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빈 소년, 새해를 부탁해!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2.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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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소년 합창단(Vienna Boys Choir)

 
‘소년 합창단의 정수’라고 불리는 빈 소년 합창단은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926년부터 빈 궁정 예배당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는 1498년, 궁정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빈으로 옮기면서 합창단도 함께 이주시켰다. 수백 년간 빈 왕실은 모차르트, 살리에르, 브루크너 등과 같은 음악가들을 지원했으며, 요제프 하이든, 미하엘 하이든, 프란츠 슈베르트는 빈 궁정 합창단의 성가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빈 궁정 합창단은 황제의 투어에 늘 동행하였는데, 오늘날 투어는 합창단원의 교육과정에도 포함되어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926년부터 약 1,000회 정도의 투어를 했으며, 97개국에서 27,000회 이상의 공연을 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0세에서 14세 사이 100여명의 소년단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투어 공연을 한다. 빈 소년 합창단은 매년 약 300회 정도의 공연과 연주회를 통해 50만명에 이르는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부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 오페라단과 함께 빈 황실예배당에서 열리는 주일미사 음악을 담당하고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또한 빈 소년 합창단의 전용 홀인 Muth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커트 포던(Curt Faudon)은 빈 소년 합창단의 모습을 영화에 담았는데, 성모 마리아의 일대기를 21개의 모테트와 노래에 담은 <마리아를 위한 노래(Songs For Mary)>, <간극의 차이를 극복하는 법(Bridging the Gap)>, 그리고 2015년 출시된 <선한 목자(Good Shepherds)>이라는 3편의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2015년, 유니버셜 뮤직-도이치 그라모폰과 장기 계약을 맺고, 크리스마스 앨범을 2015년 가을에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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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소년! 새해를 부탁해!


   앞서 빈 소년 합창단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지금부터는 나만의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관람하는 것이었다. 2006년 신년음악회로 빈 소년 합창단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딱 10년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어느 공연보다도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 컨셉은 ‘아름다운 이탈리아’였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이 아이들이 오스트리아가 아닌 이탈리아를 주제로 잡은 것은 지휘자 분의 영향을 받은 듯했다. 이번 음악회의 합창 지휘자인 마놀로 까닌(Manolo Cagnin)은 이탈리아 태생이다.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가 짧게 한국말로 준비해 온 말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이탈리아 사람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라고 말이다. 그의 의도는 좋은 듯했으나, 그래도 빈 소년 합창단이 오스트리아에서 온만큼 그곳의 노래들을 불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부

땅에서는 평화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 안토니오 비발디

4성부 모테트 ‘어둠이 내리고’ – 토마스 루이스 데 빅토리아

아베 마리아, VH5 – 루이지 케루비니

칸타타 ‘그대, 우주의 영혼이여’ K.429(468a)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두 마리의 고양이를 위한 부파 양식의 2중창 – 조아키노 로시니

자애 – 조아키노 로시니

부활절 찬가 – 피에트로 마스카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날아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 주세페 베르디


2부

곤돌라 뱃사공 D809, Op.28 – 프란츠 슈베르트

아 디오사 <내 사랑은 쉴 줄 모르고> - 주세페 라켈

오 솔레 미오 –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 에마누엘레 알프레도 마추키

까만 눈을 팝니다 – 칠레 토나다

요가를 원합니다 – 인도 마하라슈트라 지방 콜하푸르의 바쟌

핑크 팬더 – 헨리 멘시니

넬라 판타지아 – 엔니오 모리코네

볼라레: 푸르름 속에서 푸르름을 칠하라 – 도메니코 모두뇨

폴카 ‘휴일’ Op.133 – 요제프 슈트라우스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Op.134 –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폴카 ‘뱃사람’ Op.52 – 요제프 슈트라우스

왈츠 ‘레몬꽃이 피는 곳’ Op.364 – 요한 슈트라우스 2세



   1부에서는 전형적인 클래식을 주로 불렀고, 2부에서는 경쾌한 분위기의 민요와 왈츠를 주로 불렀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악기 연주나 액션이 들어간 합창들이 많았는데 레파토리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졌다. 그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날아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강제로 추방당한 백성의 고통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인데, 이러한 곡이 합창으로 들으니 색달랐다. 여러 미성들이 화음을 내니 애절하면서도 곧 희망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의 지휘자인 마놀로 까닌의 쇼맨십 덕분에 공연을 보는 내내 행복했다. 그는 ‘관객들과의 소통’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소통은 형식적인 소통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소통이었다. 공연 도중에 준비해온 한국말로 곡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하고, 관객유도를 하고 관객들의 리액션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지휘를 할 때의 태도였다. 이 때까지 여러 합창단의 공연을 봐왔지만 지휘자는 늘 합창단원의 위에 있었다. 지휘자가 권력자라고 느껴졌던 지금까지의 합창 공연과는 달리, 마놀로는 합창단원과 동등한 선에 있었다. 아이들을 다룰 줄 알면서도 합창단원 한 명 한 명을 동행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번에 내한한 빈 소년 합창단 부르크너팀에는 한국인 단원이 한 명 있다. 2013년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합창단원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십자가를 목에 걸고 공연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이 아닌 빈 소년 합창단의 오디션에 지원했다. 타고난 음정과 박자감각으로 합격을 한 이정민군은 합창단 내에서도 소프라노를 맡고 있다. 단지 소프라노 단원에 불과하지 않고, 소프라노 중에서도 탑 소프라노와 공연에서 혼자 몇 곡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뿌듯했다.


   소년 합창단이기에 성인 합창단보다 화음이나 발성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년들 특유의 미성으로 이루어진 화음과 발성이기에 아름다웠다. 천상의 목소리는 괜히 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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