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청춘은 어떠한가 [문학]

글 입력 2016.02.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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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1.jpg


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겐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힘들어도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는 의문이 솟구치는 일 따위에는 
애당초 몰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p.55 


제발 이러지 말고 잘 살아보자 
그 즈음 나는 조울증에 시달렸다. 
아주 사소한 일에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오르내렸다. 
깔깔거리고 웃다가도 잠깐 돌아보면 온갖 인상을 찌푸리고 앉아 손톱만 물어뜯는 식이었다. 
어설프게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를 향해 내 모든 것을 
던져버리겠다는 식으로 매달렸고 
내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는 사람에게는 마음속으로 죽여버리겠다는 욕설을 퍼부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의 형태와 비슷했다. 
나를 방위부대에 버려두고 도망간 주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젊음이였을까, 삶이였을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고장으로 여행을 떠났으면, 
밤새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등등이 
그 당시 내 소박한 소원이였다. 
하지만 삶은, 젊음은 그정도도 내게 해주지 않았다. 
사단본부에서 내려오는 훈령보다도 못한 게 
삶이었고, 젊음이었다. 

p.155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처음이자 마지막인 산문집이다.
김연수라는 시인이 청춘이었을 때에 혹은 그때를 훌쩍 넘은 나이에 그가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했던 것들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 맞아 나도 지금 그래'라고 하며 그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읽은 부분도 많았고 그의 말마따나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는 탓에 그와 내가 사는 세상이
너무 달라 어렴풋이 그가 느낀 감정을 이해하는 선에서 끝나기도 했다. 
그것이 조금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점이다.
만약 내가 그와 같은 때에 태어나 그와 비슷한 시간을 느끼며 살았다면 
조금 더 이 책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러기에는 내 나이는 지나간 청춘을 논하기에는 어리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내가 그가 지나온 시간만큼을 살았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다른 기분과 느낌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그의 책이 직장인들을 포함한 폭넓은 독자층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청춘의 밝은 면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닌 조금 어두운, 청춘이라면 무릇 어떠해야한다라는 속성이 아닌
보편적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어떠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말하는 청춘은 20대 때의 갓 불 붙고 패기 넘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인생에서 비켜선 때를 이야기한 것 같다. 방황을 해서 우울해 져서 
쓸쓸함을 느꼈을 때 잠시 숨을 돌리는 순간이다.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무릇 시인이나 작가가 되려면 이러한 상념들을 해야되는 건가 싶다.
그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에 그가 느꼈던 감정들이 나에게 전해져오고 그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가 말해주는 슬픈 이야기들과 절망적인 순간들은  슬프거나 절망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읽다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며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담담하고 고요하다.
굳이 토해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절절함은 조용히 앉아있는 내 곁에 머문다.
그가 말하는 외로움은 외로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함까지 느껴진다. 
다 그래 나도 외롭고 너도 외롭고 다들 그렇게 살고있다라고 말해준다.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외롬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가 쓰는 글에 위로를 받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전보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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