차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 경험으로 발전되도록 구성되었다는 이번 전시는, 빛을 재료로 각양각색의 형태와 표현방식을 담는 9개의 공간의 작품을 통해 '빛'이 색, 소리, 움직임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들과 결합하여 다양하게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고 한다. 9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빛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홉 개의 감성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사색에 잠기게 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전유를 선사하며 온몸으로 빛을 경험하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럼 지금부터 다양한 빛이 어우러진 9개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 안의 숨겨진 감성을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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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작품은 영국의 개념 미술가이자 조각가인 세리스 윈 에반스(Cerith Wyn Evans)의 Neon Forms (after Noh II and III)이다.
하얀 색 빛의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추상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작가는 Noh라는 일본 연극의 배우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궤적을 포착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 옆에는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Still Arive라는 화분에 담긴 나무 작품이 있다.
역동적인 동작을 정지한 상태로 그려낸 네온 작품과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나무 화초를 움직이는 작품으로 표현한 두 작품은 어떻게 생각하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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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은 설치 미술가이자 조명 디자이너인 플린 탈봇(Flynn Talbot)의 Primary이다.
이 작품은 빛의 여러가지 색들을 잘 잡아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어디서 작품을 관찰하느냐에 따라 빛의 색이 달라지는데, 이것은 관찰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비밀은 바로 빛의 3원색이다.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은 서로 만나면 각각 다른 빛의 색을 만드는데,
작가는 삼각뿔 모양의 조형물에 저 빛들을 투영시켜 다양한 색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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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작품은 미디어 아티스트인 어윈 레들(Erwin Redl)의 Line Fade이다.
작가는 가장 단순한 구조의 빛의 구조를 만들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을 통해 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 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바라보며 마치 이 작품이 삶의 연표를 나타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길고 얇은 네온 라인들이 동그랗게 어떠한 공간을 감싸는 형태로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삶 같다고 느껴졌고, 라인 하나하나가 우리 삶의 순간들인 것 같다고 느껴졌다.
결국 하나의 라인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듯, 그렇게 우리 삶의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삶의 전체를 이루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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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작품은 라이트 아트의 거장인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의 Chromosaturation이다.
이 작품이 구현되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덧신을 신어야 한다.
방에 들어가면 하얀 벽에 빨강, 초록, 파랑색 빛이 각각 얽혀있는데, 하나의 색을 보다가 다른 색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색으로 보이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을 관람하면서 사람들은 '우와'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색으로 도배된 자신의 얼굴을 셀카로 남기기 바쁘다.
사람들은 색의 공간에서 하나의 색과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관람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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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네개의 작품을 잘 관람했다면 다섯 번째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다섯 번째 작품은 덴마크의 신예 듀오 디자이너인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의 작품인 Mirror Branch Daelim이다.
천장에 달린 수천개의 디스크가 빛을 담아내고 반사시키면서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마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숲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이른 아침에 숲 속 잔디에 누워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눈부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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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작품은 시각예술가, 뮤지션, 사운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로 구성된 러시아의 아티스트 그룹 툰드라(Tundra)의 My Whale이다.
이 작품에서 인지해야 할 것은 바로 '나는 지금 고래의 머리 속에 들어와있어!'라는 점이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보여지는 육각형들을 고래의 뇌세포라고 생각했고, 공간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고래의 울음소리라고 생각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그들의 상상력과 정교한 작품 구현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청각적 아름다움이 합쳐져 우리의 공감각적 능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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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작품은 영국 출신의 제품, 조명 디자이너 폴 콕세지(Paul Cocksedge)의 Bourraspue이다.
넓디 넓은 방의 위쪽 가운데에는 하얀 물체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Bourraspue는 프랑스어로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서류를 상상을 하며 첨단 LED 소재를 사용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며 바람에 의해 중요한 서류가 날아간다는 짜증나는 생각 대신에,
모든 시험이 끝난 날, 학교 옥상에서 지금껏 공부해왔던 유인물을 날려버리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종이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의 이 작품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충분히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충분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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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 째 작품은 네덜란드 디자이너인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의 CMYK wall, CMYK corner, "Don't look into the light"이다.
첫 번째 방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작가의 졸업 작품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이 방에서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조명은 일반 조명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조명이다.
이 조명에서는 하나의 빛이 아닌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빛이 나타난다. 벽을 통해 그려지는 추상적인 그림자와
그 뒤로 펼쳐지는 오색빛깔의 빛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눈으로만 담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어 카메라를 들게된다.
마치 빛의 정거장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여러 빛깔이 한 곳에서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가면 색색의 그림자가 발밑에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방의 비밀은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색 조명에 있다.
빛의 3원색은 모두 합쳐지면 흰색이 되고, 빨강과 초록이 합쳐지면 노랑, 초록과 파랑이 섞이면 에메랄드, 빨강과 파랑이 만나면 자주색이 만들어진다,
방의 천장 위에 설치되어있는 각기 다른 조명이 아름다운 색의 그림자를 만드는 것 이다.
지금은 별볼일 아닌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만일 당신이 이 방에 들어가게 된다면 반드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당신의 그림자를 찍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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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은 프랑스 비주얼 아티스트인 올리비에 랏시(Olivier Ratsi)의 Onion Skin이다.
어두컴컴한 방에 설치된 이 작품은 처음 접하는 순간 자칫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작가는 주로 미디어를 이용한 공간을 나타내는 작업을 진행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단순한 선들을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겹치고 해체한다.
작품 속 비밀은 바로, 이 작품이 착시현상을 통해 관람하게끔 되어있다는 것 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보면서 마치 어떤 공간에 빨려 들어가거나 혹은 어디론가부터 뱉어지는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작품을 관람하다보면 마치 우주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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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홉 가지의 작품을 모두 살펴보았다. 우리의 삶속에서 익숙치 않은 현대 미술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는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을 투영해낼 수 있다.
작품 관람 전의 나와 작품 관람 후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혹은 작품을 관람하면서 다시 들여다본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빛을 통한 감각적인 심상으로부터 마음 속 깊은 진짜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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