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에서 인문학,그리고 유쾌함까지 갖춘 알렉산드로 멘디니展

글 입력 2016.01.1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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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00055.jpg
 

지난 주말에 알렉산드로 멘디니展에 다녀왔습니다.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저는 관람하기전에 미리 전시회의 정보와 작품들을 보고 갔지만
'어린이들이 보기에 이해가 잘 안되서 지루하지 않을까?'
'디자인 비전공자들은 즐겁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살포시 했었는데
전시관으로 입장한 후 제가 쓸떼없는 걱정을 했음을 곧 깨달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알렉산드로 멘디니展을 요약하자면
멘디니의 천재성에 한번 놀라고
멘디니의 인문학적 통찰력에 두번 놀라고
멘디니의 유쾌함에 즐거워지는 전시회라고 하고 싶습니다.



 
 
    07-3. Drawings copy.jpg07-4. Drawings.jpg
 

제가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천재라고 느낀 지점은 다름아닌 그의 스케치입니다.
멘디니는 수많은 스케치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에는 조형물 등 작품에 대한 스케치도 있고
아이디어를 마인드맵처럼 간단히 메모한 것도 있습니다.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케치는 연필로 대강의 아이디어를 무심하고 날것그대로
그린, 아웃라인을 그린 것으로 생각하는데
멘디니의 스케치는 특정 아이디어의 부산물이 아닌 독립적인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연필로 여러번 터치하거나 지우개로 수정한 흔적이 잘 안보이고
바로 펜으로 한번에 그린 것으로 보아 예술가들이 흔히 겪는 창작의 고통을 덜 느끼며
작업한 천재가 아닐까,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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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닌 단어들만 적힌 마인드맵 스케치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하는 생각의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데 
멘디니가 아이디어가 넘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똑똑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수학전공자라서 그런지 기하학적 도형이 돋보이는 스케치도 눈에 잘 들어왔는데,
당연한거지만, 그가 건축전공자로서 수학도 정말 정말 잘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살포시 했습니다.





멘디니展에서 관람객이 또 얻을 수 있는 것은 뜻밖에도 인문학적 통찰력과 그 필요성입니다.
디자인 전시회인데 인문학에 관해 공부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점입니다.

전시관을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멘디니가 삼성과 함께 한 콜라보 작업영상과 인터뷰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파트가 있습니다.
삼성 측에서 우수한 성능의 모니터와 디자인툴을 제공하여 멘디니가 손목시계를 디자인한 프로젝트인데,
멘디니의 디자인도 눈에 띄지만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멘디니의 시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시계'라는 작은 사물에 대해 인문학적 의미를 몇분동안 설명했는데, 단순한 사물조차도 
의미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의 인터뷰가 제 발걸음을 오랫동안 붙잡았습니다.
'왜 멘디니는 고작 작은 손목시계에도 이렇게 의미 부여를 할까?' 한참 감탄하며 생각해보았습니다.

전시회 내부에 적혀있던 작품설명에 따르면,
멘디니는 2차대전 이후 한동안 기능주의 모더니즘이 대세일때,
일부러 기능성을 회피하고 디자인에 순수미술을 도입하여 
기능주의가 배제했던 다양한 가치들을 담을 수 있음을 보여준 디자이너입니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제품, 가구, 인테리어, 일러스트, 순수조형까지 디자인한 그는 
깊은 인문학적 소양과 형태 색을 자유롭게 다루는 능력이 있었고,
오로지 디자인만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당대 디자이너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인물입니다.
그의 지금까지의 행보와 작품을 살펴보면 결국 디자인이 확보해야할 전문성은 기술 경력이 아닌 
삶의 가치를 만드는 디자이너의 철학임을 알 수 있고
그리하여 더욱 혁신적인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년동안 인문학열풍으로, 수많은 인문학 도서와 강의가 넘쳐나면서 머릿속으로만 
인문학 공부를 해야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이러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가 도출되는 것을 깨닫고
더욱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날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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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멘디니의 천재성과 인문학적 소양에 깨닫고 나니 그의 작품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채로운 색의 배치가 유쾌한 기분이 들게 했고 심지어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토템 인간을 닮은 조형물들, 사람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생활용품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관람객들도 한층 더 흥미를 가지고 관찰하게 합니다.


13-2. Amuleto.jpg

 
그리고 멘디니展의 독특한 점 중에 하나는 개별적으로 전시된 작품보다 여러개의 개체가 모아진 상태로 전시된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인데요, 같은 형태지만 다양한 색깔별로 모여있어 한층더 화려하고 생기있어 보였습니다.
단순한 원과 선만을 이용하여 디자인한 '아물레또'와 '오케스트라 알렉산드로'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표정을 한 작은 사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꽤 귀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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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앞서 언급한 스케치 또한 다시 눈여겨 봐야하는데요,
스케치에 쓰인 색채가 다양하고 화려합니다. 
보통 어린이들이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 창의적인 색을 배치하여 그림을 그리는데
그래서인지 멘디니의 작품을 보며 즐겁고 발랄한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유쾌함과 동심을 자극하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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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함께 작업했던 건축물은 모형이나 사진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는데,
건물이 상징적이며 시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바쁘고 혼란스런 현대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했고
빌딩숲의 삭막함을 한결 덜어주는 듯 했습니다.
그중에서 벨레데레 광장, 파라다이스는 실제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건축물이였습니다.





저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알렉산드로 멘디니展은 한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는 물론,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나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도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상세정보>

전 시 명: Alessandro Mendini – The Poetry of Design
전시기간: 2015년 10월 9일 ~ 2016년 2월 28일
전시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
전시구성: 초기 작업에서 최근작까지 다양한 장르가 집결된 600여 점의 작품
전시주최: ATELIER MENDINI, 서울디자인재단,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전시주관: 아트센터이다, 마이아트예술기획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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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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