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홍계월전 >과 다른 여성영웅소설들과의 비교 [문학]

여성의 주체성과 우월성이 강조되는 작품
글 입력 2016.02.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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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영웅소설은 기존 영웅소설에 나타나는 신화의 일대기 구조를 지니면서도, 당시의 수용층인 여성 독자층들의 근대적인 의식과 요구가 잘 드러나 있다. 따라서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우월하며 남녀의 분리와 결합이 문제되는 혼사장애의 구조가 확대되고 남녀 간의 애정이 소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사건 전개가 주된 내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여성 주인공이 공적인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남장이나 변신과 같은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여성과 남성의 능력 차이로 인한 대립과 갈등, 남성중심의 유교적인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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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영웅소설에는 박씨부인전, 금방울전, 옥주호연, 방한림전 등이 있는데 『홍계월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여성의 주체성과 우월성이 강조되는 작품이다. 특히 여성의 능력이 남성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난 것과 사회에서나 가정 내에서 여성이 주도적 우위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주인공인 홍계월의 능력이 남성주인공인 보국에 비해 매우 뛰어나게 나타나 상대적으로 남성의 역할과 지위도 매우 축소되어 나타난다. 작품의 전개도 홍계월의 일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비정상적인 출생, 죽을 고비의 위기, 구조자와의 만남, 탁월한 능력 등 전형적인 영웅의 일대기를 따르는 홍계월의 삶에 비해 보국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능력의 남성으로 그려진다.
 
  『홍계월전』은 여성의식의 실현양상에 따라 다른 작품과의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식의 실현양상에는 여성의 의지 실현이 주체적이지 못하고 제도권 하에서 남성에게 종속되어 일어나는 경우, 여성의 의지 실현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제도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 여성의 월등한 능력으로 사회적 가정적으로 인정을 받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남성을 대리인으로 세워 남성의 배후에서 그를 도와 대리 성취하며 잠재된 능력과 사회적 성취의 열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유형으로 <박씨부인전>, <금방울전>, <신유복전>, <황부인전> 등이 있다. 두 번째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남장을 한 후 직접 공적인 영역에 진출하여 영웅적 능력을 발휘하나, 자신의 정체가 밝혀진 후에는 이전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즉 여성 주인공들의 영웅적인 행위와 그 결과에 따른 사회적 지위는 남성으로 위장했던 시기에만 인정되고 여성으로의 정체가 드러난 후에는 다시 사회가 요구하는 성역할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기존의 사회와 충돌하지 않기 위한 방편과 사회적 제약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지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실현시키고자하는 의지는 분명히 드러나나 약간의 한계가 있다. <옥주호연>, <이봉빈전>, <김희경전>, <이대봉전> 등이 있다. 세 번째는 남장을 한 후 영웅적 활약을 보인 주인공이 여성으로서의 정체가 탄로난 후에도 공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그동안 획득한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는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에는 여성의 능력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며 사회적 성취욕도 매우 강하다. 상대적으로 무능력한 남성과의 대립과 성 갈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을 배제라는 남성 중심 사회체제에 대한 강한 비판과 거부, 그에 따른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앞의 두 유형과는 달리 여성의 능력과 자위가 사회적으로 공인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능력과 지위가 남녀 평등의 의식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속하는 작품으로는 <홍계월전>, <방한림전>, <이학사전>, <정수정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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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계월전』에서도 나타난 계월의 남장은 대부분의 여성영웅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여성영웅소설에서 변신이나 남장을 통한 여주인공의 활약이 나타나는 것은 여성영웅들이 기존의 남성줌심적 사회제제 내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우회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여성성을 직접 드러내지 못한 채 변신이나 남장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과 사회적 성취의 욕망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은 여성의 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여성의 사회진출도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던 당시의 사회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변신이나 남장은 기존의 사회를 전복시키지 않고 체재내적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의식적 각성을 유도하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는 여성소설의 한계라고도 비판받는다. 일반적인 구조적 유사성이나 표현의 상투성을 전제로 하여, 여성이 남장을 통해 사회 진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여성의 영웅적 활약과 그에 따른 사회 진출이 허구적인 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 영웅이 일시적인 사회 진출 후에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일부다처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조선사회의 가부장적 질서와 남성중심적 사고를 재확인 하는 것이다.
 
  『홍계월전』에는 남녀의 역할 규정에 따른 대립과 성 갈등이 확연히 드러난다. 계월이 남장을 했을 때에는 아무런 불평 없이 능력을 인정하고 복종하였지만, 계월이 여성임이 밝혀진 이후에는 계월이 자신보다 우위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성으로서의 기득권과 명분을 내세워 혼인을 한 이후 구속하고자 한다. 그러나 홍계월은 보국의 애첩을 죽이고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고 욕을 당하게 하는 등 그로 대표되는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발한다. 결국 계월은 나라의 위기를 막아내고 보국을 구하고 천자 앞에서의 공식적인 검증 등을 통해 보국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는다. 『홍계월전』은 여성주인공인 계월이 공적인 영역에서의 능력 발휘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가정에서도 남편인 보국과 동등한 관계를 지향해 나간다. 이는 여성의 능력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과 사회진출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나아가 가부장적인 인식에 기반한 유교주의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극복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부모와 천자의 태도는 남녀의 구분보다 능력을 더 중시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유교적 명분이나 관습보다는 실리와 능력을 더 중시하기 시작한 당대의 인식이 좀 더 진보적인 성과를 거두고자 하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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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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